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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준 지피지기] 미국 흔들리면 중국 웃는다? …이란 전쟁이 깬 베이징의 환상
아주경제
현대 중국과 이란의 수교는 1971년 8월에 이뤄졌고, 10년 전인 2016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이란을 방문해서 ‘전면적인 전략동반자 관계’를 맺었다. 2024년 중국과 이란의 무역거래액은 133억7000만 달러였고, 중국이 89억3000만 달러의 수출초과를 기록했다.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3월 17일자 호에서 “중국에게는 재생에너지와 넉넉한 석유 비축분이 있기는 하지만 에너지 쇼크를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를 인용해서 “중국은 필요한 에너지의 50% 정도를 산시(山西), 섬서(陝西), 내몽고 일대의 두꺼운 지층에서 생산되는 석탄으로 해결하고, 원자력과 태양광, 풍력 발전으로 생산하는 재생에너지로 보충하고 있지만, 필요 에너지의 18%는 석유로 해결해야 하고, 이 가운데 13~14%는 중동에서 수입되는 원유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세관 집계에 따르면, 2024년 중국으로 원유를 수출한 국가 1~10위는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말레이시아, 오만, UAE, 브라질, 앙골라, 쿠웨이트, 카타르의 순이었다. 러시아는 중국으로 수출하는 원유를 중국 서쪽 끝 아라산커우(阿拉山口)를 거쳐 란저우(蘭州)로 연결되는 파이프라인과, 중국 북동부 끝의 헤이룽장(黑龍江) 중류를 건너 톈진(天津)으로 연결되는 두 줄기 파이프라인을 통해 중국에 공급하고 있다. 다만 중국은 도시지역 난방용으로 사용하는 LNG(액화천연가스)의 대부분(2023년 97.8%)을 미국, 호주, 카타르, 러시아, 말레이시아 등에서 수입하고 있다.
이란 전쟁은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선제 타격으로 시작됐다. 미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즈는 지난 3월 30일자 호에서 “이란 전쟁은 중국에게 어떤 의미를 지닌 전쟁일까(What the Iran War Means for China)”라는 미 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의 중국 전문 연구원 중위안 조 리우(Zongyuan Zoe Liu)의 기고를 실었다. 이 기고에서 리우는 “베이징은 미국의 힘보다는 변덕스러움을 더 우려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포린 어페어즈는 “2025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돌아온 이후 미국은 자신들이 떠받치던 질서를 무너뜨리고 불안정한 시장 시스템과 동맹국들을 대상으로 힘을 휘둘러 국제적인 신뢰를 떨어뜨렸다”고 진단하고, “어떤 의미에서 이런 흐름은 중국에게 굿 뉴스일 것으로 생각되겠지만, 중국 지도자들은 미국이 지난 수십년 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세계 경제와 국제질서를 떠받쳐 주어야 중국의 부상(rise)도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역설적으로 지적했다.
이런 점에서 중국 지도자들은 미·이란 전쟁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는 달리 미국이 불안정해진다는 점에서 중국의 핵심적인 전략 이익을 위협하고 있으며, 중국이 의존하고 있던 세계질서의 불안정으로 연결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이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워싱턴이 힘을 상실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가 길을 잃고 방황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남은 힘을 남용하게 될까 봐 걱정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포린 어페어즈는 이런 상황을 송(宋)나라 때의 ‘세설신어(世說新語)’에 나오는 사자성어 “독목난지(獨木難支)”에 비유하면서 “커다란 궁전이 무너질 때는 아무리 튼튼한 목재라도 지탱할 수가 없다”라는 설명을 달았다. 중국 지도자들의 생각은 “미국이 자신이 지탱하던 질서를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남은 파괴력을 변덕스럽게 행사하려 들 경우 중국도 편안할 수가 없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미·이란 전쟁이 일어난 후 중국 관련 국제문제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 하나 있다. 2027년 중국의 대만침공 가능성에 대한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지난 3월 18일 공개된 미 정보기관들이 작성한 ‘대만침공 가능성 연례보고서’에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이 일어난 후 중국 지도자들은 중국군이 2027년 대만을 침공할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는 처지를 밝혔다”는 부분이 있었다. 이 보고서 내용이 사실이라면 상당히 충격적인 내용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미국 관리들은 최근 수년간 “시진핑이 2027년까지 중국군에 대만침공 명령을 내려놓았다”고 말해왔기 때문이다. 미국 정보기관들이 공개한 이 정보는 미·이란 전쟁이 발발한 후 시진핑의 대만 공격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예상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정보라고 할 수 있다.
