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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은 '부모형제도 안 사는' 대구 서문시장을 왜 갔나
최보식의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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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식의언론=최보식 편집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예고한 대로 27일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했다. 사흘 전 대구에 내려와 사전 준비를 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서문시장 방문에는 국민의힘 진종오, 김예지, 박정훈, 우재준, 배현진 의원과 김종혁 전 최고위원 등이 동행했다. 시장통에는 한 전 대표를 응원하는 사람들과 반대하는 사람들이 모여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대략 1천여명이 북적였다고 한다. 대부분 시장과 상관없는, 외부에서 동원되거나 정치적 목적으로 온 시장 바깥 사람들이다.

한 전 대표의 서문시장 방문은 지난번 장동혁 대표 방문 때보다 훨씬 인파가 몰렸다. 한 전 대표나 친한계는 아마 이 숫자로 우월감을 느낄지 모른다.

그런데 본질적인 질문은 장동혁이나 한동훈은 왜 서문시장을 갔느냐는 것이다. 서문시장이 이들의 고향도 아니고 부모 형제 친지가 사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표를 읍소하는 선거 유세기간도 아니지 않는가.

대구 서문시장이 보수쪽 외지 정치인들이 중앙 무대에서 일이 잘 안 풀리면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받기 위해 찾는 장소인가. 그냥 하나의 규모가 큰 재래시장일뿐인데 왜 서문시장에 '보수의 상징성'을 자꾸 부여하는지 모르겠다.

한동훈의 의도는 국힘당을 향해 자신의 세를 보란듯이 과시하기 위해서 일 것이다. 그게 의미가 있고없고를 떠나, 이미 잠실실내체육관의 유료 토크콘서트로 그걸 보여줬으면 된 게 아닐까.

* 아래는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이 SNS에 올린 글이다. 본지의 입장은 아니다.

「한동훈씨, 대구에, 당신이 설 자리는 없습니다」

오늘 오전 택시를 타고 서문시장 앞 도로를 지나오다가 도로 양쪽에서 ‘한동훈’을 외치는 시민들을 보았습니다. 한쪽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을 잡아먹고, 윤석열 대통령을 잡아먹고, 대한민국을 잡아먹은 X이다”라는 현수막 뒤에서 ‘한동훈 반대’를 외치고 있었습니다. 다른 쪽에서는 한동훈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외침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한동훈씨를 반대하는 시민들은 이렇게 말을 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시 법무부 장관을 지낸 다음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서 사사건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고, 그 결과 총선에서 참패했습니다. 국민의힘은 겨우 개헌 저지선 108석을 지키는데 그쳤고, 더불어민주당과 범야권은 189석의 거대 의석을 챙기게 됐습니다. 그 결과 어떻게 됐습니까. 대법관 증원, 항소 포기, 전 정권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 ‘숙청’ 등도 모자라 이제 이재명에 대한 재판까지 모두 없앨 수 있는 ‘이재명 공소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모임(공취모)’까지 만들어졌습니다. ‘이재명 주권국가’의 완성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이재명 주권국가’의 완성은 인민민주주의국가라는 뜻입니다.

나는 이재명 정권 아래서 법을 바꿔 기관장까지 사실상 해임시키는 탄압을 당하고 쫓겨났습니다. 국회에 불려갈 때마다 나는 한동훈 당신의 이름을 속으로 불러봤습니다. 당신을 원망했습니다. 당신이 대통령과 각을 지지 않고 총선에 승리했다면 우파 정치인, 우파 기관장들이 이렇게 수모를 겪지 않아도 되었을 터인데, 도대체 왜 한동훈 당신은 총선에 지게 만들어서 우리 우파 국민들을 이렇게 괴롭히는가 하고 말입니다.

당신은 마치 정의를 행했던 것처럼 이야기합니다만, 나는 그것을 믿지 않습니다. 무려 28건의 무법적인 탄핵이 이뤄지고 대통령실 특활비, 검찰청 특활비를 0원으로 만들어도 당신은 도대체 이런 무법적인 민주당(당시 거대 야당)의 폭주를 막기 위해 어떤 투쟁을 했느냐는 말입니다. 폭주를 막기는커녕 선거에서 패배하고, 더 나아가 대통령을 탄핵시키는 일에 앞장섰습니다.

아직도 계엄 해제 후 당신이 한덕수 총리를 앞세우고 사실상 정부를 공동 운영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던 그 장면을 잊지 못합니다. 그러나 당신의 야욕은 이재명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것으로 끝났습니다. 어리석은 욕심은 허무하게도 정권을 넘기는 것으로 끝났습니다.

지방선거를 1백일도 남겨놓지 않은 이 시점에 한동훈씨 당신의 대구 방문은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대한민국은 자유민주국가이고, 모든 시민은 그들이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장소를 방문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2026년 2월 27일 오늘, 한동훈씨가 대구를 방문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나는 알지 못합니다. ‘자유우파의 성지’로 불리는 대구에서 분탕질을 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라면 무엇입니까.

혹자는 한동훈씨가 대구 보궐선거를 노리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당신은 그럴 권리를 가지고 있지요. 시장 선거에 나선 누군가가 경선 후보로 확정된다면 그 자리에 보궐선거 후보로 나서서 국회 입성을 할 계획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 대구를 방문해서 대구 유권자들을 상대로 ‘간’을 볼 수도 있겠습니다. 피선거권을 가진 누구라도 선거를 염두에 둔 행보를 할 수 있고, 그것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입니다.

그런데, 그렇다면 국민의힘 의원들을 대동하고 대구 거리를 누비는 것이 적절한 것입니까. 잠재적으로 무소속 출마를 염두에 둔 인사가 정치적 행보를 한다면, 국민의힘 의원들이 합류하겠다고 해도 이를 거절하는 것이 리더십을 가진 정치인으로서 적절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보궐선거에 나설 계획이 없이 전국 민생투어에 나선 것이다, 정치적 행보가 아니다, 이렇게 주장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더더욱 이 시점에 서문시장까지 ‘행차’하는 것이 부적절해 보입니다.

얼마 전 장동혁 대표가 서문시장을 다녀간 것을 염두에 두고 이를 능가하는 인원을 동원해 장동혁 대표의 지위를 흔들겠다는 의도를 가진 것이라고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서문시장의 상인들은 또 무슨 죄입니까. 당신의 서문시장 행보로 시장길이 막히고 오늘 장사를 망치게 된다면 한동훈 당신은 더더욱 지도력이 없는 정치인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장동혁 대표는 수십만 명 당원(현재 책임당원 115만 명)이 직접 선출한 당의 대표입니다. 장동혁 대표가 동원한 인원을 능가함으로써 당신이 국민의힘을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착각이며, 한때 몸담았던 정당에 대한 도의가 아니라고 판단합니다. 더 이상 당을 흔들지 말고, 당 지도부를 흔들지 말고, 대구시민을 흔들지 말고 대구를 떠나기 바랍니다. 대구에 당신이 설 자리는 없습니다.

2026년 2월 27일 대구 시민 이진숙

#한동훈서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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