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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의존의 시대를 넘어 지방 주권과 책임의 시대로
데일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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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일극 체제 심화와 기존 균형발전 정책의 한계

경기북부 발전을 위한 기능적 분권 및 규제·재정 혁신 필요
대한민국의 국토 공간 구조는 지난 반세기 동안 압축 성장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형성된 불균형 성장 전략의 산물이다.

1960년대 이후 추진된

거점 개발 전략

은 한정된 자본을 특정 지역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국가 부를 비약적으로 증대

시켰으나, 그 이면에는 인구와 자본, 권력이

수도권

이라는 단일 거점으로 수렴되는 극심한

불균형을 고착화

시켰다.

실제로 2015년 수도권의 지역내총생산(GRDP) 비중이 비수도권을 추월한 이래, 2024년 잠정치 기준 52.8%에 이르는 등 수도권 일극 체제는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최근 대전·충남과 광주·전남을 중심으로 부상한

초광역 통합 논의

는 이러한 수도권 블랙홀 현상에 대응해 자생적 경제권을 형성하려는 절박한 생존 전략이다. 그러나 앞서 추진되었던 대구·경북 행정통합이나 부울경 특별연합의 사례가 답보 상태에 머물거나 해산되었던 현실은 기존 균형발전 패러다임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준다.

이들 논의가 외형적으로는 지자체 간의 이견으로 결렬된 듯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통합에 따른 실질적인 행정·재정 권한 이양 요구가 중앙정부로부터 관철되지 않았던 구조적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중앙정부가 핵심 권한을 독점한 채 시혜적으로 일부 사무만 위임하는 방식으로는 광역간 통합은 물론 지역의 자립 동력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

이러한 한계는 수도권 내 ‘이중 주변부’로 전락한 경기북부에서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경기북부는 수도권이라는 명분으로 각종 지원에서 배제

되면서도

중첩 규제

에 묶여 1인당 GRDP가 남부 대비 59.2% 수준에 불과하고 자본재 수입 점유율은 3.2%에 그치는 등 사실상의

투자 절벽 상태

에 놓여 있다.

이러한 구조적 정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획일적인 규제에서 벗어나 데이터 기반의 ‘공간적 정밀 규제’로 패러다임을 전환해 낙후 권역에 성장의 사다리를 복원 설치해야 한다.

나아가 이러한 규제 혁신이 실무적 성과로 이어지도록

경기북부 10개 시·군이 초광역 특별지방자치단체와 같은 법적 실체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독자적인 발전 전략을 실행하며 결과에 스스로 책임지는 자립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결국 진정한

해법은

중앙집권적인 시혜와 규제에 의존하던 과거의 방식에서 탈피해 자율, 분권, 책임에 기반한

기능적 분권을 실현

하는 데 있다.

칸막이식 국고보조금을 성과 연동형 포괄보조금(Block Grant)으로 전환하고, 사무 이양 시 예산이 자동으로 따라오는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이는

지방이 재원을 포괄적으로 운용

하되, 합의된 성과 목표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지는 ‘자기 책임 원칙’을 전제로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제주특별자치도

의 사례는 '분권을 통한 성장'과 '미완의 분권으로 인한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다. 제주는 출범 이후 GRDP가 132.8% 성장하는 등 외형적 성과를 거두었으나, 핵심적인 네거티브 규제 권한이 여전히 중앙에 귀속되고 재정 자주권이 뒷받침되지 않아 재정자립도는 단 2.8%p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는

실질적인 권한과 예산이 결합되지 않은 분권은 결국 중앙정부에 대한 또 다른 의존을 낳을 뿐임을 시사하고

있다.

이제 중앙정부는 직접적인 집행자에서 벗어나 지자체가 혁신을 주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조정자로 거듭나야 한다.

중앙의 결정에 목을 매는 의존의 시대를 끝내고,

지역이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하며 그 결과에 책임을 다하는 지방 주권과 책임의 시대를 여는 것만이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유일한 길

이다.

글/이정훈 대한지리학회 연구소장

「약력」

서울대 지리학 박사

현 대한지리학회 연구소장

전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

전 경기연구원 연구기획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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