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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광고 결합판매 ‘합헌’ 결정 받았지만…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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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6년 만에 주요 지상파와 지역·중소방송 광고 결합판매가 위헌이 아니라는 판단이 나왔다. 결합판매 제도는 유효하지만, 지속 가능한 모델인지를 두고 논의가 필요하다.

헌법재판소(소장 김상환)는 지난달 26일 “지상파의 지역·중소방송광고 결합판매는 광고주 계약 자유 침해가 아니다”라며 ‘방송광고 결합판매제도’ 위헌 확인 청구에 8:1로 기각을 결정했다.

결합판매는 방송의 지역성·다양성 구현을 위해 지역·중소·종교방송사 등의 광고를 지상파 3사에 강제로 묶어 판매하는 제도다. KBS와 MBC 광고 판매를 대행하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는 지역MBC·EBS·종교방송 등의 광고를, SBS 미디어렙은 OBS를 비롯한 9개 민영방송 광고를 함께 팔고 있다. 종합편성채널 미디어렙의 경우 지상파3사와 달리 결합판매제도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앞서 영화기획 및 제작사의 대표자인 청구인은 광고주로서 지상파방송사에 광고를 하려 했는데 네트워크 지역지상파방송사업자 및 중소지상파방송사업자의 방송광고를 일정 비율 이상 함께 계약할 수밖에 없어 계약을 포기했다. 이후 2020년 4월 방송광고판매대행 등에 관한 법률 제20조가 계약의 자유, 영업의 자유, 재산권,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 지역 중소방송 지원 의미 강조

헌법재판관 8명은 결합판매제도 외의 대안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지역·중소지상파방송사업자를 위한 제도로서 가치를 중시했다.

헌법재판관 8명은 “지역·중소지상파방송사업자의 방송광고를 구매하고 싶지 않은 광고주로서는 종합편성채널과 같은 방송채널사용사업자의 방송광고를 이용할 수도 있고, 그밖에 온라인광고와 같은 다양한 형태의 광고를 선택할 수도 있어 결합판매로 인해 광고주의 계약의 자유가 과도하게 제한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과거에도 수많은 방송사업자 사이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여 하나의 지원방안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지금의 결합판매제도가 도입되었다는 사정”을 언급하며 “새로운 기금을 신설하여 지역·중소지상파방송사업자를 지원하는 것이 심판대상조항에 따른 결합판매를 대체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반면 홀로 반대의견을 낸 김형두 재판관은 “별도의 기금을 신설하는 등 다양한 수단을 조합함으로써, 광고주의 계약의 자유를 직접 제한하지 않는 방식으로도 심판대상 조항이 추구하는 목적을 상당 부분 달성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결합판매제도는 시장경쟁을 통해 창의적이고 차별화된 지역 콘텐츠 발전 동기를 약화시켜,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지역·중소지상파방송사업자의 경쟁력 제고와 자립기반 확립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고 봤다.

코바코, 지역·중소방송 ‘환영’

위헌 결정이 나올 경우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체제에 타격은 물론 지역 및 중소 지상파 방송사들의 위기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반면 미디어렙에 묶인 주요 방송사들은 결합이 풀려 광고 영업에 경쟁력을 키울 수 있었다.

언론노조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지부(이하 코바코지부)는 지난달 27일 입장을 내고 “방송광고 거래는 사회정의 및 지역경제 육성, 중소 기업의 보호라는 헌법적 가치에 부합되어야 함을 재확인한 결정”이라며 “헌법재판소가 선언한 미디어 공공성의 가치는 지상파의 울타리를 넘어, 광고 시장 전반의 구조적 개혁으로 확장되어야 한다”고 했다.

