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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공장 장인수 보도, 검증 부실과 유튜브 저널리즘 리스크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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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나온 ‘공소취소 거래’ 의혹이 정치권을 뒤흔들었다. 장인수 기자는 ‘단독’이라며 취재에 근거한 보도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정상적인 기사 형태를 갖추지는 못했다는 지적이다. 막강한 영향력만큼의 검증 체계가 작동하지 않는 ‘유튜브 저널리즘’의 리스크가 단적으로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팩트는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입증하는 것”

MBC 출신의 장인수 기자는 지난 10일 김어준씨의 유튜브 방송에서 “단독 보도”라며 “누가 봐도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볼 수밖에 없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최근 (이 대통령 사건을) 공소 취소해달라는 뜻을 고위 검사 다수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조직 안에서 이 얘기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며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 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한다.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말했다.

통상 기사의 기본 요소라 부르는 육하원칙이 모두 불명확했다. 메시지를 받은 대상은 취재원 보호를 위해 익명을 쓴다 해도 문제적 발언을 한 정부 고위 관계자까지 익명화한 건 일반적이지 않다. 정확히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방법으로 메시지를 전달했는지도 제시되지 않아 장 기자의 발언이 사실인지 추적하기 힘들 정도다. JTBC는 지난 11일 다수 검사장들을 취재한 결과 비슷한 소문을 들었다는 인사는 없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장 기자의 보도가 부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KBS 통합뉴스룸국장을 지낸 임장원 세명대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미디어오늘에 “저널리즘의 기본은 ‘교차 검증’”이라며 “‘공소 취소 요구’와 같은 민감한 사안은 구체적 증언과 녹취, 문건 등 물적 증거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 고위 관계자’라는 모호한 익명 뒤에 숨어 맥락 없이 폭로하는 건 기성 언론의 잘못된 문법을 빌려온 것이기도 하다”며 “팩트는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입증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종명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제보-취재-보도’를 기본적인 저널리즘 스텝이라고 한다면 여기서 (장 기자의 보도는) ‘취재’가 보이지 않았다”며 “사실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누구를 인터뷰했다는 등 기자가 갖은 노력을 다하는 게 ‘취재’다. 그 입증을 사회에다 떠맡기는 건 저널리즘의 기본적 직무 수행을 못 한 것”이라고 했다.

취재 공유 안 하는 게 프로? “시스템 부재 자인”

김어준씨는 장 기자의 보도를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2일 방송에서 김씨는 “미리 자기 패를 까고 테이블에 앉는 카드 플레이어가 어딨나. 기자한테는 그게 자기 패”라며 “기자는 자기 특종을 절대 말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 13일 방송에서도 장 기자와 미리 짜고 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 뒤 “고소·고발 들어오면 좋다. 모조리 무고로 걸어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장 기자의 우발적 발언이라 자신의 책임이 덜하다는 취지로 보인다.

실제 장 기자는 ‘뉴스공장’ 소속이 아니다. ‘공소취소 거래’ 의혹이 나온 당일 방송도 특정 보도를 위해 단독 출연한 것이 아니었다. 장인수 외 3명의 출연자가 있었고 검찰개혁에 대해 토론하던 중 장 기자가 “중요한 게 하나 있다”면서 ‘공소취소 거래’ 의혹을 꺼냈다.

김어준씨가 사전에 몰랐다고 해서 책임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 방송을 진행하는 사회자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설’을 출연자가 생방송에서 갑자기 제기하는 일은 기성 언론에서도 발생한다, 다만 진행자가 출연자에게 사실관계를 계속 묻거나, 단순 의혹에 불과하다는 판단이 들 경우 발언을 중지시켜야 한다.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개인의 주장이라는 것도 강조돼야 했다.

