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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정권은 왜 '참수작전'에도 건재할까?...거미와 불가사리 이론
최보식의언론
전성기 시절의 잉카 제국(타완틴수유, Tawantinsuyu)은 당시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제국 중 하나였으며, 잉카 제국은 남북으로 약 4,000km~4,800km에 달하는 엄청난 길이를 자랑했다. 이는 오늘날 미국 뉴욕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의 거리보다 길다. 잉카제국의 영토는 오늘날의 페루를 중심으로 에콰도르, 볼리비아, 칠레 북부, 아르헨티나 북서부, 콜롬비아 남부에 걸쳐 있었다.
험준한 안데스 산맥을 따라 형성되었으며, 해안 저지대부터 해발 4,000m 이상의 고산 지대까지 포함하는 극단적인 지형을 정교한 잉카 로드(Qhapaq Ñan)라는 도로망으로 연결했다. 면적은 약 2박만 평방 km 정도로 추정되는 대 제국이었다. 인구가 최소 600만 명에서 많게는 1,200만 명~1,600만 명 사이로 당시 기준으로 매우 높은 인구 밀도를 가진 제국이었다.
제국 내에는 약 80개 이상의 민족과 수많은 언어가 존재했다. 잉카는 이들을 통치하기 위해 '케추아어(Quechua)'를 공용어로 강제하고, '미티마(Mitma)'라는 강제 이주 정책을 통해 반란을 방지하고 중앙 집권 체제를 공고히 했다.
수십만의 군대를 가진 이 거대한 제국이 1532년, 프란시스코 피사로가 이끄는 168명의 스페인 군대와 62마리의 말에 무너졌다. 인구 1,000만 명의 의사결정이 오직 황제 한 명의 입에 달려 있었던 초중앙집권화의 결다.
이 사례는 과잉중앙집권화 조직의 문제로 오리 브래프먼(Ori Brafman)과 로드 벡스트롬(Rod Beckstrom)이 공동 저술한 《거미와 불가사리》 (원제: The Starfish and the Spider: The Unstoppable Power of Leaderless Organizations) 책에서 소개한 내용이다.
이 책은 조직을 크게 두 가지 생물에 비유하여 설명한다.
* 거미 (중앙 집권형 조직): 거미는 머리를 자르면 죽는다. 전통적인 기업이나 군대처럼 명확한 리더와 본사가 있는 조직이다.
* 불가사리 (분산형 조직): 불가사리는 중앙 통제 장치가 없다. 다리 하나를 잘라도 그 다리가 다시 하나의 완전한 불가사리로 재생된다.
《거미와 불가사리》의 저자들은 잉카 제국을 전형적인 거미 조직(중앙 집권형)의 사례로 꼽으며, 왜 단 168명의 스페인 군대에게 그 거대한 제국이 허망하게 무너졌는지 분석한다.
아타우알파(Atahualpa)는 당시 잉카제국의 13대황제로 지배자였다.
잉카 제국은 극도로 정교한 중앙 집권 체제였다. 모든 권력은 신격화된 황제인 '사파 잉카'에게 집중되어 있었고, 황제는 제국의 모든 의사결정을 내리는 거미의 머리였다.
피사로가 이끄는 스페인의 168명의 군대는 카하마르카에서 황제 아타우알파를 생포했다. 거미의 머리인 황제가 사로잡히자 수십만 명의 잉카 군대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혼란에 빠졌다. 황제의 명령 없이는 움직일 수 없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스페인 군은 거대한 제국 전체를 상대할 필요가 없었다. 오직 '머리'인 황제 한 명을 제압함으로써 제국 전체의 기능을 정지시켰다.
이 사건을 통해 중앙 집권 조직의 취약성을 지적한다. 단일 실패 지점(Single Point of Failure)으로 거미의 머리를 자르면 몸통이 죽듯이, 정점에 모든 권력이 쏠린 조직은 리더 한 명만 무너뜨리면 조직 전체가 와해된다. 하부 조직이 스스로 판단하고 대응할 능력이 없었기에, 예상치 못한 외부의 충격(소수 정예의 기습)에 적절히 반응하지 못했다.
대조적인 사례는 아파치(Apache) 부족이다. 아파치는 중앙 리더가 없는 불가사리 조직이었기에, 스페인 군이 한 지역의 추장을 잡아도 다른 지역의 부족들이 각자 독자적으로 저항을 계속했다. 결국 스페인은 수백 년 동안 아파치를 완전히 굴복시키지 못했다.
《거미와 불가사리》는 냅스터, 위키피디아 등 인터넷의 분산된 조직의 문제를 설명하여 인기를 끈 책이다. 당시 음반 업계는 냅스터라는 '머리'를 소송으로 잘라내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책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것이 불가능했음을 설명한다. 중앙 서버가 있는 냅스터는 폐쇄할 수 있었지만, 그 뒤를 이은 카자(Kazaa)나 이뮬(eMule) 같은 완전 분산형 P2P 서비스들은 공격할 '머리'가 없었기에 제거가 훨씬 더 어려워졌다. 분산 조직은 공격을 받으면 더 잘게 쪼개지며 더 넓게 퍼지는 특성(불가사리의 재생 능력)이 있다. 분산 조직은 물리적 실체보다 '공유'나 '자유' 같은 이데올로기를 중심으로 뭉치기 때문에, 한 지점을 공격해도 네트워크 전체의 동력을 끄기 어렵다.
