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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국제 의료 지원 성과와 미국 봉쇄에 따른 위기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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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중남미에서 펼쳐진 ‘기적의 작전’은 국제 의료의 단연 빛나는 성취다. 수백만 명이 시력을 되찾은 기적과도 같은 사건이다.

쿠바 의료인들이 베네수엘라에서 빈민층을 치료하다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 중남미의 수많은 사람들이 빈곤과 영양실조로 시각장애를 겪고 있는데, 치료비가 없어 그냥 방치된 상태였다. 쿠바는 450만 명을 무료 치료하는 10년 계획에 착수했다. 베네수엘라, 브라질 등 15개국 이상의 가난한 환자들이 하바나에서 안과 수술을 받았다. 쿠바는 숙박비와 식사비까지 제공했고, 현지에는 안과수술 센터를 설립했다. 그리하여 베네수엘라에서는 30만 명 이상, 중남미 전역에서 수백만 명이 빛을 볼 수 있었다. 말 그대로, 기적의 작전!

얼마 전에 SNS에 쿠바가 의료 선진국이라고 썼더니, 많은 사람들이 말도 안 된다며 줄지어 악플을 달았다. 기술로서의 ‘의학’과 필수 서비스로서의 ‘의료’를 구분하지 못해 생긴 착각이다. 과연 의료 선진국이란 무엇인가?

미국처럼 의학 기술은 뛰어나지만 정작 85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불충분한 보험 혜택을 받는 게 의료 선진국일까? 미국에선 매년 약 6만8천 명이 의료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해 사망하고, 50만 명 이상이 의료 빚 때문에 파산하고 있다.

반면에 쿠바에선 암 치료에서 심장이식까지 전부 무료다. 1959년 혁명 이후 무상의료와 무상교육, 그리고 생명공학 연구에 집중해 온 결과다. 인구 대비 의사 수가 가장 많고, 기대 수명과 사망률도 여느 부유한 나라 못지 않다. ‘패밀리 닥터’라고 불리는 일차진료 시스템은 영국을 포함해 많은 나라에 영향을 미쳤다.

뿐만 아니라 쿠바는 호혜와 연대의 기치하에 국제주의 의료를 실천해 왔다. 1960년 지진으로 파괴된 칠레에 보낸 의료단이 그 시작이다. 혁명 직후 의사의 절반 이상이 국외로 빠져나간 상황인데도 의료단을 파견한 것이다. 지금까지 160개국에 60만 명의 의료진을 보냈다. 중남미는 당연하고 알제리, 파키스탄, 소말리아 등 세계의 무수한 나라들에 쿠바 의료진들이 날아갔다. 또 아프리카와 팔레스타인 등 개발도상국의 유학생을 받아들여 의사들로 양성해냈다.

오랜 봉쇄에도 불구하고, 쿠바 국제 의료의 궤적은 확실히 눈부시다. 가령, 코로나19 팬데믹을 보자. 당시 개발도상국 수십 개국이 쿠바에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자 40개국에 4000명이 넘는 의사를 파견했다. 그리고 다섯 가지 백신을 개발해 함께 공유했다. 자, 의료 선진국은 어디인가?

하지만 미국은 수십 년 동안 쿠바의 국제 의료를 범죄화하고, 개인별 회유를 통해 미국 망명을 부추겨 왔다. 해외 계약직 의사들의 임금이 쿠바로 흘러가는 걸 막기 위한 방편이다. 모든 자금의 유입을 끊기 위한 것이다.

심지어 트럼프 정부는 현재 전 세계에서 쿠바 의료진을 추방하고 있다. 온두라스, 과테말라, 가이아나, 자메이카 등 많은 나라들이 미국의 압력 때문에 부득이 의료진을 떠나 보내는 처지다. 온두라스에서는 2년간 무상으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던 의료진들이 떠나면서 주민들이 눈물을 흘려야 했고, 쿠바의 의료 서비스가 갑자기 중단된 각국 오지의 원주민들은 허탈감을 곱씹어야 했다.
쿠바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석유 봉쇄는 무려 67년간 지속된 끔찍한 봉쇄에 더해 마지막 숨통마저 끊으려는 격이다. 석유 공급이 중단되면서 전국에서 정전이 발생하고, 식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냉장고 안의 음식이 썩고, 청소차가 멈추면서 거리마다 쓰레기가 넘쳐난다. 더욱 심각한 것은 병원에 전력이 차단되면서 투석기와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는 수천 명의 환자들이 위험에 처했다는 사실이다. 불 꺼진 병원에서 어린 환자들의 숨이 위태로이 점멸하는 중이다. 바로 전 세계에 의사들을 보내던 그 나라에서 말이다.

명백히 국제법 위반이다. 가자 지구 봉쇄를 그대로 복제한 집단처벌이다. 쿠바의 의료 서비스 혜택을 받아 왔던 수많은 나라들이 지난 수십년간 봉쇄를 반대해 왔지만, 오로지 미국과 이스라엘 등 한줌의 열강이 제국주의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쿠바를 목졸라 질식시키려 한다. 트럼프 정부는 베네수엘라, 이란에 이어 이제 쿠바를 점령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매일이 전쟁이고 밤낮으로 비명이다.

“쿠바는 결코 세계 오지에 폭탄을 투하하거나, 핵무기, 화학무기, 생물학 무기를 보내지 않을 것입니다. 쿠바의 유일한 수출품은 생명을 구하는 의사와 의료진들입니다.”

피델 카스트로의 말이다. 미국은 그동안 세계의 오지마다 폭격기를 보냈지만 쿠바는 의사들을 파견했다. 우리가 평화를 사랑한다면, 그리고 생명을 우선한다면 쿠바 봉쇄에 결연히 반대해야 한다. 자명하게도, 이 세계에 필요한 건 폭격기가 아니라 더 많은 의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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