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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열보병부터 지도자 암살까지, 전쟁 패러다임의 변화
최보식의언론
제국주의 전쟁은 파렴치합니다. 아편전쟁 당시 임칙서가 빅토리아 여왕에게 보낸 공개서한만 봐도 명분과 도덕은 청나라에게 있습니다. 그러나 타당한 이치를 굴복시키고 영국의 무역 흑자를 위해 아편을 강매하는 결정은 결국 전쟁으로 결정되었습니다.
가장 결정적인 전투는 팔리교(팔리카오) 전투입니다. 1860년 청나라 팔기군이 영프 연합군에게 완패한 전투입니다. 영프 연합군 1만 명에게 팔기군 5만이 참패한 전투입니다.
전열보병이 기마병을 압살한 전투였습니다. 전열보병이 제국을 연 핵심적인 힘입니다. 칼, 활, 기마로 구성된 구시대 군대를 압살했기 때문이죠.
나폴레옹 군대도 맘루크 군대를 압도 했지요. 19세기 유럽은 전열보병을 이끌고 천하무적으로 세계를 정복해 나간 겁니다.
옆 사람이 총에 맞아도 무표정하게 대열을 유지하는 기율, 일제사격으로 화력을 집중,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대규모 군대. 이 군대는 성은 대포로 부수고 들판에선 전근대 군대를 압살했습니다. 유럽 국가들 간 전투에서는 사상자가 대규모로 발생했지만 전근대 군대와 충돌하면 수십 명의 사망자가 나고 전투가 끝나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5만의 팔기군 기병을 물리친 팔리카오 전투에서 영국은 2명, 프랑스는 3명 전사했습니다. 팔기군은 1,20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나폴레옹과 맘루크가 충돌한 피라미드 전투의 경우 나폴레옹 군대 2만, 맘루크 4만 이상이 맞붙어 사상자 300여 명 대 1만 8 000여 명으로 병력 교환을 했습니다.
군사적 격차가 어마어마한 거였지요.
19세기 이란도 전열보병과 격돌을 합니다. 러시아-페르시아 전쟁에 패배해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등 코카서스 지역을 빼앗겼고 영국-페르시아 전쟁에서 패배해 아프카니스탄(헤라트)를 빼앗기게 되지요.
이란은 영국과 러시아가 그레이트 게임을 벌이는 한복판의 국가였고 러시아와 영국 양국의 완충지대가 되며 독자적인 근대화의 여지가 있었습니다. 러시아와 영국에 완전 복속되지 않고 영토와 이권을 피탈당하며 근대 주권국가의 기틀을 만들어 간 것이지요.
19세기 전열보병이 무적이던 시대가 식민지 확장 시대입니다. 군사적 혁신은 오히려 제국을 무너트립니다. 후장식 소총이 나오고 강선이 발명되고 탄두와 탄피로 구성된 총알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전열보병은 참호보병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남아프리카 보어 전쟁은 전열 보병 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전투이자 20세기의 서막을 알리는 전투였습니다.
1899~1902년으로 이어진 보어전쟁에서 보어인(네덜란드계 이주민의 자손들)은 마우저 c96등의 후장식 소총을 사용했습니다. 그들은 무연 화약을 사용했고 엎드려서 재장전이 가능했기에 영국의 전열 보병들을 쓸려 나가게 됩니다.
붉은 코트를 입고 대열을 맞춰 진격하던 전열보병의 시대는 1899년 12월 검은 일주일 전투를 통해 끝나게 됩니다. 이 검은 일주일 전투가 끝나고 붉은 코트 군복은 사라집니다.
카키색 군복의 시대가 열리게 되는 것입니다. 1899년 12월에 19세기 전열보병시대가 끝나고 20세기 참호 보병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보어 전쟁은 정확히는 참호 전쟁은 아니었습니다. 산병 전술이라고 하는 게 맞는 걸 겁니다. 흩어져서 은폐 엄폐할 자연 기물을 이용해 후장식 소총으로 사격하는 방식이었으니까요.
