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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회생 지역별 심사 편차, 서울 원정 회생 성행
아시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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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 거주 중인 20대 A씨는 최근 개인 회생을 진행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와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했다. A씨는 당분간 고시원에서 머물다 회생 절차가 마무리되면 고향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대구에 살고 있는 30대 B씨는 배우자에게 알리지 않은 채 개인 회생을 신청했다. 서류를 준비하던 중 변호인으로부터 인천에서는 배우자와 가족의 소득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빚을 갚기 어려운 채무자가 법원의 도움을 받아 채무를 감면받는 '개인 회생' 절차가 지역별로 제각각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더 신속한 인가를 기대하며 특정 지역으로 거주지를 옮기는 '원정 회생'이 끊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아시아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개인 회생을 포함한 회생사건은 채무자의 주소지나 직장 소재지 등을 기준으로 관할 법원이 정해진다. 그러나 지역별 사건 처리 속도와 심사 기준 차이 등이 맞물리면서 서울 등 일부 지역으로 신청자가 몰리고 있다.

지난달 6일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도산법연구회에 의뢰해 발간한 '개인 회생 절차의 지역 편차 현황 및 해소 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간 각 법원에 접수된 개인 회생 사건 기준, 법원이 회생 절차를 개시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최소 101.7일(울산지법)에서 최대 287.8일(의정부지법)까지 벌어졌다. 지역에 따라 최대 3배 가까운 격차를 보이는 것이다.

개시부터 인가까지 걸리는 기간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이 평균 84일로 가장 빠른 반면 전주 127일, 수원 144일, 울산 158일이 소요됐다. 즉, 같은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처리 시점에 따라 최대 두 달가량 차이가 벌어지면서 채무자의 선택에 사실상 영향을 주는 구조다.

절차상 요구되는 서류와 업무 지침도 지역마다 달랐다. 광주는 현금소득자에 대해 고용주의 확인서와 회계장부를 요구했다. 이와 달리 울산은 고용주의 근로소득지급명세서, 영업장부, 일용노무비지급명세서 등 훨씬 더 다양한 자료를 요구했다.

배우자 소득 또한 채무자의 생계비 산정을 근거로 반드시 소명하도록 요구하는 법원이 있었다. 반면, 부부는 법적으로 독립된 존재라는 이유로 소명을 전혀 요구하지 않는 법원도 존재했다.

한 도산 전문 변호사는 "법원별로 통일된 준칙이 없이 중구난방으로 운영되는 걸 막고 지역별로 급증하는 사건들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전담 법원이 설치된 걸로 알고 있다"면서도 "'서울에 가서 신청하고 싶다'는 게 여전한 의뢰인들의 시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여러 지역에 신생 회생법원이 생긴 실정이지만 과도기는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개인회생 절차를 담당하는 법원의 전문성 역시 사건 처리의 중요한 변수로 지목된다. 회생법원이 아닌 일반법원 일부 파산부는 도산사건 업무만을 전담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회생법원에 비해 일관되지 않은 업무 처리가 나타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회생법원과 달리 지방법원 파산부는 채무자에게 다소 인색한 분위기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법관 인사로 관련 업무를 맡았던 인력이 다른 업무로 이동하면서 경험이 이어지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담 회생법원을 확대해 전문성과 일관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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