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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보유액 40억달러 감소, 세계 12위로 하락
아시아투데이이처럼 크게 준 것은 원화 약세(달러화 강세)의 속도와 폭을 완화하기 위해 외환당국이 보유 달러화를 시장에 풀었기(외환시장 개입) 때문이다. 지난 2월 28일 중동전쟁 발발 후 안전자산인 달러화 선호가 강해지면서 원화 가치는 세계 주요국 중 가장 크게 떨어졌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2월 말 기준 12위로 한 달 사이 두 계단 떨어졌다. 세계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이다.
외환보유액이 4200억 달러가 넘는다는 점에서 외화유동성 부족으로 인한 위기 운운은 적절치 않다. 하지만 중동전쟁이 당초 예상됐던 4주를 넘어감에도 종결 기미가 보이진 않는 등 대외 불확실성이 줄어들지 않는 점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공급망 교란과 유가 상승으로 인한 물가 불안 등 실물경제 파장에 대해선 비상 대응책이 나왔다. 외풍에 취약한 우리 '경제의 방파제'나 마찬가지인 외환보유액 등 금융시장 불안에 대해서도 선제적으로 몇 겹의 대응책이 마련돼야 한다.
미국의 3월 비농업 부문 일자리가 '깜짝 증가'한 것도 원화 환율에는 좋은 뉴스가 아니다. 미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보다 17만8000명 늘어 전문가 예상치(5만9000명 증가)를 크게 상회했다. 고용 사정이 예상보다 견고하다는 점에서 미 연준의 초점이 경기 부양보다는 중동전쟁에 따른 인플레 퇴치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
중동전쟁 발발로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서기보다 금리 동결 후 인플레 상황을 지켜본 뒤 금리 인상 쪽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분석이 늘었다. 그나마 미국이 금리를 내리면 원화 약세 추세를 약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접어야 하게 생겼다. 일본도 인플레 압력이 높아지면서 일본은행이 조기 금리 인상에 나설 움직임을 보인다. 실제 일본 채권시장의 지표인 10년물 국채금리는 3일 한때 2.395%로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플레 압력 고조에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이다. 한은도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되면 금리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정부가 26조원 추경을 편성해서 경기 부양에 나선 상황이다. 금리 인상 카드를 쓰면 물가 제어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경기 부양 효과를 감소시킬 터여서 '정책 딜레마'가 심각해진다.
이런 점에서 외환당국이 환율 조정에 과도하게 보유 달러를 투입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전쟁과 주요국 금리정책 방향 등 불확실성이 중첩돼 있기 때문이다. 좀 더 긴 시각으로 외환보유액은 '마지막 보루'라는 인식을 갖고 다양한 다른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