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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 선 기업]2라운드 앞둔 '중처법 1호' 삼표…'경영책임자 기준' 도마 위
아시아투데이중처법 6조 1호는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해 중대산업재해를 초래할 경우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여기서 '경영책임자'는 사업을 대표·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자 또는 이에 준해 안전보건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을 뜻한다. 즉 '최고 결정권자'에게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경영책임자를 최고 결정권자인 정 회장이 아닌 안전·보건 조치를 이행하고 감독하는 자들로 판단했다. 사고와 관련해 사업장에 대한 '실질적 지배권'을 누가 행사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판단한 것이다.
지난 2월 의정부지법 형사3단독 이영은 판사는 정 회장과 이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사는 "정 회장이 중처법상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구체·실질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이 전 대표도 법령에 따른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채 작업을 지시했다거나 이를 방치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법인의 경우, 대표이사 외의 인물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그 인물이 실질적으로 회사를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을 갖고 있었는지와 그로 인해 대표이사가 중처법상 의무를 이행하기 어려웠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삼표의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정 회장에 대해 "부문별 정례보고에 참석했고 대표자와 담당 임원에게 직접 보고받거나 지시 내린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이러한 보고와 회의가 경영상 결정을 내리는 절차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그룹 규모와 조직에 비춰 볼 때, 정 회장이 중처법상 의무를 구체·실질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지위에 해당한다고 단언할 수 없다"고도 했다.
법원은 산업안전보건법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받는 이 대표이사에 대해서도 그가 골재 부문 직무 전반에 전결권을 행사하는 지위에 있었지만 사고 당시 현장소장이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 있었다는 점 등에 주목해 무죄를 선고했다. 현장소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2020년 4월께 한 채석변경신고나 양주사업소에서 이뤄진 채석작업의 위치와 방법은 사업소장인 자신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진술한 점이 주요 증거가 됐다.
선고 이후 일각에서는 1심 재판부가 경영책임자의 범위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최고경영진의 책임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책임이 현장 내부에서만 반복되는 구조를 끊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사건의 고발 대리인을 맡았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노동위원회 위원장 신하나 변호사는 "채굴을 하면 안 되는 곳을 채굴하다가 지반이 무너져 내린 사고인데, 이는 하급자가 아닌 상급자들이 결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이라면서 "이미 정 회장 등 최고경영진이 관여한 부분들이 모두 입증됐기 때문에 2심에서는 새로운 판단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재판은 2라운드에 돌입했다. 해당 사건은 지난 5일 접수돼 의정부지법 형사3부에 배당된 상태며 현재 피고인들은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 중이다.
2심 주요 쟁점 역시 '경영책임자를 누구로 볼 것인지'가 될 전망이다. 삼표 측은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 "안전 보건 관리 체계를 한층 더 강화해 나가고 향후 재판에서도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