물론 잉카의 몰락은 스페인 군대의 승리가 가능하게 했던 내부로부터 와해의 요인도 있었다. 피사로가 도착했을 때 잉카는 마침 전임 황제의 두 아들(아타우알파와 우아스카르) 사이의 피비린내 나는 내전으로 분열되어 있었고, 《총,균,쇠》책에서 잘 설명한 것처럼, 스페인 군대보다 먼저 도착한 유럽의 천연두가 이미 제국 인구의 상당수를 앗아가며 사회 시스템을 마비시킨 상태였다.
이처럼 거대한 규모와 인구를 가진 '거미'였음에도 불구하고, 머리가 제 기능을 못하고 독(질병)이 퍼진 상태에서 결정적인 일격을 맞자 제국 전체가 순식간에 와해된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소환한 이유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끊임없이 수행하는 '참수 작전'에도 견뎌내는 이란의 권력 구조의 미스테리 때문이다.
이란의 권력 구조는 《거미와 불가사리》의 관점에서 볼 때, '거미(중앙 집권)'의 외형을 가졌으나 실질적으로는 '불가사리(분산)'의 생존 본능을 결합한 매우 독특한 '하이브리드 구조'로 설명할 수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하마스나 헤즈볼라, 그리고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핵심 리더들을 지속적으로 '참수(Decapitation)'함에도 불구하고 이 체제가 건재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고 보여진다.
전통적인 거미 조직은 리더가 사라지면 무너지지만, 이란은 수프림리더의 거미 국가라기 보다 '벨리야트 에 파키(Velayat-e Faqih, 법학자의 통치)'라는 강력한 종교적·정치적 이데올로기로 묶여 있다.
혁명수비대의 핵심 사령관(예: 가셈 솔레이마니)이나 최고지도자가 제거되어도, 그 자리를 즉각 대체할 수 있는 엄격한 서열과 충성심으로 무장된 후계 집단이 줄을 서 있다. 명령은 위에서 내려오지만, 그 동력은 '저항의 축(Axis of Resistance)'이라는 공유된 신념에서 나온다. 이는 불가사리가 다리 하나가 잘려도 그 다리가 새로운 개체로 재생되는 것과 유사한 복원력을 제공한다.
이란 정규군이 '거미' 같은 국가 방어 조직이라면, 혁명수비대(IRGC)는 전 세계에 뻗어 있는 네트워크형 조직이다. 레바논의 헤즈볼라, 가자의 하마스, 예멘의 후티 반군 등은 이란의 지휘를 받지만, 각자 독립적인 자금줄과 결정권을 가진 '분산된 노드(Node)' 역할을 한다.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의 수장 나스랄라를 제거해도, 전체 네트워크는 마비되지 않는다. 각 노드가 독자적으로 에너지를 공급받고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불가사리적 특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란은 겉으로는 대통령과 의회가 있는 현대 국가(거미)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최고 지도자(알리 하메네이)와 혁명수비대라는 실질적인 힘의 네트워크(불가사리)가 중첩되어 있는 하이브리드 이중구조다.
책 《거미와 불가사리》는 "분산 조직은 공격을 받을수록 더 분산되고 강력해진다"고 설명한다. 핵심 리더의 제거는 조직원들에게 '순교'라는 강력한 감정적 동기를 부여하며 이데올로기를 더욱 공고히 한다. 중앙 지휘관이 사라지면 하부 조직들은 더욱 은밀하고 독자적으로 움직이게 되어, 정보기관 입장에서 추적과 섬멸이 훨씬 까다로운 형태로 진화하게 된다.
초기 기독교도 거미가 아닌 불가사리의 분산조직이 신앙이라는 신념의 네트워크로 생존하고 번성했다. 이들의 박해는 순교라는 동기 강화로 작동했다. 지금 이란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결론적으로, 이란의 권력 구조는 잉카 제국처럼 황제 한 명에게 모든 것이 종속된 '단순 거미'가 아니다. 수많은 '불가사리 다리'들이 이데올로기라는 신경망으로 연결된 복합 네트워크 체제에 가깝기 때문에, 물리적인 참수 작전만으로는 체제 전체를 와해시키기 어려운 것이다.
이러한 네트워크 조직을 무너뜨리기 위해 책에서는 물리적 타격이 아닌 이데올로기의 오염이나 중앙 집권화 유도 같은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트럼프는 이란을 거미로 착각했고 (이스라엘은 무조건 이란을 와해하지 못하더라도 군사적 타격을 많이 가할수록 좋은 현존하는 위협이다) 불가사리 조직을 공격할 단기적 수단이 없다. 그래서 그는 지금 횡설수설하며 늪에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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