하지만 김씨는 ‘대통령에게 직접 듣지 않는 한 팩트인지 어떻게 알아요?’라고 한번 물은 뒤 장 기자가 “들은 사람이 여러 명”이라고 답하자 사실인지 아닌지 더 캐묻지 않았다. 대신 “그 말한 사람이 대통령 뜻이라고 참칭한 건지 어떻게 아냐는 거지”라며 “요즘은 대통령 뜻을 파는 사람이 워낙 많아가지고”라고 말했다. 그 뒤에도 김씨는 “그 사람이 진짜 말을 했다면 대통령을 팔았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은 거고”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장 기자가 큰 취재를 했네”라고 했다. 장 기자가 언급한 정부 고위관계자가 정성호 법무부 장관으로 유추되는 상황에서 장 기자의 보도를 사실이라고 전제해 정 장관이 대통령 뜻을 팔았을 수 있다고 의심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12일 김어준씨는 “취재 내용의 신빙성은 장인수 기자 본인이 책임져야 할 일”이라며 “(의혹을) 터트릴 장소로 선택할 만큼 뉴스공장 접속자가 많은 걸 우리가 사과해야 합니까”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이종명 교수는 “만약 ‘손석희의 질문들’에서 장인수 기자가 그런 말을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옆에 앉아 있는 손석희 앵커가 김어준씨처럼 그냥 넘겼을까. 아니라는 걸 누구나 알고 있다”며 “김어준씨는 뭔가 뒤에 많이 숨겨져 있는 것처럼 부풀리는 형태로 끝을 주로 낸다. 지상파 라디오나 100분 토론 같은 형태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임장원 교수는 “검증되지 않은 폭로가 전파를 탔다면 그 책임은 분명 플랫폼에도 있다”며 “미디어 플랫폼의 운영자는 ‘방관자’가 아니라 ‘책임자’여야 한다. 영향력이 클수록 ‘게이트 키핑’의 책임도 크게 따르는 건 당연하다. 사전에 몰랐다는 건 프로임을 증명하는 게 아니라 시스템 부재를 자인하는 발언에 가깝다”고 비판한 뒤 “무고죄로 대응하겠다고 나설 게 아니라 뉴스공장의 영향력에 맞는 ‘시스템 개선’을 얘기했어야 했다”라고 지적했다.

청와대 출입하는 ‘뉴스공장’, 저널리즘 원칙 증명해야

검증되지 않은 사실이 확산되는 건 ‘뉴스공장’만의 문제는 아니다. 근거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난 ‘조희대-한덕수 회동설’의 시작도 여권 진영의 유튜브였다. 열린공감TV에서 출발한 음모론을 민주당 의원이 받으면서 다른 유튜브로 의혹이 우후죽순 옮겨갔다. ‘매불쇼’도 지난해 9월 ‘조희대 충격 제보’ 등의 제목을 달아 이를 인용했다. 의혹을 처음 제기했던 유튜브 채널은 녹취가 ‘AI 음성’이라고 공지했지만 이를 제대로 설명하면서 인용한 유튜브 채널은 드물었다.

이종명 교수는 “이른바 ‘유튜브 저널리즘’이라고 불리는 생태계는 제보가 들어오면 그것이 그대로 방송되는 경향이 강하다”며 “장인수 기자가 MBC 보도국에 속해 있을 때, 혹은 다른 지상파 라디오에 출연하고 있을 때 같은 형태의 보도를 할 수 있었을까”라고 물은 뒤 “나쁘게 말하면 가볍고, 좋게 말하면 편안한 유튜브 환경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정치적 얘기를 재밌게 풀어내려는 노력은 가치가 있겠지만 그런 행위를 ‘저널리즘’이라고 명명하는 건 우려스럽다”고 했다.

김어준씨가 검찰개혁 정부안에 이견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공소취소 거래’ 의혹이 나왔다는 점도 주목할 지점이다. 김어준씨가 의심한 대로 정부 고위관계자가 대통령을 팔아 검찰과 거래하려 했다면 정부안에 대해 강하게 반발할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뉴스공장의 논조와 맞는 의혹이었기 때문에 부실한 채로 보도가 나갔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정파성이 부실 보도를 부른 게 된다.
임장원 교수는 “언론이 특정한 가치나 정책적 지향점을 가질 수는 있다. 하지만 저널리즘이 특정 정책을 좌우하려는 ‘플레이어’로 직접 뛰기 시작하면 필연적으로 리스크가 발생한다”며 “정책 방향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취재의 엄밀함을 압도할 때, 저널리즘은 기능을 상실한다”고 했다.

‘뉴스공장’은 문화체육관광부 정기간행물 등록관리시스템에 인터넷신문으로 등록된 정식 언론사다. 청와대에 출입 기자를 두고 있는 매체이기도 하다. 이미 언론으로서 기능하고 있는 뉴스공장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성을 가지려면 그 책임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임 교수는 “유튜브 저널리즘이 기성 미디어에 대한 불신을 먹고 자란 대안 매체라면, 이제는 기성 미디어 못지않게 커진 영향력에 걸맞게 저널리즘 대원칙을 증명해 내야 할 것”이라며 “시사 유튜브 채널들 스스로 ‘저널리즘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오류에 대해 책임지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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