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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공업 화재 희생자 14명 발인, 유족들 진상 규명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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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공업 화재 참사로 숨진 고 오상열 씨의 사연이 전해지며 유족과 동료들의 깊은 슬픔 속에 장례 절차가 마무리됐다.

지난달 31일 KBS는 고인의 생전 모습을 영상으로 공개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산타 복장을 하고 손녀를 깜짝 놀라게 하던 할아버지, 주말이면 어린 손녀의 손을 꼭 잡고 공원을 거닐던 다정한 가족의 모습은 이제 추억으로 남았다. 고인이 세상을 떠난 뒤 손녀가 삐뚤빼뚤한 글씨로 적어 내려간 편지에는 “할아버지 보고 싶어요”라는 문장이 반복됐고, 가족들은 그 편지를 붙잡고 눈물을 쏟았다. 유족들에게 고인은 단순한 가장이 아닌, 일상 속에서 늘 곁을 지켜주던 존재였다.
1983년 입사한 고 오상열 씨는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 회사에 몸담으며 현장을 지켜온 노동자였다. 첫 직장이었던 안전공업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왔고, 정년 이후에도 일을 멈추지 않았다. 퇴직 후에도 계약직으로 다시 현장에 나와 왕복 2시간 거리를 오가며 출근을 이어갔다. 유가족에 따르면 손녀에게 간식이라도 더 사주고 싶다는 마음이 그를 다시 일터로 향하게 했다.

유족은 “퇴직 이후에도 편도 1시간 거리의 회사를 매일 오가며 일하셨다”며 “힘들다는 말씀보다 ‘괜찮다’는 말을 더 많이 하셨던 분”이라고 전했다. 함께 일해 온 동료들 역시 “항상 먼저 나서서 일을 챙기던 분이었다”며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책임감이 강했던 사람”이라고 기억했다. 오랜 시간 쌓아온 성실함과 책임감은 주변 사람들에게 깊은 신뢰로 이어졌지만, 그 마지막은 너무도 허망했다.

이번 화재 참사로 숨진 희생자 14명의 장례는 사고 발생 열흘 만에 모두 마무리됐다. 발인이 이어지는 동안 유족과 동료들은 고인의 마지막 길을 지키며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장례식장 곳곳에서는 “이러면 안 되잖아”라는 울음 섞인 절규가 이어졌고, 사고의 비극성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유족들은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단순한 사고가 아닌,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일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족 대표는 “조금만 더 소방 시설과 안전 관리에 신경 썼다면 이런 대형 참사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고는 공장 내부에서 작업이 진행되던 중 발생한 화재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 발화는 동관 1층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가연성 물질이 많은 작업 환경 속에서 불길이 빠르게 확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 구조상 환기가 원활하지 않고, 화재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설비가 충분히 작동하지 않으면서 피해가 커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일부 근로자들은 화재 발생 당시 경보나 대피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 상황에서 신속한 대응이 어려웠고, 대피 동선 역시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인명 피해가 커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경찰은 현재 안전공업의 소방 훈련이 형식적으로 진행됐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실제 안전 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또한 최초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동관 1층에 대한 정밀 감식을 위해 유관기관과 협의하며 현장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화재 원인과 함께 관리 책임 소재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이번 참사는 산업 현장의 안전 관리 실태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 필요성을 다시 제기하고 있다. 반복되는 사고 속에서 제도와 현장의 간극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오며, 특히 고령 노동자와 재고용 인력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놓인 근로자들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문제도 함께 드러나고 있다.

고 오상열 씨는 누구보다 성실하고 묵묵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켜온 시간이었다. 가족을 위해 다시 일터로 향했던 그의 선택이 결국 비극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은 더욱 크다. 그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는 사고의 원인을 명확히 밝히고,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실질적인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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