전국지역민영방송협회도 같은 날 입장을 내고 “지역·중소 지상파 방송사업자의 공적 역할과 제도적 정당성을 인정한 것”이라고 했다. 한국지역민영방송협회는 “지역 민영방송사들은 구조적인 광고 시장 위축과 디지털 플랫폼 중심의 시장 재편 속에서 심각한 경영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지상파 방송의 위기 극복과 지역방송의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한 책임 있는 정책 추진에 적극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종교방송사협의회는 지난달 26일 입장을 통해 “헌재의 판결 취지를 살리는 유일한 길은 중소방송이 공익적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육성책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했다.

MBC에선 결합판매 부담을 줄이는 방식의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헌재 결정이 나온 직후 MBC 관계자는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다만 결합판매의 부담을 안은 지상파 방송사로서 아쉬운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2021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헌재가 합헌 결정을 하더라도 결합판매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MBC는 국회, 방미통위 등과 소통해 향후 제도 개선 과정에 협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합판매는 산소호흡기, 새 판 짜야 할 때

결합판매제도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2024년 방송통신위원회 의뢰로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가 작성한 ‘지역중소방송산업의 재원 구조 재구조화를 위한 방송광고판매 제도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같은 시기 지상파 광고가 2조675억 원에서 9209억 원으로 줄면서 결합판매 매출 역시 크게 줄어든 것이다. 지상파3사의 광고 시장이 붕괴되면 지역·중소방송 역시 무너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역·중소방송은 규제완화와 지원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종교방송사협의회는 △지역·중소방송 콘텐츠 경쟁력 강화 예산 150억 원 원상복구 △방송통신발전기금의 운용을 정상화해 안정적인 지원 구조 법제화 △결합판매 제도의 안정적 운영을 방해하는 각종 규제 완화 및 중소방송의 디지털 전환과 OTT 대응을 위한 기술적·재정적 지원책 수립을 요구했다.
2021년 방송통신위원회는 헌법재판소 판단 시나리오별 제도개선 추진 방안을 논의한 적 있다. 당시 방통위는“(결합판매제도가) 합헌으로 판단되더라도 제도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예고하며 결합판매 제도 일몰(5년) 적용, 연도별 단계적 비중 축소 등을 언급한 바 있다.

‘지역중소방송산업의 재원구조 재구조화를 위한 방송광고판매 제도개선 방안 연구’에 따르면 지역중소방송사 광고매체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광고 판매지원 강화 △지역중소 방송사대상 광고진흥 사업 확대 추진 △이종매체 광고 결합판매 허용 △라디오 간접광고 도입 △광고의 범위 확대 △협찬고지 횟수 제한 완화 등을 제안했다.

지원도 필요하지만 지역방송 스스로의 노력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명예교수는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OTT, 유튜브 등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으로 특히 지역방송은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현실에서 방송광고 결합판매와 재정적 지원은 지역방송이 그나마 비빌 언덕”이라며 “하지만 언덕이 있어도 정작 스스로의 의지와 노력이 없다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라고 했다.

정 교수는 MBC경남의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와 MBC충북이 7개 풀뿌리 매체와 협업해 시사보도 프로그램 ‘팀로컬C’를 방송한 사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그러나 여전히 이러한 콘텐츠는 많지 않고 지역방송이 자체 제작한 프로그램의 편성비율은 현저히 낮다. 지역방송에서 지역적 프로그램을 시청하기란 쉽지 않다. 지역이 만들고, 편성한 프로그램 비율이 매우 낮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방미통위는 지역방송사의 자체 제작 프로그램 편성 실적으로 지역성을 평가한다. 그런데 기준은 고작 지역 MBC는 15%, 지역민방 20%를 만점으로 평가하고 있을 정도”라며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좀 더 공감을 얻으려면 지역방송사들이 지역성을 구현해 존재가치를 증명하고 정책 지원의 정당성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 전제다. 지역민들이 체감하는 방송으로 응답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주무부처인 방미통위는 합헌 결정 이후 입장을 내지 않았다. 방미통위는 관계자는 지난 3일 미디어오늘에 “관련 제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되 개선방안을 모색하겠다”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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