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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변희수 하사 5주기에도 재단 ‘표류’…멈춰 선 변화
투데이신문
27일 변희수재단 준비위원회에 따르면 변 하사는 2019년 휴가를 떠나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는 이유로 육군에서 강제 전역을 당했다. 이에 변 하사는 여군으로 군 복무를 계속하고 싶다며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첫 별론을 앞둔 2021년 3월 3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기일은 2월 27일로 추정됐다.
이후 국방부 독립 의사결정 기구인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이하 심사위)는 2024년 3월 29일 관련 법과 절차에 따라 변희수 하사 사망에 대한 심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변 하사는 ‘순직’으로 인정됐고 국방부는 이를 수용했다.
앞서 2022년 12월 육군 보통전공사상심사위원회는 변 하사의 사망을 비순직 ‘일반사망’으로 판단했다. 당시 육군 측은 변 하사의 사망 추정 시간을 의무복무 만료일 이후라고 보고 변 하사의 순직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 변 하사의 사망은 법령에 명시된 순직 기준인 공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심사위는 변 하사가 사망에 이른 원인에 일부 개인적 요인이 작용됐으나 법원에서 위법하다고 판단한 강제전역 처분으로 인해 발병한 우울증이 주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공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 사유로 발생한 정신질환이 악화돼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보고 순직3형으로 결정했다.
결정이 뒤집히면서 변 하사는 1년 4개월여만, 사망한 지 3년여 만에 순직을 인정받게 됐다. 변희수 하사는 법원의 판결로 군의 강제전역 처분이 취소되면서 사망 당시 ‘군인’ 신분이었음이 인정됐다. 이 같은 순직 결정으로 변 하사는 국립묘지 안장 자격을 갖춤에 따라 충북 청주 목련공원에서 옮겨져 국립 대전현충원 충혼당에 안장됐다.

변 하사가 세상을 떠난 이후 남은 이들은 여전한 차별에 맞서고 있는 성소수자들을 위해 그의 이름을 딴 ‘변희수재단’ 설립을 추진했다. 변희수재단은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권 보장과 의료·주거 서비스 접근성 확대, 직장 내 차별 방지 등 성소수자 인권 증진이 목표다.
이에 꾸려진 변희수재단 준비위원회는 2024년 5월 인권위에 산하 비영리법인 설립 허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관련 안건은 지난해 2월이 돼서야 처음 상임위원회에 상정됐다.
이후 인권위 김용원 상임위원 겸 군인권보호관(현 퇴임)의 퇴장으로 회의가 파행되거나 정족수 부족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심의는 번번이 무산됐다. 해당 안건은 지난해 4월 17일까지 총 5차례 상임위원회에 상정돼 논의됐으나 매번 의결에 도달하지 못했다. 그 결과 해당 안건은 1년 반이 넘도록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미완 상태를 유지했다.
인권위 내규상 비영리법인 설립 허가 신청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이상 20일 이내에 허가 또는 불허 처분을 해야 한다. 이에 지난해 2월 변희수재단 준비위원회는 법인 설립 허가 미이행이 위법하다며 인권위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2일 변희수재단 준비위원회가 인권위를 상대로 제기한 법인 설립 허가 관련 행정소송 1심에서 변희수재단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소송 비용까지 인권위가 부담해야 한다고 봤다.
재판 과정에서 인권위는 김용원 상임위원의 책임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의 반대로 재단 설립 허가 안건이 부결됐다는 설명이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상당 기간 (해당) 안건을 가결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인권위 상임위원회에서 표결할 경우 부결될 수밖에 없었다는 사정은 장기간에 이르는 부작위를 정당화하는 사유라고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법원의 판결에 변희수재단 준비위원회는 “인권위는 그동안 법원의 조정 권고도 무시하고 시종일관 상임위원의 일치된 의견이 있지 않아 의결할 수 없었다거나 상임위원 구성이 제대로 되지 않아 논의할 수 없었다며 자기변명만 늘어놓았다”며 “재판부의 이번 판결은 사회적 약자, 소수자의 인권을 내팽개치고 과도한 재량권을 남용한 채 성소수자의 결사의 자유를 침해한 인권위를 향한 경고”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권위는 긴급 상임위원회를 소집해서라도 변희수재단 법인 설립 허가 관련한 안건을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며 “1년 10개월 동안 법인 설립을 미뤘던 잘못된 결국 소송까지 이어진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촉구했다.
변 하사의 5주기를 맞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국가인권위원회 지부(인권위 노조)가 변희수재단 설립을 미뤄온 인권위의 행태에 대해 대신 고개를 숙였다.
인권위 노조는 “변희수재단 설립 허가가 지연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재단 설립 준비위원회 관계자분들 그리고 인권위에 실망하신 모든 시민분께 인권위 직원으로서 매우 송구하다”며 “우리 사회에서 고 변희수 하사의 상실이 성소수자의 상실감으로만 남지 않고 대한민국에서 성정체성 및 성적 지향을 사유로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또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인권위를 만들기 위해 우리 소속 직원들은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