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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칼텍스 V리그 우승, 감독 경질 도로공사 3전 전패 준우승
마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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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로공사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KOVO)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진에어 2025-2026 V리그' 여자부 왕좌는 GS칼텍스의 차지였다. 정규리그 3위,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된 가시밭길 여정이었지만 그녀들은 지치지 않았다. 오히려 챔피언결정전에서 정규리그 1위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3연승이라는 압도적인 결과를 내며 미라클 GS칼텍스의 마침표를 찍었다.

하지만 화려한 우승컵의 이면에는, 배구 팬들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든 한국도로공사의 비극적인 자멸이 있었다. 1위 팀이 단 한 번의 승리도 거두지 못한 채 무너진 이유는 기술적 부진 때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사람에 대한 예의와 배구라는 스포츠에 대한 존중을 저버린 대가였다.

정규리그 내내 끈끈한 조직력으로 1위를 수성했던 한국도로공사의 중심에는 선수단을 다독이며 묵묵히 팀을 이끌어온 김종민 감독이 있었다.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까지 참석해 팬들에게 우승의 약속을 전했던 그였다.
한국도로공사 강소휘가 아쉬워하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KOVO)
한국도로공사 모마가 아쉬워하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KOVO)
그러나 챔피언결정전을 단 며칠 앞두고 들려온 감독 경질 소식은 가위 충격적이었다. 구단이 김종민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은 데는 김종민 감독이 A코치 폭행 혐의로 약식 기소된 점이 이유다. 공기업인 한국도로공사가 코치 폭행 논란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법원 판결이나 한국배구연맹(KOVO)의 징계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결전을 준비하던 정규리그 1위 감독을 단칼에 베어낸 건, 마치 부품을 교체하듯 비인도적인 결정이었다. 감독 경질로 선수들의 심장은 얼어붙었고, 코트 위에서 사투를 벌여야 할 선수들에게 구단이 준 메시지는 승리가 아닌 공포와 불신이었다.

실제로 감독이 사라진 한국도로공사 벤치는 차가웠다. 전술의 부재보다 무서웠던 것은 마음의 붕괴였다. 챔피언결정전 1차전부터 도로공사 선수들의 눈빛에서는 특유의 투지가 사라졌다. 수년간 생사고락을 함께한 감독이 하루아침에 쫓겨나는 것을 본 선수들에게 팀을 위한 희생은 더 이상 가치 없는 일이 되었다. 위기의 순간, 선수들의 흔들리는 멘털을 잡아줄 감독이 사라진 한국도로공사의 결과는 3전 전패. 정규리그 1위 팀이 포스트시즌에서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무너진 이례적인 참사였다.
한국도로공사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KOVO)
한국도로공사는 이번 시즌을 통해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스포츠는 단순히 데이터와 성적의 나열이 아니다. 코트 위에서 땀 흘리는 선수들과 그들을 이끄는 지도자, 그리고 그 과정을 지켜보는 팬들 사이의 신뢰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끈이 승리를 만드는 법이다.

모기업의 이미지도 중요하지만, 스포츠에 대한 신뢰의 가치를 짓밟은 구단은 결국 명예도, 성적도, 그리고 사람도 모두 잃는다.

축제가 끝난 코트 위, GS칼텍스 선수들이 환호하는 구석에서 고개를 떨군 한국도로공사 선수들의 뒷모습은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사람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조직에 승리의 여신은 결코 미소 짓지 않는다는 준엄한 사실을 말이다.

비정했던 2026년 4월의 봄, 한국도로공사의 패배는 배구 역사에 가장 슬픈 기록으로 남게 되었다.

[정규리그 1위 한국도로공사가 챔피언결정전에서 전패로 고개를 떨궜다 / 한국배구연맹(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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