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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미러7 보통 사람들, 구독이 앗아간 인간의 존엄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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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블랙미러 시즌7 ‘보통 사람들’(Common People)의 결말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넷플릭스의 간판 시리즈 ‘블랙 미러’ 시즌 7 첫 번째 에피소드, ‘보통 사람들’을 다시 보고 나니 기분이 가라앉았다. 놀라운 상상력으로 기술이 가져올 디스토피아를 그려낸 시리즈였기에, 현실을 비판적으로 뜯어보고 싶을 때 종종 전 시리즈를 몰아보곤 했다. 늘 그래왔듯 이 ‘뼈 아픈’ 드라마는 특유의 찝찝함으로 암울한 미래 속 더 암울한 현실을 비췄다. ‘보통 사람들’에선 플랫폼 알고리즘에 중독되어버린 우리의 현실이 유난히 적나라하게 보였다.

구독이 된 생명, 등급으로 나뉜 인간 존엄

드라마는 아이를 계획하고 소박한 여행에 즐거워하는 평범한 젊은 부부의 일상으로 시작한다. 평화도 잠시, 아내가 갑작스럽게 뇌종양으로 쓰러지고, 영영 깨어날 수 없다는 말 앞에서 남편은 ‘리버마인드’라는 신생 기업을 소개 받는다. 뇌를 클라우드에 복제한 뒤 손상된 부분을 제거하고 합성 수신 조직을 이식해 리버마인드의 인지 기능을 전송하는 방식이다. 우선 이용자를 늘리는 게 목적이라며 ‘무료 수술’을 제안한 대신, 월 300달러의 구독료 조건을 내걸었다. 당장 죽어가는 배우자를 앞에 두고 누군들 이 제안을 거부할 수 있을까. 수술 후 아내는 깨어났고, 별 문제없이 전과 같은 일상을 이어가는 듯했다.
그러나 리버마인드는 부부의 삶을 빠르게 파괴 시킨다. 여행 도중 서비스 지역을 벗어나자 아내의 뇌가 정지하고, 급하게 찾아간 회사에서 직원은 500달러나 더 비싼 ‘리버마인드 플러스’라는 새 구독 요금제를 제시한다. 이제 ‘일반’ 요금제가 되어버린 기존 서비스는 자신도 모르게 대화 중 광고 멘트를 내뱉도록 아내의 뇌를 조작하고, ‘서버를 돌려야 한다’는 이유로 잠은 계속해 늘어난다. 교사인 아내는 학생들에게 광고 멘트를 말하기 시작하면서 직장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리버마인드 플러스’는 정상적으로 삶을 살기 위해 피해갈 수 없는 선택이었다.

매일 추가 노동에도 구독료를 감당할 수 없었던 남편은 인터넷 방송에서 시청자들이 요구하는 극단적 자해 행동을 하며 돈을 마련한다. 이 사실을 조롱하는 동료와 싸움이 붙으며 직장에서 해고되고, 더 이상 구독료를 감당할 수 없어 사정이라도 해보려 찾아갔지만 직원은 그들의 부탁을 칼같이 거절한다. “시스템상 입력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다. 이제 회사는 ‘리버마인드 럭스’ 요금제로 이용자들의 돈을 끌어모은다. 앱을 통해 이용자가 본인의 감각을 실시간으로 조절할 수 있는 무려 1000달러 짜리 추가 요금제다.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고 1년이 지난 후, 이제 아내의 하루는 잠 자는 시간과 광고를 말하는 시간뿐이다. 남편은 전 재산을 털어 30분짜리 럭스 요금제를 구매해 아내에게 선물한다. ‘평온함’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아내는 “시간이 됐어. 내가 아닐 때 해줘”라며 미소 짓는다. 30분의 구독 시간이 끝나고 남편은 다시 광고 멘트를 내뱉는 아내의 얼굴을 베개로 누르며 울부 짖는다. 그리곤 스스로도 인터넷 방송을 하던 골방에서 목숨을 끊는다. 결국 구독 등급으로 인간 존엄성을 나누는 세상에서 부부가 택할 수 있는 건 죽음뿐이었다.

화면 속뿐 아닌 현실에도 있는 ‘구독 공포’

부부의 모습이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여서 였을까, 드라마가 끝나자 알 수 없는 불쾌함과 찝찝함이 올라왔다. 드라마는 직관적으로 구독경제 시스템을 비판한다. ‘광고 멘트’ 설정은 강제로 재생되는 광고를 보지 않기 위해 요금제를 구독해야 하는 여러 OTT 플랫폼 장치와 같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플랫폼이 설정한 요금제 안에서 제한된다. 계속해 업데이트되는 새로운 기능은 기존 서비스 이용에 불편함을 주면서 업그레이드를 유도한다. 기술은 모두에게 열려 있는 듯 보이지만, 자본은 촘촘한 장벽을 세운다. 가상의 미래처럼 보이는 ‘리버마인드’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다.
대화 도중 아내가 갑자기 자동 광고 멘트를 내뱉는 장면은 지금의 ‘인플루언서 시대’도 연상케 한다. SNS에선 수많은 인플루언서들이 기업의 협찬을 받아 광고를 하고, 구독자들을 모아 ‘공구’(공동 구매)를 진행한다. 구독자들은 공구를 통해 또다시 제품을 홍보하고, 그렇게 SNS는 사람들의 일률적인 광고 멘트로 도배된다. 광고인 영상과 광고가 아닌 영상은 갈수록 구분하기 어렵다. SNS 이용자들은 알고리즘을 잠식한 무한 개의 광고 속에 빨려 들어간다.

인스타그램 지우고 살아보기, 괜찮을까

이러한 알고리즘은 이젠 당연한 현실이다. 삶을 영위하기 위해 절대 구독을 끊을 수 없게 만드는 리버마인드의 전략은 현 시대의 ‘중독’을 상징한다. 끊어낼 수 없는 알고리즘 속에 이용자들은 빠르게 중독되고, 더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영상을 추구한다. 틈만 나면 SNS를 켜고 습관적으로 릴스(짧은 영상)를 내린다. 수백 개의 릴스를 넘기며 의미 없는 시간을 허비한다. 개인적으로 내겐 인스타그램이 유튜브보다 더 ‘악질’이었다. 그나마 좋아하는 취향의 영상을 골라 보곤 했던 유튜브와 달리 인스타그램의 세계는 무방비였다. 지긋지긋한 광고와 중독에 기분이 나빠지면서도 벗어나긴 쉽지 않았다.
‘보통 사람들’ 속 부부가 ‘죽음’으로써 이 늪에서 벗어난 순간, 나 또한 인스타그램에서 탈출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스쳤다. 10년 간 한 번도 지우지 못했던 인스타그램을 삭제했다. 삭제하고 나니 일말의 통쾌함이 느껴진다. 자랑거리를 보여주고만 싶었던 인스타그램에서 사라져버리는 경험은, 느껴보지 못한 해방감을 줬다. 인스타그램 없는 인생 3일차. 기형적인 플랫폼 시스템과 중독에서 벗어나려는 이 시도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담은 못하겠다. 중요한 건 파괴적인 알고리즘의 노예에서 벗어나 조금 더 보통 사람들에 가까운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는 과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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