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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화업계 불황에 인력 감축, 고용 유지 지원책 마련 절실
에너지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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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시에 위치한 여수 국가산업단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석유화학 기업들이 지난해 인력 운영 효율을 높이기 위해 임원과 직원 가리지 않고 사람 수를 줄이고 있다. 고부가 소재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하기까지 석화사들이 글로벌 공급 과잉과 수출 감소에 따른 석화산업 시황 부진을 버틸 체력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 주도의 석화산업 구조 재편으로 생산 설비를 대폭 감축하면 고용 유지가 더 어려워지지만 미래 성장 동력과 지역경제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좀 더 강력한 고용 유지 대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7일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 롯데케미칼 등이 공시한 2025년 연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석유화학 기업들은 지난해 임직원 수를 줄였다.

이달 기준 SK이노베이션의 미등기임원은 89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3.3%(27명) 줄었다. LG화학은 8.1%(10명) 줄은 113명으로 집계됐고, 롯데케미칼의 미등기임원은 70명으로 4명 감소했다.

전체 직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SK이노베이션 2064명(4% 감소) △LG화학 1만2869명(7.1% 감소) △롯데케미칼 4349명(8.7% 감소)로 감소세를 보였다.

LG화학은 다음 달 초까지 2006년 이전 입사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접수한다고 최근 공지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은 지난달 희망퇴직 접수를 받았고, 배터리용 분리막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IET)도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화 기업들의 임직원 감축은 시황 부진과 불확실성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초 유분을 비롯한 범용 석화소재 생산이 세계적으로 과잉 상태를 보이면서 석화사들이 수익성 악화 문제를 마주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 석화제품을 수급했던 중국에서 석화기업들이 제품을 직접 생산하기 시작한 영향이다.

2022년까지만 해도 중국이 한국 석화사들의 주요 수출처였다. 그러나 중국이 석화 소재 자체 생산을 확대하며 국내 석화산업의 수출 실적이 나빠졌다. 게다가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아지며 기초 유분 수익성을 대표하는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판매가격에서 제조원가 등을 뺀 값)가 악화했다.

정부 주도 석화 산업 구조개편으로 생산 설비를 감축하는 데도 대비하고 있다. 정부와 석화사들은 나프타분해설비(NCC)를 감축하고 중복되거나 설치한지 너무 오래돼 경쟁력이 없는 생산설비를 통폐합하고 공정을 수직 계열화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논의 중이다. 석화사들은 에틸렌 기준으로 생산 능력을 전체의 18~25%인 연간 270만~380만톤 규모만큼 축소해야 한다.

석화사들 가운데 가장 먼저 사업 재편안을 확정한 충남 대산 석화산단의 롯데케미칼-HD현대오일뱅크의 경우 롯데케미칼이 연간 110만톤의 에틸렌 생산 능력을 보유한 대산공장을 HD현대케미칼에 통합시키고, 대산공장 NCC 가동을 중단할 예정이다. 두 공장 간 중복 설비도 통합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인력을 HD현대케미칼이 승계할 예정이다. 석화 산업을 재편하면서 나타날 수 있는 고용 문제를 최소화하자는 정부와 업계의 취지가 반영된 것이다.

NCC 감축과 중복 설비 통합이 사업 재편의 핵심 내용인 만큼 다른 석화사들에게도 구조개편 이후 효율적인 인력 운영이 과제다. 전남 여수산단의 여천NCC와 롯데케미칼 간 사업 재편 논의에서도 에틸렌 연산 45만톤 규모의 여천NCC 3공장 감축에 더해 추가로 생산 설비를 셧다운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채권단 요구에 부응해 생산설비 감축 결단을 내릴수록 고용 지원을 포함한 \'당근\'이 더 커진다. 이에 생산 감축과 고용 유지 사이에서 최적의 안을 내기 위한 셈법이 복잡하다.

아울러 인력 감축으로 운영을 효율화해 미래 투자 여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도가 있다. 석화사들이 범용 소재 비중을 줄이고 스페셜티 소재의 판매 비중을 확대하는 고부가화 사업 모델을 따라야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비슷한 위기를 마주했던 글로벌 석화사들처럼 첨단 산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의 수요를 충족할 첨단 소재를 개발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철강 소재보다 가벼우면서 강도 같은 물성이 뛰어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나 특수 합성고무 소재 등이 대표적이다. 모빌리티 전동화 추세에 맞춰 석화사들이 뛰어든 배터리 사업이나 양극재·동박 등의 첨단 소재 사업도 수익성이 아직 크지 않지만 미래 산업구조 전환을 대비하려면 계속 투자해야 하는 분야로 꼽힌다. 이에 현재로서는 인력 구조를 효율화해 수익성 악화를 최소화하며 최대한 긴 시간을 버틸 체력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석화산업 구조 재편 이후 고부가 소재 중심으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고용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석화 산업이 지역경제 고용을 뒷받침한다는 점에서도 석화사들의 고용 유지를 지원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석화 기업 뿐만 아니라 이들을 뒷받침하는 플랜트 건설과 운송 같은 업종, 지역 상권까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여수와 대산, 울산 등 주요 석화산단 3곳은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석화사들이 \'뼈를 깎는\' 노력으로 위기 극복과 경쟁력 고도화 방안을 모색해야만 한다"며 “사업 재편안 마련에 따른 지원책을 넘어 세제 혜택이나 전기료 감면, 고용 지원 같은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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