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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글로벌 톱3 비결, 품질경영과 미래 기술
EV라운지
많은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의 성장 원동력으로 1967년 회사를 설립한 정주영 선대회장의 이른바 ‘불굴의 도전정신’을 꼽습니다. 그의 수많은 어록은 현재까지도 회자됩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임자, 해 봤어?”는 도전하지도 않은 채 불가능하게 여기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어려웠던 한국 산업에 경종을 울린 한 마디였습니다.
1998년 기아를 인수하며 현대차와 기아 회장에 오른 정몽구 회장은 질적 양적 측면에서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에 집중했습니다. 특히 끈질길 정도로 ‘품질경영’을 밀어붙였습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2016년 미국 시장조사 업체 제이디파워의 신차 품질조사에서 현대차와 기아가 처음으로 최우수 평가를 받아냈습니다. 품질경영은 글로벌 빅5 자동차 기업으로 거듭난 비결과 일맥상통합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정주영 창업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의 고객 중심 가치관와 경영철학을 고스란히 이어받았습니다. 정의선 회장은 2020년 취임 당시 “두 분의 숭고한 업적과 기업가 정신을 이어받아 국가경제에 기여하고, 더 나아가 인류의 행복에 공헌하는 그룹의 새로운 미래를 임직원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현대차그룹의 위상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2022년 처음 글로벌 판매 3위에 오른 이후 ‘톱3’를 지속하고 있고, 영업이익률은 업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뿐만아니라 현대차·기아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세계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 A를 획득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전동화, 수소,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로보틱스, 자율주행, AAM 등 미래 기술 전반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며 자동차 산업의 틀을 뛰어 넘어 인류의 자유로운 이동과 연결이 가능하도록 모빌리티 영역을 재정의하고 있습니다.
전동화라는 거대한 전환의 흐름 속에서 글로벌 완성차 산업은 복합 전략 시대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특정 기술에 집중하기보다 멀티 파워트레인과 미래 모빌리티 전반을 동시에 공략하는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이는 불확실성이 큰 시장 환경에서 위기를 분산하는 동시에, 각 시장별 최적 해법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입니다.
모빌리티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전동화 전환이 예상보다 더딘 환경 속에서 특정 기술에 집중하기보다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병행하는 ‘멀티 전략’을 채택한 점이 특징입니다. 이는 시장 불확실성을 분산하고, 각 지역별 최적의 해법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됩니다.

현대차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기존 보조 모터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P1과 P2 모터를 병렬로 구성한 듀얼모터 아키텍처에 있습니다. 엔진에 직결된 P1 모터는 시동과 발전, 보조 토크를 담당하며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고, 변속기와 연결된 P2 모터는 실제 구동과 회생제동을 수행합니다. 이러한 역할 분리는 엔진과 모터 간 효율적인 협업을 가능하게 하며 동력 전달 과정에서의 지연과 이질감을 줄여 주행 완성도를 높이는 효과를 냅니다.
엔진에서는 과팽창 사이클을 기반으로 한 열효율 개선이 핵심 기술로 적용됐습니다. 압축 대비 팽창 비율을 높여 연소 에너지의 회수율을 극대화하고, 불필요한 손실을 줄이는 방식입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 특성상 엔진이 효율이 높은 구간에서만 선택적으로 작동한다는 점과 맞물리면서 전체적인 연비 향상에 크게 기여합니다.
성능에서도 의미 있는 진전이 확인됩니다. 차세대 2.5 터보 하이브리드 기준으로 연비는 약 40% 이상 개선됐다는 게 현대차그룹 설명입니다. 출력과 토크 역시 각각 두 자릿수 수준으로 상승했습니다. 이는 하이브리드가 더 이상 소형차 중심의 경제형 파워트레인에 머무르지 않고, 대형 SUV나 고급차 영역까지 확장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주목할 부분은 전기차 수준의 기능이 적극적으로 도입됐다는 점입니다. 외부로 전력을 공급하는 V2L, 엔진 구동 없이 공조 시스템과 전장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스테이 모드, 주행 환경에 맞춰 회생제동 강도를 조절하는 스마트 제어 기술, 그리고 내비게이션과 연동된 예측형 에너지 관리 시스템 등이 대표적입니다.

특히 고전압 기반 충전 시스템은 사용자 경험을 크게 바꾸는 요소입니다. 800볼트 전압 체계를 적용하면 동일한 전력량을 더 낮은 전류로 전달할 수 있어 발열이 줄어들고 충전 속도가 빨라집니다. 이로 인해 충전 시간이 대폭 단축됩니다. 실제로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충전 시간은 불과 10분 남짓입니다. 또한 배터리 관리 시스템은 셀 단위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온도와 충전 상태를 최적화함으로써 배터리 수명과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합니다.