후장식 소총과 총알은 게릴라전 시대가 개막되었음을 알려주었습니다.
이제 유럽군대가 인명 손실을 최소화하면 상대편 주력 부대를 쓸어버리던 시대는 끝난 겁니다.
맘루크와 팔기군의 긍지를 앞세워 정면으로 제국대 제국으로 전열보병과 충돌하던 시대가 끝난 겁니다.
이제 약자는 게릴라전을 펼치고 방자는 참호전을 치루는 시대가 열린 겁니다. 20세기는 그렇게 시작됩니다.
보어인들은 군복을 입지 않고 낮에는 농부로 방에는 전사로 변신했습니다. 총은 있지만 군복은 없는 군인들. 20세기 민족해방의 군사적 프로토타입은 보어인들이 만든 것이지요.
게릴라전에 대응방법으로 영국군이 발견한 전투 방식이 바로 초토화 작전입니다. 게릴라들을 잡기 위해 보어인의 농장과 집을 모두 불태워 게릴라들의 보급을 끊어버린 것입니다.
또한 영국은 수용소를 만들어 민간인들을 강제 수용소에 가두었습니다. 초토화와 강제수용. 강제 수용소에서 수 만명의 보어인이 질병으로 사망합니다. 어린이와 여성, 노인이 이 사망자의 상당수를 이루었습니다.
영국의 초토화 작전은 반인륜적이라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공군의 전략 폭격, 해군의 전략 포격으로 최종적으로는 핵무기까지 발전합니다.
1945년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인류는 초토화 작전을 전쟁범죄로 규정했지만 초토화 작전은 게릴라에게 당하는 제국에게는 언제나 유혹입니다.
20세기는 대규모 정규전은 참호전과 기갑전, 해방전쟁은 게릴라전. 초토화 작전 금지. 이 축으로 한 세기가 지났습니다.
그리고 21세기. 우리는 드론이 등장한 전쟁, 곧 로봇과 인공지능이 전장에 투입되는 시대를 구경하게 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참호전, 포격전, 기갑전에 드론전이 추가된 새로운 전쟁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란 전쟁은 아주 특이한 양상 하나를 보여줍니다. 지도자를 적진 한가운데에서 제거합니다. 일단 지도자를 개전과 동시에 제거합니다. 그리고 그 후계 지도자, 또 그 다음 후계 지도자를 노립니다. 제국에 굴복하는 지도자가 나올때까지 공개 처형을 합니다. 그리고 상대의 군사 시설뿐 아니라 상대의 인프라와 고가치 자산들을 파괴합니다.
이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군력이 참수 특작부대 또는 사보타주 게릴라 같은 용도로 쓰인다. 상대가 굴복할 때까지 괴롭힙니다.
이란이 보복할 수 있는 건, 주변 국가와 이스라엘. 테러 외에 미국 본토를 공격할 방법이 없습니다.
제국이 하늘에서 게릴라 전을 벌이고 트럼프는 게임 어세신 크리드의 주인공처럼 거물들을 체포하거나 암살합니다. 가히 '어세신' 트럼프라 할 만합니다.
20세기를 연 게 보어전쟁이었다면 21세기를 열고 있는 건 우크라이나, 베네수엘라, 이란으로 이어지는 시리즈네요.
지상군 투입은 답이 없고 지도자 암살은 답이 있을까요?
일단 베네수엘라에서는 성공했고 이란에서는?
오늘 이란은 미국의 두 번째 암살 대상이 될 최고지도자를 선출했네요.
미국과 이스라엘이 몇 번째 지도자까지 암살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몇 번째까지 가야 이란에서 굴복하는 지도자가 나올까요? 이 게임의 방식은 우리가 보던 방식이 전혀 아니네요.
지도자 연쇄 암살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