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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장비사 R&D 투자 확대, 하반기 수주 대비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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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익IPS의 반도체 연구소 내부 모습 사진=원익IPS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지난해 실적 개선이 더딘 가운데서도 연구개발(R&D) 투자를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올 하반기 본격화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설비 투자 확대에 발맞춰 차세대 장비 개발에 선제적으로 착수한 것이다.

24일 주요 업체들이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주성엔지니어링의 지난해 R&D 비용은 약 1069억원으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1000억원을 돌파했다. 2020년(약 521억원)과 비교해 5년 사이 2배 증가한 규모다. 특히 지난해 총 영업이익은 312억5700만원으로 전년 대비 67.8% 급감했지만 R&D 투자는 같은 기간 13.5% 늘었다.

다른 업체들도 R&D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다. 유진테크는 총 953억원으로 전년보다 19.1% 증가했다. 정부보조금이 전년보다 약 20억 가량 줄었지만 자체 예산을 더 확보해 투입을 늘렸다.

원익IPS는 1675억원을 투자해 반도체 웨이퍼 수율 개선을 위한 자체 가스 분사기 개발에 속도를 올리고 있고, PSK 역시 2나노 이하 초미세 웨이퍼 가공 장비 등을 개발하기 위해 357억원을 투자했다.

국내 반도체 장비 업계의 R&D 강화는 지난해 실적 성과와 대비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힘입어 역대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했지만 장비 업체들의 실적 개선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뎠기 때문이다. 한미반도체의 경우 4분기 영업이익이 276억4000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1.6% 대폭 줄기도 했다.

장비 업계의 실적 반등이 늦어진 데에는 과거 극심한 수주 경쟁 과정에서 체결된 저가 수주 물량의 여파가 남아있어서다. 또 메모리 기업의 설비 투자가 장비사의 실적으로 연결되기까지는 통상 6개월에서 1년 이상의 시차가 발생하는 특성도 작용했다.

하지만 업계는 당장의 실적 부진을 뒤로하고 미래 기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 잡기 위한 메모리사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일찌감치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 체제에 돌입했다. 범용 D램 공정의 미세화와 낸드플래시 적층 기술 고도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생산시설 확대에 따른 추가 장비 도입도 예견된 수순이다. 삼성전자의 평택캠퍼스 제4공장(P4)을 비롯해 SK하이닉스의 청주 M15X,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대규모 팹(Fab) 조기 가동이 가시화되면서 장비 수주 규모는 전년 대비 대폭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공정 난이도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기존 장비에서 완전히 새로운 차세대 공정 장비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장비 업계의 R&D 확대를 견인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장비 업계가 업황 회복의 온기를 온전히 누리지 못했음에도 R&D 비중을 높인 것은 올 하반기부터 시작될 본격적인 수주 랠리를 대비한 조치"라며 "지금 확보한 반도체 장비 기술력이 향후 몇 년간의 시장 점유율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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