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물줄기 위에 잔잔히 떠 있는 선유도는 본래 빼어난 풍광으로 많은 예술가의 사랑을 받던 섬이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옛 모습은 희미해졌고, 1978년부터 22년 동안 서울 서남부 지역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정수장으로 기능했다. 기계 소리와 차가운 콘크리트가 가득하던 이곳은 2002년 4월 국내 최초의 환경재생 생태공원으로 탈바꿈하며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과거의 구조물을 허무는 대신 그 흔적 위에 자연을 덧입힌 시도는 이곳을 서울에서도 독특한 분위기를 지닌 공간으로 만들었다.섬으로 향하는 길목인 선유교는 그 자체로도 조형미가 돋보인다. 한강의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도록 완만한 곡선으로 설계된 이 다리는 한강을 대표하는 보행 전용 교량으로 꼽힌다. 469m에 달하는 다리 위를 걷다 보면 발밑으로 흐르는 한강의 물결과 머리 위로 펼쳐진 넓은 하늘이 시원한 개방감을 준다. 특히 해 질 녘 선유교 위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전경은 인상적이다. 붉게 물드는 노을과 하나둘 불을 밝히는 도시의 야경은 화려함과는 다른 고요한 분위기를 전한다. 밤이면 무지개 조명이 켜지는 다리의 모습도 한강의 운치를 더한다.공원 안으로 들어서면 과거 정수장의 흔적이 자연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가장 인상적인 공간으로 꼽히는 ‘녹색기둥의 정원’은 정수지의 지붕을 걷어내고 남겨진 콘크리트 기둥을 담쟁이덩굴이 감싸며 만들어진 공간이다. 질서 있게 늘어선 기둥 사이를 걷다 보면 신전의 회랑을 떠올리게 하는 분위기를 느끼게 된다. 수질정화원에서는 과거 약품침전지였던 공간에서 자라는 수생식물들이 물을 정화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송수 펌프실을 개조해 만든 이야기관은 선유도와 한강의 역사를 담은 전시 공간이다.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건물 안에서는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지점을 마주할 수 있다. 농축조와 조정조를 재활용한 네 개의 원형 공간은 이제 어린이 놀이터와 환경 교실로 활용되며 활기를 더하고 있다. 거친 콘크리트 벽면과 대비되는 푸른 잎사귀는 과거 산업화의 상징이던 장소가 어떻게 치유의 공간으로 거듭났는지를 보여준다.
선유도공원은 매일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전시 공간인 '이야기관'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동절기에는 오후 5시까지로 이용 시간이 제한된다. 매주 월요일은 전시 공간 휴관일이므로 방문 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지하철 9호선 선유도역에서 도보로 약 10분, 2호선과 9호선이 지나는 당산역에서 도보로 약 15분 정도 걸려 접근성도 좋은 편이다. 주차 공간은 장애인 전용 구역만 마련돼 있어 일반 차량 이용자는 인근 양화한강공원 3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과거 시민들의 목마름을 채워주던 정수장은 이제 시민들이 쉬어갈 수 있는 공원으로 바뀌었다. 낡은 공간에 자연을 더한 선유도공원은 서울 한복판에서도 여유롭게 걸으며 둘러볼 수 있는 장소다. 복잡한 도심에서 잠시 벗어나 한강의 바람과 자연 풍경을 느끼고 싶을 때 찾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