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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궁이의 재를 끌어내다/ 문태준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방고래에 불 들어가듯 고욤나무 한그루
에 눈보라가 며칠째
밀리며 밀리며 몰아치는 오후
그녀는 없다,나는 그녀의 빈집에 홀로 들어선다
물은 얼어 끊어지고,숯검댕이 아궁이
는 쾡하다
저 먼 나라에는 춥지 않은 그녀의 방이 있는지 모른다
이제 그녀를 위해 나는 그녀의 집 아궁이의 재를 끌어낸다
이 세상 저물 때 그녀는 바람벽처럼 서럽도록 추웠으므로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식은 재를 끌어내 그녀가 불의 감각을 잊도록 하는 것
저먼 나라에는 눈보라조차 메밀꽃처
럼 따뜻한 그녀의 방이 있는지 모른다
저 먼나라에서 그녀는 오늘처럼 밖이 추
운날 방으로 들어서며
맨 처음 맨 손바닥을 쓸어볼지 모르지
만, 습관처럼
그럴 줄도 모르지만
이제 그녀를 위해 나는 그녀의 집 아궁이의 재를 모두 끌어 낸다
그녀는 나로부터도 자유로이 빈집이 되
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