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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일가족 5명 숨진 채 발견, 생활고 겪으며 비극적 선택
조선비즈
울산 울주군의 한 빌라에서 30대 가장과 네 자녀가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이들이 심한 생활고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울산 울주군과 울주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4시 48분쯤 울주군 온산읍의 한 빌라 방 안에서 아버지 A(34)씨와 미성년 자녀 4명이 사망한 채 발견됐다.
숨진 자녀 가운데 첫째 딸인 B양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이들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B양의 담임 교사였다. 경찰은 이날 오후 2시 20분쯤 “B양이 사흘째 등교하지 않는다”는 담임 교사의 신고를 접수하고 자택을 확인하다가 안방에서 숨져 있던 일가족을 발견했다. 이들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사건 현장에서는 A씨가 생활고와 네 자녀 양육의 고충을 토로하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는 ‘아내에게 미안하다, 사랑한다’고 적힌 내용도 들어있었다.
A씨는 최근까지 특별한 직업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까지 보험사에서 근무하던 아내가 지난해 말 범죄 연루로 교정 시설에 수감되면서 이후 별다른 수입원 없이 A씨 혼자 네 아이를 양육하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A씨는 지난해부터 울주군의 복지 지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울주군 온산읍 행정복지센터는 지난해 2월부터 3개월 동안 이 가정에 긴급 생계 지원비와 주거비 명목으로 총 805만원을 지원했다고 발표했다. 쌀과 휴지, 라면 등 각종 생필품도 지난달 26일까지 8차례에 걸쳐 전달됐다. 전기밥솥 등 가전제품도 지원 목록에 포함됐다. 부모 급여와 아동 수당 등 매달 약 140만원의 양육 관련 지원금도 지급됐다.
울주군 관계자는 “A씨에게 현금성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초생활수급자나 한부모 가정 등 추가로 복지 지원이 가능하다고 안내했으나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이달부터 학교와 어린이집도 정상적으로 등원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B양은 지난 3일 개교 첫날부터 6일까지 학교를 결석했다. 당시 담임 교사가 “아동 방임이 의심된다”고 신고하면서 경찰과 울주군 학대전담팀이 A씨의 집을 방문했다.
경찰 출동 당시 아동 학대 정황은 현장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B양을 포함한 자녀들의 표정과 의복 상태 등 전반적인 양육 환경은 양호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이후 9~13일 동안 B양은 정상적으로 등교했지만, 지난 16일부터 다시 학교에 가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둘째(4)와 셋째(2)도 다니던 어린이집을 이달 초 퇴소했다. 이후 A씨가 생후 5개월인 막내까지 세 아이 모두 집에서 돌봐온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외부 침입 흔적이 없고 유서가 발견된 점으로 미루어 A씨가 처지를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정확한 사망 경위를 밝히기 위해 부검을 진행하고 주변인을 상대로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 또는 SNS 상담 마들랜(www.129.go.kr/etc/madlan)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