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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긴장에 고유가 지속, 한국 스크루플레이션 우려
웰스매니지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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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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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지펴진 중동의 불길이 스크루플레이션(Screwflation) 우려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이란 폭격에 이어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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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란간 공습이 이어지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화하면서 전적으로 원유 수입에 의존하는 힌국으로서는 '스크루플레이션'의 소용돌이에 빠질 우려가 커졌다.

스크루플레이션은 '나사를 조인다(Screw)'는 단어와 지속적 물가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성한 말이다. 집값·주식 같은 자산은 오르지 않는데 생필품 물가가 치솟으면서 중산층 이하 서민들의 실질구매력을 갉아먹는 현상을 뜻한다. 고유가가 장기화하면 이 같은 우려가 현실로 펼쳐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오일쇼크발 스크루플레이션과 스태그플레이션에 대비해야 한다' 보고서에서 이번 전쟁의 전개 양상을 4가지 시나리오로 분석해 한국경제 파급효과를 제시했다.
유가 100달러면 성장률 0.3%p 하락

현대경제연구원이 제시한 시나리오 중 현실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비관적 시나리오'다. 수개월간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올해 연평균 국제 유가(두바이유 기준)가 배럴당 100달러 안팎에 달하는 경우다. 이렇게 되면 한국경제 경제성장률은 최소 0.3%포인트 하락하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1%포인트 오를 것이란 추산이다. 경상수지는 260억 달러 악화되는 것으로 현대경제연구원은 분석했다.

미국이나 연합군 지상군이 투입돼 전쟁이 '오일쇼크 시나리오'로 비화하면 상황은 훨씬 심각해질 것이란 우려다. 이 때는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고 성장률은 0.8%포인트 추락한다. 물가는 2.9%포인트 뛰고 경상수지 감소폭도 767억 달러에 달하게 돼 올해 연간성장률이 지난해(1.0%) 수준으로 묶일 것이란 진단이다.

전쟁 쌍방 사이에 간헐적 공습이 이뤄진 뒤 한 달 안에 협상으로 이어진다면 유가는 80달러 안팎에 머물 것이란 예상이다. 성장률과 경상수지에 충격을 입히기는 하지만 타격이 제한적이고, 소비자물가도 0.4%포인트 높아지는 선에서 마무리될 수 있다. 단기간내 협상 타결 시나리오로 가면 유가는 70달러 미만에서 조정을 받게 되지만 현실화 가능성이 매우 낮다.

원유의존도 높은 한국 ‘취약’

한국은 어떤 시나리오든 단기간내 전쟁 종결이 이뤄지지 않고 유가가 급등하면 충격에 특히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경제의 원유의존도(GDP 1만 달러당 원유소비량)는 5.63배럴로 OECD 37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경제 규모로는 세계 12위지만 원유 소비량은 세계 7위에 달해 산업구조가 에너지 집약적인 때문이다.

한국의 원유의존도는 독일(1.60배럴)이나 프랑스(1.57배럴)에 비해 3배를 넘는다. 세계 최대 원유 소비국인 미국(2.37배럴)의 2배를 웃돈다. 가까운 수준이다. 그러니 한국은 유가가 오를 때 경쟁국에 비해 훨씬 더 큰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1인당 원유소비량도 한국은 연간 20.4배럴로 룩셈부르크, 캐나다에 이어 OECD국 가운데 3위다. 지난 1973년 4차 중동전쟁 당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됐을 때나 1978~1979년 이란이 석유 수출을 중단한 2차 오일쇼크 당시에도 한국경제는 큰 대가를 치렀다. 다만 현재는 미국산 원유 수입 비중이 높아진데다 우회 수송 경로도 다변화해 과거보다는 충격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금리인하 기대 꺾여

고유가는 정책 선택지도 좁힐 가능성이 크다. 경기 악화로 금리를 내려야 할 상황이지만 물가가 뛰면 중앙은행에서 금리를 오히려 올려야 할지도 모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강해지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사라지고 오히려 조기인상 사이클 진입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내수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금리인하 카드가 날라가면 체감 경기는 지표보다도 더 빠르게 얼어붙는다. 전쟁 장기화로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고물가 동시발현)이 고착되면 수출의존도 높은 한국경제는 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주저앉는 최악의 상황으로 몰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위기 대응과 관련해 다섯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원유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에 대비해 전략비축유 규모를 재조정하고 기업들이 핵심 원자재 중장기 조달계획을 다시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쟁 충격이 집중될 상반기에 정부 예산을 조기집행하는 방향으로 적극적 재정정책을 펴면서 기대 인플레이션이 올라갈 때에나 통화정책을 쓰는 게 좋다는 진단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체감물가를 잡기 위해 불안한 품목 수입물량을 선제적으로 확대하고 유통단계에서 불합리한 요인을 통제하는 것도 병행할 것을 강조했다. 중장기적으로는 구조 개혁을 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OECD 최고 수준의 원유의존도를 낮추지 않는 한 앞으로도 중동 정세가 흔들릴 때마다 한국경제에 충격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에너지 다소비 업종에 대한 감축 인센티브 도입, 신·재생에너지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DX(디지털전환)·GX(녹색전환)산업 육성 등 경제·산업 구조 자체를 바꾸는 장기 전략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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