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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결정적 호수비, 한국 WBC 2라운드행 확정
마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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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조별리그 한국-호주 경기. 한국이 7-2로 호주에 승리해 8강 진출에 성공했다. 눈물을 글썽이는 이정후./도쿄(일본)=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누가 이정후에게 수비를 못한다고 했나.

이정후(28,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올해 중견수를 FA 시장에서 영입한 골드글러버 출신 해리슨 베이더(32)에게 내주고 우익수로 새출발한다. 키움 히어로즈 시절 우익수를 봤기 때문에 적응이 어렵지는 않다.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조별리그 한국-호주 경기. 한국이 7-2로 호주에 승리해 8강 진출에 성공했다. 글러브로 얼굴을 가리고 울고 있는 이정후와기뻐하는 선수들./도쿄(일본)=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단, 주전 중견수는 팀에서 외야 수비를 가장 잘하는 선수라는 상징성이 있는데, 이정후에겐 그게 사라지고 말았다. 물론 미국 언론들에는 팀을 위한 결정이라며 이해한다고 덤덤히 밝혔다. 자신이 2025시즌 중견수 수비가 불안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작년 9월 시즌 종료 후 국내 언론들과의 귀국 인터뷰서는 시즌 중 수비가 흔들려 괴로웠다고 고백했다.

이정후는 키움 시절 중견수 수비를 잘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키움의 한 코치는 타격에 가렸을 뿐, 수비도 리그 탑클래스라고 극찬했다. ‘리그 NO.1’ 박해민(LG 트윈스) 다음 가는 수준은 된다고 했다. 그러나 빅리그 풀타임 첫 시즌이던 작년, 유독 수비 지표가 안 좋았다. 미스터리다.

지나간 일을 되돌릴 순 없고, 이정후는 앞으로 우익수 수비를 잘 하면 된다. 홈구장 오라클파크의 경우 우중간이 넓어서 우익수의 수비범위도 매우 중요하다. 아울러 특유의 강견을 뽐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미 어깨는 메이저리그 외야수 최상급이라는 2차 스탯이 나와있다. 실제 WBC 대표팀에 합류하기 전 시범경기서 멋진 송구 능력을 뽐냈다.

그리고 이번 WBC는 이정후의 중견수 수비력을 메이저리그에 재평가 받을 수 있는 무대다. 대표팀 주전 중견수로 1라운드를 무난하게 소화했다. 그리고 한국이 17년만의 2라운드 진출을 확정한 9일 1라운드 C조 호주와의 최종전서 타격은 물론 수비로도 주목받았다.

한국은 9회초에 천금의 1점을 뽑으며 7-2를 만들었다. 대신 9회말 수비가 매우 중요했다. 1점도 안 내줘야 했다. 1사 1루였다. 릭슨 윈그로브의 타구가 우중간을 가를 듯 날아갔다. 이때 9회초 대주자로 등장한 박해민에게 중견수를 내주고 우익수로 옮긴 이정후의 대처가 돋보였다.

타구속도가 93.4마일(약 150km)로 아주 빠른 건 아니었다. 그러나 사선을 그리며 비행하고 있었다. 이정후 기준에서 처리하기 쉬운 타구가 아니었다. 그러나 낙구 지점을 잘 판단한 뒤 자세를 낮춰 안전하게 걷어냈다. 만약 이정후가 타구를 걷어내지 못했다면 1루 주자가 여유 있게 득점하면서 한국의 3실점 및 2라운드행 실패가 확정됐다. 한국의 마이애미행을 인도한 호수비였다.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조별리그 한국-호주 경기. 한국이 7-2로 호주에 승리해 8강 진출에 성공했다. 기뻐하는 이정후./도쿄(일본)=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이날 이정후는 타석에선 5타수 1안타 1타점 1득점으로 아주 눈에 띄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수비로 한국야구를 구했다. 저평가 받던 수비로 한국을 구해서 더욱 감격적이었을까. 이정후는 계속된 2사 1루서 로건 웨이드가 1루수 뜬공으로 돌아서고 한국의 마이애미행이 확정되자 얼굴을 글러브에 파묻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저마이 존스, 박해민이 이정후와 몸을 부딪히며 좋아하자 글러브가 얼굴에서 떨어졌다. 상기된 눈이 고스란히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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