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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외면한 신동빈, 자사주 5%만 소각… 꼼수 밸류업에 주총장 '냉랭'
IT조선자사주 5% 소각·예외조항 논란… 상법 개정 취지 역행 지적
24일 오전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롯데지주 제51기 정기 주주총회 현장은 주주들의 불만이 이어졌다. 지난 2월 통과된 3차 상법 개정안 시행 이후에도 주주가치 제고에 소극적이라는 지적과 함께, 실적 악화와 주가 부진이 지속된 데 따른 반발이다.

올해 주총에서 롯데지주는 자사주 일부 소각과 정관 변경안을 제시했지만, 시장에서는 “밸류업을 가장한 자사주 활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전체 발행주식의 27.5%에 달하는 자사주 가운데 5%만 소각하기로 하면서, 주주환원보다 지배력 관리에 무게를 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최근 주요 기업들이 자사주 전량 소각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는 것과 비교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자사주 소각 원칙을 정관에 명시하면서도 ‘경영상 목적’이라는 예외 조항을 포함한 점이 논란을 키웠다. 시장에서는 27.5%에 달하는 막대한 자사주가 주주환원이 아닌 지배력 유지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지분 6.4%를 보유한 국민연금은 “주주가치 제고 취지에 어긋난다”며 반대표를 던졌다. 이번 정관 변경이 실질적 밸류업인지,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장치인지에 대한 공방도 이어졌다.
"경영권은 방어가 아닌 경영 성과와 주가로 증명해야"
주주들의 문제 제기는 배당과 경영진 보수, 신사업 전략 등 전반으로 확산됐다.
한 주주는 “배당은 50원 정도 인상에 그쳤다”며 “바이오 사업 방향은 긍정적이지만 구체적인 전략과 실행 계획이 제시되지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주는 “주가가 부진한 상황에서 사내이사들이 그대로 재선임된 점도 납득하기 어렵다”며 “회사 상황은 좋지 않은데 신동빈 회장은 높은 보수를 유지하고 있다. 주가 부양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 대표는 “기업가치를 높이고 지속 성장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수익성 중심 경영 방침을 지켜나가겠다”며 “올해는 실질적인 턴어라운드 성과로 주주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설명에도 시장의 의구심은 쉽게 해소되지 않는 분위기다. 과거 롯데지주가 자사주 5%를 계열사인 롯데물산에 매각했을 당시에도 ‘지배력 강화 수단’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어, 이번 자사주 정책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은 여전히 냉랭하다.
2025년 10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고 대표가 “자사주는 회사의 자산”이라고 발언한 점도 다시 거론됐다. 자사주를 주주 몫의 자본이 아닌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인식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롯데지주는 과거 자사주 관련 발언으로 신뢰 훼손 사례가 있었고, 소각 대신 계열사 거래 등에 활용해 ‘꼼수’ 논란이 이어져 왔다”며 “이번 정관 변경 역시 소각 원칙을 두면서도 예외를 넓혀 상법 개정 취지를 우회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법 개정으로 자사주 전량 소각이 원칙이 되는 만큼, 임직원 보상용 일부를 제외하고는 보유 명분이 약하다”며 “주식 보상은 가능하지만 그 외 목적의 자사주 보유는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경영권은 방어의 대상이 아니라 경영 성과와 주가로 증명하는 것”이라며 “경영권 방어를 이유로 자사주를 유지하겠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했다.
한편 이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주총에 참석하지 않았다. 롯데지주는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개정, 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6개 안건을 모두 원안대로 가결했다. 신 회장을 비롯해 고정욱·노준형 대표이사 등 기존 경영진은 재선임됐으며, 신규 사외이사로 조병규 이사가 선임됐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