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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발 에너지 위기에 각국 원전,재생에너지 정책 재설계 가속
아시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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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으로 촉발된 글로벌 에너지 충격이 각국의 에너지 정책을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 원유·가스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재생에너지 확대와 원전 재검토, 공급망 다변화 움직임이 동시에 확산하는 모양새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이 미국·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핵심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세계 에너지 시장은 2020년대 들어 세 번째 대형 충격에 직면했다. 이로 인해 각국 정부는 화석연료에 대한 구조적 의존 위험을 다시 평가하기 시작했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 시절 에너지 자원 담당 국무부 차관보를 지낸 제프리 파이어트는 "에너지 안보 문제가 지금처럼 심각했던 적은 없다"며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시장은 걸프 지역 자원을 당연하게 여겼지만, 앞으로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주요 에너지 소비국들은 정책 재설계에 나섰다. 유럽은 수십 년간 축소해온 원자력 정책을 선회해 신규 투자 보증 프로그램을 발표했고, 주요 에너지 수입국들은 특정 지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중국도 전쟁 발발 직후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산하 기관을 통해 재생에너지 전환 가속과 비상 비축 확대, 대체 공급원 확보 필요성을 제기했다. 외교부 산하 싱크탱크 베이징국제대화클럽의 왕진 연구원은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에너지 공급망과 생산 체계를 재검토하고 원전과 청정에너지에 더 주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단기적으로는 각국이 사상 최대 규모의 전략 비축유 방출과 함께 에너지 절약 조치를 병행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 국가들은 소비 절감과 긴급 수급 안정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현재 전 세계 원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의 약 20%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차질을 빚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를 "역사상 최악의 에너지 공급 차질"로 평가했다.

이번 사태에 앞서 2020년대 들어 두 차례 에너지 위기가 발생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럽의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급격히 낮추는 계기가 됐고,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은 수요 급락과 이후 공급 부족을 초래했다.

특히 아시아는 중동 의존도가 높아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원유와 LNG 대부분을 중동에서 수입하는 구조 탓에 가격 상승과 공급 차질을 동시에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원전 재가동 논의도 급부상하고 있다. 대만에서는 공밍신 경제부 장관이 지난 11일 폐쇄된 마지막 원전의 재가동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본 역시 후쿠시마 사고 이후 중단된 원자로 재가동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 최대 수입국으로서 정유업체 시노펙이 생산량을 10% 줄였고, 국내 공급 안정을 위해 연료 수출을 제한했다.

미국은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중동 의존도가 낮아 공급 측면의 직접적인 충격은 크지 않다. 하지만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은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정책 부담이 커지고 있다.

백악관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오히려 화석연료 생산 확대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테일러 로저스 백악관 대변인은 "호르무즈 해협과 같은 병목 지점이 보여주듯, 동맹국들은 안정적이고 저렴한 원유와 천연가스 생산 인프라에 투자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은 전쟁 이후 화석연료 수입 비용이 60억 유로(약 10조 3338억 원) 증가하며 전력 가격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유럽이 비싸고 변동성이 큰 화석연료 수입에 의존하는 것은 구조적 약점"이라며, 2억 유로 규모의 차세대 원전 투자 보증 계획을 제시했다. 그는 지난 25년간 원전 비중 축소를 "전략적 실수"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탈탄소 정책에도 새로운 리스크가 제기된다. 유럽의 재생에너지 확대가 중국산 기술 의존도를 높일 수 있다는 우려다. 유럽의회 소속 바르트 흐로트하위스 의원은 "중국 기술에 대한 새로운 의존이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이란 사태가 서방의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에 대한 제재를 재검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쟁 발발 이후 공급 차질이 발생하면서 EU와 아시아 수입국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LNG는 EU 전체 가스 수입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인 2021년의 20% 수준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로, 당시 유럽이 러시아산 파이프라인 가스를 대체하기 위해 LNG 의존도를 높인 결과다.

글로벌 원자재 거래업체 비톨의 한 가스 트레이더는 "유럽 정치권이 다시 수세에 몰리고 있다"며 "지금 상황은 2022년이 다시 반복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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