미 NBC의 2021년 3월 10일 보도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이 중국군에 대만 공격 데드라인을 2027년으로 설정했다는 사실은 미 인도·태평양 사령관 필립 데이비슨(Philip Davidson) 제독이 미 상원 청문회에 나가 밝힌 내용이다. 당시 데이비슨은 “대만침공은 명백히 그들(베이징 당국)이 갖고있는 야망 중 하나이며, 나는 그 위협이 앞으로 6년 이내에 실현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후 미국 정부와 싱크탱크들은 데이비슨의 이 말을 사실로 간주해왔다. 이코노미스트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미 펜타곤의 아시아 담당관을 지낸 엘리 라트너(Ratner)의 말을 인용해서 “이란 전쟁이 중국의 대만침공 가능성을 높이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란 전쟁이 길어지거나 불안정한 평화가 지속될 경우, 시진핑은 ‘숨 쉴 공간(breathing space)’을 갖게 될 것이며, 시진핑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베네수엘라, 이란 전쟁의 실전경험을 연구해서 중국군 개혁을 더욱 완전하게 진행하거나, 대만에 대한 수륙양용 기습작전 전술을 더 개선할 시간을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대만정치대학 찰스 우 교수의 말을 인용해서, “시진핑은 이번에 이란당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전술을 구사한 점을 학습했을 것이며, 이 학습을 통해 시진핑은 대만에 대한 기습공격보다는 대만 주변을 봉쇄한 다음 미국의 반응을 떠보는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이란 전쟁은 중국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중국 정부는 이번 이란 전쟁이 진행되는 동안 4개월치의 원유를 비축하고 있었으며, 그러면서도 3월 23일 휘발유 가격을 13% 인상해서 중국인들을 놀라게 했다. 이란 전쟁은 41개월 동안 계속 떨어져 온 생산자 물가지수(Producer Price)를 끌어 올리는 결과를 낳았고, 중국의 3대 수출품인 전기자동차와 리튬이온 배터리, 태양전지의 수요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보여주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5일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 정부공작보고에서 올해 경제 성장률을 1991년 이래 35년 만의 최저수준인 4.5~5.0%로 설정한 수치도 상향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번 미·이란 전쟁을 통해 중국 지도자들이 깨달은 것은 자신들이 미국이 신뢰도 잃고, 능력도 떨어지는 상태를 그동안 희망해왔지만, 막상 트럼프의 미국이 이란 전쟁을 통해 그런 상태에 빠지자, 그런 상황이 결코 중국에 플러스가 되지만은 않는다는 패러독스(모순)를 깨달았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내리막길을 걷는 미국이 결코 중국에 이로운 것만은 아니며, 오히려 중국에 위험하다는 것이다. 중국 지도자들은 미국 정부의 중국 정책 담당자들이 “미국을 약하게 만드는 모든 것이 반드시 중국을 강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라는 점을 깨달았으면 좋겠다는 판단을 이번 이란 전쟁을 통해 갖게 됐다는 것이다.
월드 뱅크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말 현재 이란의 인구가 9156만명, GDP는 4752억5000만 달러, 1인당 GDP 5190달러로, 인구는 이스라엘 997만4400명의 9.2배, GDP는 5403억8000만 달러인 이스라엘보다 적고, 1인당 GDP는 5만4177달러인 이스라엘의 10분의 1 정도로 집계돼 있다. 미국은 인구가 3억4000만명에 GDP는 3조4011억 달러, 1인당 GDP 8만4534달러로, 이란 전쟁은 경제적으로 크게 앞선 미국과 이스라엘이 힘을 합해 이란을 공격하는 일이 벌어진 것 자체가 비극인 상황으로 보인다. 경제적으로 크게 뒤져있는 이란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하겠다. 전쟁 이후의 국제질서가 과연 중국 지도자들의 걱정처럼 더욱 변덕스러워진 미국을 중국이 상대해야 하는 상황으로 정리될지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필진 주요 약력 ▷서울대 중문과 졸 ▷고려대 국제정치학 박사 ▷조선일보 초대 베이징 특파원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최종현학술원 자문위원 ▷아주경제신문 논설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