배터리 기술 자체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현재 주력인 리튬이온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와 출력, 안정성 간 균형이 중요합니다. 니켈 함량을 높인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아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지만, 안정성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반면 LFP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는 낮지만 안정성과 비용 측면에서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 차량 용도에 따라 다양한 배터리 화학계를 적용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전고체 배터리와 같은 차세대 기술 개발에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전기차의 진정한 경쟁력은 소프트웨어에서 결정됩니다. 차량 내 다양한 전자제어장치는 하나의 통합된 시스템으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차량은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플랫폼이 됩니다. 무선 업데이트 기술을 통해 차량의 성능과 기능을 구매 이후에도 개선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자동차를 완성품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기반 서비스로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수소 기술은 또 다른 축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은 화학 반응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배출되는 것은 물뿐입니다. 기술적으로는 연료전지 스택의 효율과 내구성이 핵심입니다. 스택 내부에서는 수소 이온이 이동하며 전자가 외부 회로를 통해 흐르는데, 이 과정에서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대차그룹은 촉매 효율 개선과 분리판 구조 최적화 등을 통해 출력 밀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수소차는 특히 상용차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습니다. 대형 트럭이나 버스는 배터리만으로 충분한 주행거리를 확보하기 어렵고, 충전 시간 역시 부담이 됩니다. 반면 수소는 짧은 시간 내에 충전이 가능하며 장거리 운행에도 적합합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물류와 운송 분야에서 수소차 도입이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전략의 중심에는 생산 공정의 디지털화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설계, 생산, 물류, 품질 관리에 이르는 전 과정을 하나의 데이터 흐름으로 연결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있습니다. 실제 공장을 가상 공간에 그대로 구현해 공정 변경이나 설비 배치를 사전에 검증함으로써 시행착오를 줄이고,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을 동시에 추구하는 구조입니다. 이는 신차 개발 주기 단축과 초기 품질 안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최근 생산 현장은 로봇과 인공지능 기반 자동화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용접, 도장, 조립 등 기존 자동화 영역뿐 아니라, 부품 이송과 검사, 물류까지 자율화 범위가 넓어지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로봇 계열사인 Boston Dynamics 기술을 생산라인에 접목해 이동형 로봇과 협동로봇을 활용한 유연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데이터 활용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특히 공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하는 제조 실행 시스템(MES)과 AI 기반 품질 관리가 핵심입니다.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이상 징후를 조기에 감지하고, 불량을 사전에 예방하는 체계를 통해 품질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설비 고장을 예측하는 예지 정비도 병행해 가동률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략은 실제 거점에서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는 대표적인 스마트팩토리 테스트베드로, 소량 다품종 생산과 고객 맞춤형 주문 생산을 실험하는 공간입니다. 이곳에서는 온라인 주문부터 생산, 배송까지 전 과정을 통합 관리하며 전통적인 대량 생산 체제와 차별화된 제조 모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전동화 생산 체계 전환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전기차 전용 공장 구축과 함께 기존 공장도 스마트팩토리화가 병행되며 생산 유연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내연기관 중심 생산 구조에서 전동화 중심으로의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효율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습니다.
스마트팩토리는 생산 공정 전반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함으로써 최적의 생산 조건을 유지합니다. 센서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는 실시간 분석이 이뤄집니다.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즉시 대응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하면 실제 공장을 가상 공간에 구현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사전에 검증할 수 있습니다. 생산 효율을 높이고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먼저 북미 시장에서 현대차·기아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를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전기차 전환 속도가 정책과 인프라에 따라 변동성이 큰 시장이기 때문에 순수 전기차 중심의 단일 전략보다는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유연한 포트폴리오가 요구됩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전용 전기차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모델을 확대하는 한편,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한 SUV 제품군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생산 거점도 확대하고 있습니다. 미국 조지아주 HMGMA를 중심으로 전기차 및 배터리 현지 생산을 통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 요건을 충족하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입니다. 북미 시장을 글로벌 생산 거점으로 삼겠다는 의도를 반영합니다.
유럽 시장에서는 보다 강한 전동화 드라이브가 요구됩니다. 유럽연합(EU)의 탄소 배출 규제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수준이기 때문에 현대차그룹은 이 지역에서 사실상 전기차 중심 전략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내연기관 및 하이브리드 비중을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전기차 판매 비중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것이 핵심입니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는 유럽 소비자의 선호에 맞춘 디자인과 주행 성능, 경쟁력 있는 가격대를 기반으로 전기차 시장 점유율 확대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충전 인프라 확대와 에너지 생태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차량뿐 아니라 충전 서비스 및 에너지 솔루션과의 연계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인도 및 기타 신흥시장은 가격 민감도가 높고 전기차 인프라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급격한 전동화보다는 단계적 전환 전략이 현실적입니다. 내연기관과 소형차 중심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점진적으로 전동화 모델을 확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특히 인도 시장에서는 소형 SUV와 해치백 중심의 전략을 유지하면서, 향후 저가형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모델을 통해 전동화 전환을 유도할 계획입니다. 동시에 현지 생산 비중을 높여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는 전략도 병행되고 있습니다.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