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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라는 말에 대하여
자유라는 말에 대하여
요즈음 누가 자꾸 자유라는 단어를 가두고 있는 것 같다
자유가 필연이면 자유가 아니고
자유는 사치가 아니면 아픈 손가락이고
자유라는 말이 근조 화환을 목에 걸고 다니는 것 같고
자유는 해일처럼 비약적인 것인가 아닌가
자유롭게 생각하고 싶은데 누가 묶고 있는지
자유의 반대말은 속박인가 수갑인가
뉴욕에 갔을 때 자유의 여신상을 보려고 리버티섬에 갔다
자유의 여신상은 프리덤섬이 아니라 리버티섬에 있다
자연적인 자유도 법적 자유 안에 들어 있다는 것이겠다
자유의 여신상은 멋진 명품 구두가 아니라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조각가가 자신의 어머니를 모델로 여신상을 만들었고
어머니의 슬리퍼로 여신상의 슬리퍼를 만들었다
자유는 그렇게 편하고 쉽고 말랑말랑하고 허름한 슬리퍼를 신고 다닌다
자유는 그렇게 내 몸에 맞는 슬리퍼와 같을 것이다
주민센터에 있는 폐의약품 수거함에 안 먹는 약을 버리려고
알약 보따리를 들고
광동병원 앞 횡단보도를 막 건너고 있을 때
번역원 본부장님과 직원들과
새로 취임하신 은발의 번역원장님을 얼핏 만났다
본부장님이랑 아랍에미리트, 샤르자 국제도서전을 함께 다녀온 뒤
일년 만의 상봉이었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짧은 시간에 나는 불시에 너무 반가워서
손을 잡고 마구 환하게 웃었다
나는 그때 세수도 안 하고 머리도 안 빗고
초라한 꼴로 동네를 누비다가 횡단보도 한가운데서 만난 것인데
그때 불현듯 나는 내가 자유롭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그런 빵점 같은 힘찬 자유가 나는 좋다
그것은 말하자면 자유의 여신상의 슬리퍼와 같은 것이었다
* 김승희, [빵점 같은 힘찬 자유]에서 (56~57)
- 창비시선 530, 2026. 1.21
:
편하고 쉽고 말랑말랑하고 허름한 슬리퍼같은
그런 빵점 같은 힘찬 자유가 나도 좋다
지난 주말은
그렇게 자유롭게 보내었다
한 발짝도 나가지 않고,
( 260323 들풀처럼 )
#오늘의_시
- 사진 : 1968 "혹성탈출 1" 스포일러? !!!

- 노래: 하덕규, "자유" - 민중가요인줄 알았는데, 훗날 알고보니 CCM 이었던 노래 !
https://youtu.be/6PmwxuuGdtI?si=KFqHP-44nVYmS4m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