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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빈그룹 쏠림' 리스크에… 베트남 증시서 외국인 자금 7조 원 썰물
아시아투데이4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베트남 벤치마크 지수인 VN지수는 2025년 한 해 동안 41% 상승하며 8년 만에 최고 수준의 오름세를 기록했다. 수출 주도형인 베트남 경제 역시 8%의 높은 성장률을 달성했다.
이러한 호재에도 외국인 자금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 증시에서 외국인 주식 순유출액은 51억 달러(약 7조 5454억 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 1~2월에도 유출이 이어지면서 3320억 달러(약 491조 1276억 원) 규모 시장에서 외국인 보유 비중은 약 14.5%로 쪼그라들었다. 드래곤 캐피탈의 런던 상장 폐쇄형 펀드인 '베트남 엔터프라이즈 인베스트먼트(VEIL)'의 경우, 주주 3분의 2 이상이 보유 자산 일부를 현금화하기 위한 공개 매수에 참여하기로 투표할 정도로 '탈출 러시'가 벌어졌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꼽는 가장 큰 리스크는 '미국 관세'와 '빈그룹 쏠림 현상'이다. 중국을 우회한 무역에 의존해 온 베트남의 성장이 변덕스러운 미국의 무역 정책에 의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소재 자산운용사 매튜스 아시아의 숀 테일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잠재적인 관세 우려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 임기 동안 베트남 투자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한국·중국·대만 등 더 유동적이고 투명한 시장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단일 기업에 의한 시장 왜곡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철도·철강·에너지·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는 베트남 최대 민간 기업 빈그룹과 그 계열사들은 전체 벤치마크 지수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빈그룹 주가는 정부의 민간 기업 우대 정책 등에 힘입어 지난해 무려 736%나 폭등하며 시장 전체의 상승을 견인했다.
이로 인해 빈그룹의 주가수익비율(P/E)이 한때 150배에서 현재 96배에 달하는 등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졌다. 쩐 티 몽 뚜옌 하와이 태평양 포럼 연구원은 다각화와 유동성을 중시하는 외국인 펀드 입장에서 단일 종목 리스크를 과도하게 떠안지 않고 비중을 늘리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빈그룹이 참여 중인 여러 프로젝트의 미래 현금 흐름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현재 주가 수준은 기업 가치를 중시하는 투자자들이 선뜻 투자하기 부담스러운 상태란 평가도 나오고 있다.
고질적인 외국인 지분 한도와 유동성 부족 문제도 발목을 잡고 있다. 외국인 지분 제한 때문에 해외 투자자들은 현지 상장 기업 주식을 살 때 20~30%의 프리미엄을 지불해야 하는 실정이다.
한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은 오는 3~4월 규제 개선 상황을 검토한 뒤 9월경 베트남을 프런티어 시장에서 2차 신흥국 시장으로 승격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역시 이르면 6월 베트남을 관찰대상국에 올릴 가능성이 있으나, 실제 승격은 이번 10년의 후반부 이전에는 이루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베트남 시장 규제 당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글로벌 투자 기관 여러 곳이 베트남 투자를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기관명은 언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