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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불교박람회 25만명 방문, 역대 최대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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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김모(20대) 씨는 불자가 아니지만 방문했다. 그는 "목탁을 사고 싶어서 왔다"면서 "사람이 너무 많아서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김 씨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현장에서 파는 목탁을 알게 됐는데 소리가 좋아서 관심 갖게 됐다"고 했다.
독일에서 온 엄마 하이커(50대) 씨와 딸 아글라이아(20대) 씨는 한국인 친구 두 명과 함께 방문했다. 외국인인 두 사람은 현장에서 표를 구하지 못해 한국인 친구의 도움을 받아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에서 표를 구했다. 현장을 보고 "흥미롭다"고 소감을 밝힌 하이커 씨는 이날 구입한 소형 싱잉볼을 흔들며 미소 지었다.

서울국제불교박람회는 불교 문화를 알리고 관련 산업 발전을 위해 2013년부터 개최됐다. 올해는 코엑스에서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열렸다. 인파가 몰리자 사무국 측은 4일 정오께 현장 판매를 조기 마감한다고 발표했다.

박람회에는 총 286개 업체가 참여해 435개 부스를 꾸렸다. 키링 같은 작은 굿즈류부터 의류, 도서, 차(茶), 반려동물 용품은 물론 미술 작품까지 상품군도 다양했다.

방문객들에게 단연 인기를 끈 부스 중 하나는 '해탈컴퍼니'다. 이곳은 2024년부터 불교박람회에 참가하며 '깨닫다' 메시지가 프린팅된 티셔츠 등으로 MZ 세대에게 인기를 끌었다. 이날도 입장 시작 약 30분 만에 부스 대기 번호가 500번대를 넘어섰다.
주현우 해탈컴퍼니 부대표는 "(불교박람회의 인기가) 작년이 피크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이제 인기가 떨어질 수 있겠다 싶었는데, 오히려 올해 더 인기를 끈 것 같다"고 했다.
방문객들의 연령대에도 변화가 느껴졌다. 그는 "대개 20대분들이지만 부모님과 함께 오시는 분들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현장에는 중장년층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주 부대표는 이같은 인기 배경으로 불교의 익숙함과 참신함을 꼽았다. 그는 "불교는 한국에서 오랜 역사를 가지며 대중들에게 매우 익숙한 종교다. 그런데 불교박람회가 익숙한 종교의 이미지를 깨는 참신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SNS의 발달을 통해 이 모습들이 대중들에게 빠르게 확산되면서 '재밌다'는 인식이 형성된 것 같다"고 했다. "불교박람회가 재미뿐 아니라 유익함까지 있다는 점도 인기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해탈컴퍼니는 '승복 바지'를 선보였다. 승복 바지가 가진 편의성에 데님 소재를 더해 멋을 입혔다. 제품은 연일 완판됐다. '깨닫다' 티셔츠도 꾸준히 팔리는 스테디셀러다.
BTS(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이 착용한 것으로 화제가 된 '바반투'에도 사람이 몰렸다. 바반투는 불교적 가치에서 받은 영감을 풀어내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다. 이날 바반투의 관계자는 방문객들에게 "오전 대기권이 모두 마감됐다"고 연신 안내했다.
김서현 바반투 대표는 "오시는 분들이 모두 불자는 아니다"라며 "불교적이지만 일상에도 녹아들 수 있는 디자인으로 (제품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방문객이 20~30대가 대부분이었다면, 올해는 40~60대까지 연령층이 넓어진 것이 느껴진다"고 했다.
올해 바반투의 부스 콘셉트는 '붓다의 방'이다. 김 대표는 "부처님은 외부가 아닌 결국 내 마음에 있고, 그것이 곧 내 안의 방이라는 점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방문객 김보영(20대) 씨는 불교를 소재로 한 졸업 영화 작품을 준비하며 현장을 찾았다. 그는 "직접 와보니 불교에 대한 사람들의 많은 관심이 느껴져서 좋다"면서도 "줄 관리 등은 아직까지 미흡한 것 같다"고 했다. 또한 "오는 사람들에 비해 전시 공간이 작은 것 같아 앞으로 개선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부스마다 밀집도가 천차만별인 점도 지적됐다. 염수빈(20대) 씨는 "브랜드별로 사람들이 몰리는 정도가 매우 차이 난다. 인기가 많은 대형 브랜드들은 여러 구역으로 나눠 운영하는 등 인파 분산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폐막일 이튿날인 6일 불교박람회 사무국 측은 "올해 폭발적인 수요와 혼잡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인다"고 전했다. 이어 "내년 박람회부터 전시장 규모를 현재의 두 배 수준으로 확대하고 관람 동선·휴게 공간을 대폭 확충할 계획"이라며 "사전예약·시간대별 입장제 등 관람 편의와 안전을 높이는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또한 크리에이터·전통문화 업체의 참여 규모와 공모·선정 제도를 보완해 더 다양한 브랜드와 작가가 안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불교박람회의 인기는 사회 전반에 확산된 '마음 건강'에 대한 관심이 뒷받침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국비구니회의 청욱 스님은 "바쁜 일상에서 불교는 차분하고 천천히 살라고 한다. 많은 이가 마음을 쉬어보고 싶다는 바람과 함께 어떻게 하면 삶에 여유를 찾을 수 있을지 궁금해하며 (불교박람회를) 찾아오지 않나 싶다"고 전했다.
한국인의 정신건강에 대한 우려는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지난달 3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항우울제 처방 건수는 2440만 4000건이었다. 2020년 당시 1785만 건보다 36.7% 늘어난 수치다.
이 가운데 불교는 '비움'의 철학을 설파하며 현대인들에게 또 다른 삶의 태도를 제시한다. 과도한 경쟁이나 욕망을 내려놓으라는 것이다. 이 가르침이 현대인들의 마음챙김 욕구와 맞닿아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풀이다.

'불교 문화의 콘텐츠화'도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과거 불교가 사찰과 같은 수행 중심의 전통적이고 폐쇄적인 공간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대중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불교박람회에서는 2024년부터 '재밌는 불교'를 내세우며 다양한 굿즈와 체험 프로그램 등으로 종교를 풀어냈다. 엄숙하고 어려운 이미지에서 벗어나 누구나 즐기는 콘텐츠로 변화를 꾀해 대중과의 장벽을 허물고 있다는 평가다.
불교박람회는 종교가 전통적인 틀을 넘어 대중과 소통하는 새로운 방식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를 바탕으로 한 불교 트렌드가 앞으로 또 어떤 모습으로 자리 잡을지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