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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 첫 파업 위기, 수주 경쟁력 훼손 우려
아시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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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의약품은 자동차나 반도체와는 다릅니다. 노조가 오히려 불리한 게임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창사 이래 첫 파업 위기를 맞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둘러싸고 업계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노조가 실제 파업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무게는 회의적인 쪽에 더 실린다. 의약품 위탁생산(CMO) 산업의 특성상 파업은 협상력을 높이기보다 스스로 깎아내리는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생산이 멈추면 수주 경쟁력이 흔들리고, 실적이 악화되면 임금 인상 여력도 함께 줄어든다. 결국 파업으로 얻으려는 것을 파업으로 잃게 되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빅파마들의 의약품을 대신 제조해주는 위탁생산을 핵심 사업으로 삼고 있다. 납기일 하나하나가 계약서에 명시돼 있고, 이를 어기면 막대한 패널티를 토해내야 하는 독소 조항이 곳곳에 박혀 있다. 파업으로 생산 일정이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계약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이 현실화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의약품은 고객사가 환자 수요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납기 차질이 생기면 냉정하게 거래가 끊길 수 있다"고 말했다. 완성차 업체처럼 출고 지연을 사후 서비스로 무마할 수 있는 업종이 아니란 얘기다.

결국 노조가 압박하려는 지점은 역설적으로 노조원 자신의 이해와도 맞물려 있다. 수주가 흔들리고 실적이 꺾이면, 임금 협상력 역시 함께 약화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사례를 봐도 생산 중단으로 이어진 파업은 찾아보기 어렵다. 사노피·GSK·화이자 같은 빅파마에서 파업 위협이 불거진 적은 있었지만 실제 생산 라인이 멈춘 경우는 드물다. 바이오의약품이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파업에 따른 사회적 책임이 노조에 더 크게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결과다.

물론 노조의 문제 제기를 가볍게 넘길 수는 없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몇 년간 가파른 성장을 이어왔다. 매출은 4조원을 넘어섰고, 영업이익도 2조원대를 기록했다. 이러한 성과 뒤에 있는 현장 인력의 처우 개선 요구는 충분히 제기될 수 있는 사안이다.

다만 요구의 정당성과 별개로, 선택하는 수단까지 정당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신뢰'다. 납기 준수와 생산 안정성, 품질 일관성에 대한 신뢰가 곧 경쟁력이다.

파업은 이 신뢰를 직접적으로 훼손할 수 있는 카드다. 한번 흔들린 신뢰는 회복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노조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얻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다시 따져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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