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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 ‘법률조력’ 형사 사건에 편중…“통합지원 필요”
투데이신문
공익법단체 두루와 김남희·박은정·백선희·최기상·최보윤 국회의원, 대한변호사협회는 12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아동·청소년 인권옹호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공동으로 주최했다.
두루에 따르면 헌법과 국제인권규범은 아동·청소년이 권리 침해 상황에서 법률적 조력을 받을 권리를 명확히 보장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형사·소년 사건의 일부에만 국선변호사·국선보조인 제도가 마련돼 있을 뿐 민사·가사·행정 영역에서는 아동·청소년을 위한 법률 조력 제도가 사실상 부재하다. 제도가 없는 만큼 아동·청소년의 권리 옹호를 위해 훈련된 법률 전문가 역시 매우 부족해 절차 전반에서 필요한 법률 조력에 접근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이날 토론회에서는 국회·정부·현장 관계자와 당사자가 함께 참여해 아동·청소년 법률 조력 확대와 제도화를 위한 정책·입법 과제 및 우선순위를 논의하고 지속 가능한 지원체계 마련 방안을 모색했다.
먼저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빈둥 상임활동가가 발제자로 나서 ‘아동·청소년이 경험한 법률 조력의 공백’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빈둥 활동가가 지난해 11월부터 ‘어린이·청소년 인권상담소’를 운영한 결과, 아동·청소년들은 법률 조력 부족으로 인해 권리를 보호받지 못하고 있었다. 예컨대 범죄 피해 이후 적절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의사와 다르게 합의가 진행된 사례, 수업 중 소란스럽게 했다는 이유로 무릎을 꿇게 하고 모욕적인 발언을 한 교사에 문제를 제기했으나 진행 상황에 대한 안내와 조치, 사과도 듣지 못한 사례, 학교 안에서 무슨 일이 있든 이의제기하지 말고 학교의 지시를 따르라는 서약서를 강요받은 사례 등이다.
이를 두고 빈둥 활동가는 “불합리함을 말한 청소년들은 실제로 권리를 보호받지 못하거나 법적으로 충분히 조력을 받지 못했다”며 “또 이들은 대부분 학교, 친권자 등 권력이 있는 이들로부터 보복받을까 두려워하거나 절차에 대한 압박감 등 심리적 스트레스로 인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워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사회는 어린이·청소년 인권침해가 일상적임에도 이를 전문적으로 상담, 법률 조력을 진행하는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법률 조력 공백이 발생하는 이유로는 △상담·법률 조력 인력 부족 △전문용어·복잡한 절차 및 그 과정에서의 소외 △어린이·청소년 인권 친화적인 사법 시스템 지원 정책 및 법적 체계 부족 △어린이·청소년을 통제하거나 배제하는 방향의 법률·정책 등이 꼽혔다.
빈둥 활동가는 “법률 조력 공백의 구조는 어린이·청소년 인권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인식과 어린이·청소년 인권침해를 정당화해 온 사법 제도가 함께 작동하며 만들어졌다”며 “이 공백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은 근본적으로 어린이·청소년 인권 보장일 수 밖에 없다. 관련된 법률과 규정, 정책 등 법적인 원칙들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으로 사회복지연구소 마실의 조소연 대표가 ‘아동·청소년 법률 조력 생태계 로드맵(안)’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조 대표는 “현재 한국의 아동·청소년 법률 조력은 사후 대처 중심, 형사 사건·피해자 지원 편중, 시혜적 관점의 일회성 지원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이로 인해 친권·후견·양육비 등 민사·가사, 학교 징계·복지 급여 등 행정, 사전 예방이 사각지대에 빠져있고 공익 전업 변호사의 수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조 대표는 “한국의 법률 지원은 사후적이고 파편화돼 있는 반면, 해외 선진국은 포괄적이고 자동적인 공적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국가 책무와 생애주기별 통합 옹호로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아동을 보호의 객체가 아닌 독립된 권리 주체로 인정하며 부모의 경제력과 무관한 직권 국선 변호 체계 확립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장애, 시설, 이주배경 등 복합적 장벽을 가진 아동을 위한 맞춤형 조력체계를 구축하고 국가 예산으로 운영되는 안정적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며 “아동인권·발달·심리에 대한 이해를 갖춘 전문 법률가 양성 및 인증제를 도입하고 범부처 아동사법 및 복지 협의체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먼저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 이상희 법원서기관이 아동·청소년의 절차적 권리 보장을 강화하기 위해 국선보조인 보수 현실화, 전문 교육 확대 등 법률 조력 체계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이 서기관은 “미성년 자녀의 권리와 절차적 지위 강화 등이 담긴 가사소송법 개정 논의가 국회에서 조속히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무부 여성아동인권과 차경자 과장은 “아동·청소년과 관련한 개별·영역별 지원에서 벗어나 유기적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적극 공감한다”며 “앞으로 피해자 국선전담변호사 규모를 지난해 48명에서 단계적으로 증원하고 관련 제도 성과 확대를 통해 기존 편성된 범죄피해자 보호기금 내 재원 확대 편성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아동정책과 김정연 과장 “지난해 12월 발표한 제3차 아동정책기본계획 중 ‘법적 체계 정비 및 거버넌스 활성화’ 과제에서 아동기본법을 추진해 아동의 기본권과 아동 정책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역할 등을 명시하고자 한다”며 “이외에도 공공후견 제도화, 아동의 법적 지위 개선, 유엔 아동권리협약 제3선택의정서 비준 등을 추진·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평등가족부 청소년정책과 김성철 과장은 “현재 범죄 피해 청소년에게 형사뿐 아니라 민사·가사 분야의 법률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며 “앞으로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 지원센터의 변호사 배치를 확대하는 등 청소년 법률 지원 체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 나가겠다고”고 언급했다.
교육부 민주시민교육과 황현정 과장은 “학생 인권과 교육권 보장의 관점에서 학교 교육활동을 살피고 이러한 인권 의식이 학생들에게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시도교육청과 함께 지속적으로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추가적으로 부처 내 학교폭력대책과는 준사법적인 학교폭력 사안처리 중심에서 교육적 회복으로 전환을, 학생지원총괄과는 이주배경학생 교육 지원 강화를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