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읽음
국민연금 이사 보수 반대 46%, 경영진 보상 견제 강화
아주경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성과는 어땠을까? 양적 측면에선 지난해보다 의결권 행사가 대폭 줄었다. 반대율도 10%대 초반에 그치며 기대에 못 미쳤다. 하지만 질적 측면에선 기존 '이사 선임' 위주에서 '경영진 보수체계' 전반으로 범위를 넓혔다. 특히 전체 반대 안건의 절반에 가까운 46.4%가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에 집중되면서 기업에 대한 압박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반대 안건 46.4%가 '이사 보수'…어닝 서프라이즈에도 어깃장
2일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올해 1분기 287개 주주총회에 참석해 총 2702건의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 가운데 319건에 반대표를 던지며 반대율은 11.8%를 기록했다.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한 기업 숫자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대폭 줄었다. 지난해 1분기엔 600개 기업 주총에 참석했으나, 올해는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눈에 띄는 지점은 반대의 '방향'이다. 전체 반대 안건 중 148건(46.4%)이 이사 보수한도 승인에 집중됐다. 과거 이사 선임 안건 중심의 반대에서 벗어나, 보상 체계 전반을 겨냥하는 방식으로 의결권 행사의 초점이 이동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2018년 6.7% 수준이었던 이사 보수 반대 비중과 비교하면 약 7배 폭증한 수치다.
이 같은 기조는 실적과는 별개로 작동했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기업들조차 "경영 성과 대비 보수가 과도하다"는 사유로 반대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66% 폭발한 한화오션이나 인공지능(AI) 수요 폭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낸 효성중공업에 대해서도 보수 한도 상향에 반대하며 기업 측의 비용 집행 가이드라인에 강력한 압박을 가했다.
인물 검증서 '경영 설계도' 개입으로…질적 체질 개선
시장에선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기조가 '인사'에서 '시스템'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체 반대 안건 중 이사 선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45.6%에서 11.9%로 급감한 반면, 정관 변경(13.2%)과 이사 보수(46.4%)의 비중은 압도적으로 높아졌다. 단순한 인물 검증을 넘어 기업의 보상 체계와 지배구조 전반을 겨냥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변화는 주총 결과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19일 효성중공업 주총에 상정된 '이사 정원 축소' 안건은 지난해 말 기준 10.26%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의 반대로 최종 부결됐다. 정관 변경을 위한 특별결의 정족수(3분의 2 찬성)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국민연금의 반대가 항상 결과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미래에셋증권과 대신증권의 경우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에 대해 국민연금이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주총회에서는 원안대로 가결됐다. 지분 구조상 한계를 드러낸 대목이다.
경영권 분쟁이 격화된 고려아연에서 '의결권 미행사'라는 전략적 선택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분 5.2%를 쥔 국민연금이 핵심 쟁점에서 기권을 취하며 사실상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것이다. 의결권 행사 방식 역시 다변화되는 모습이다.
"대형주 쏠림 사각지대 여전"
다만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확대가 자본시장 전체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기엔 아직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강화가 사모펀드의 투자 행태를 직접적으로 변화시켰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의결권 행사는 본질적으로 주총 상정 안건이라는 제한된 틀 안에서만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또 스튜어드십 코드가 시장 전반에 고르게 작동하지 않는 양극화 문제도 제기된다. 또 다른 시장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강화는 코스피 대형주 중심으로만 작동하고 있다"며 "적용 영역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 중견·중소 기업들은 여전히 지배구조 개선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