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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낙관·갈등 넘는 기후·에너지 보도는 가능하다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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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자연합회가 기후·에너지 보도를 한 차원 높이기 위해 「에너지 전환 시대의 저널리즘」을 발간했다.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와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장, 진민정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 신우열 전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를 비롯해 박상욱 JTBC 기자, 송원일 제주MBC 기자, 서승신 KBS전주 기자, 조원일 뉴스타파 기자 등 현직 언론인들이 집필에 참여했다. 집필진은 “인류가 직면한 최대 도전인 기후 위기 앞에서, 모든 언론인은 기후 관점을 갖고 보도해야만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 책은 바람직한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는 언론의 오보와 에너지 전환 보도 프레임 분석부터 기후 위기를 드러내는 최신 데이터, 덴마크 영국 일본의 에너지 전환 사례를 소개한다. 선진국 언론계의 기후 에너지 보도 흐름부터 석유·가스 기업의 광고를 받지 않겠다고 밝힌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사례까지 엿볼 수 있다. MBC보도국장 출신 박성호 방송기자연합회장은 “기후 위기에 관심을 갖고, 에너지 전환에서 해법을 찾고자 하며, 높은 학습 욕구를 가진 기자들이 언론사마다 있다”며 “그 문제의식을 서로 연결하고 확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책에서 한국 언론은 주요한 비평 대상이다. 책은 “한국 언론은 에너지 전환을 구조적 변화의 맥락에서 설명하기보다 특정한 갈등 프레임이나 경제적 부담 중심의 서사로 단순화하는 경향을 보여왔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 언론은 에너지 전환을 사회적 과정이 아닌 선택의 문제로 제시했다. 기술 문제 역시 해결 수단에 대한 낙관과 위험성 강조의 이분법 속에서 해석됐다”며 “결과적으로 에너지 전환은 사회가 공유할 수 있는 비전이나 참여 과정이 아닌 부담, 위험, 선택의 문제로 이해된다”고 지적했다.

책은 현직 기자들을 향해 “‘전기요금 폭탄’ 같은 용어로 합당한 전기료 현실화에 관해 부정적 여론을 부추기는 기사에는 제동을 걸어야 한다”며 언론의 상호 감시를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해관계가 있는 전문가에게 일방적으로 의존하는 취재를 지양하고, 다양한 전문가에게 교차 확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기후 대응과 에너지 전환이 제대로 이뤄지면 내 삶이 나아질 수 있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책은 기후·에너지 보도가 피해를 경고하는 데서 멈추지 말아야 하며, 낙관의 언어가 아닌 근거에 입각한 대안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한다. 언론-과학자-시민단체 간의 협업 체계를 주문하는 동시에, 데이터와 서사를 통해 복잡한 기후·에너지 구조를 시민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기후·에너지 보도는 사회가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를 둘러싼 집단적 사고의 장을 여는 저널리즘의 공적 책무”라는 책의 마지막 장이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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