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지난해 중의원 선거에서 당선한 자민당 의원들에게 총액 약 1천만 엔(한화 약 9,120만원) 규모의 '카탈로그 선물'을 제공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윤리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총리 측은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고 해명했지만, 야당과 시민사회에서는 "국민 감각과 동떨어진 행위"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26일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 측은 지난해 중의원 선거 직후, 자민당 소속으로 당선한 의원 315명(총리를 제외한 전원)에게 당선 축하 명목으로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카탈로그 선물을 배포했다. 총액은 약 1천만 엔으로, 다카이치 총리가 대표를 맡은 자민당 나라(奈良)현 제2선거구 지부의 자금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물 표지에는 '다카이치 사나에'라는 개인명이 인쇄돼 있어 공적 자금의 사적 사용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치권에서는 "법 위반은 아니라도 공직자의 자금 감각이 국민 정서와 어긋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중도개혁연합(中道改革連合)의 오가와 준야(小川淳也) 대표는 "이처럼 정치 불신이 높고 국민 생활이 팍팍한 시기에 총액 1천만 엔에 달하는 선물을 나눈 것은 시대착오적 금전 감각"이라며 "국회 예산 심의를 통해 윤리성을 문제 삼겠다"고 밝혔다. 국민민주당(國民民主黨)의 다마키 유이치로(玉木雄一郞) 대표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2025년 당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총리가 자민당 초선 의원 15명에게 1인당 10만 엔 상당의 상품권을 나눠 논란이 됐던 사례를 언급하며 "그때 그렇게 비판을 받았는데도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도 법보다 윤리의 잣대를 강조했다. 정치자금 문제에 정통한 이와이 무네노리(岩井奉信) 일본대학 명예교수는 "정치자금규정법상 정당 지부 명의로 지출했기 때문에 위법은 아니지만, 선물에 총리 개인명이 표기된 점은 부적절하다"며 "정당의 공적 자금을 총리 개인의 이미지 제고에 사용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당 자금은 공익적 정치 목적에 쓰인다는 전제로 비과세 혜택을 받고 있다"며 "국민 세금이 간접적으로 지원되는 구조에서 당선 축하용 선물로 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번 논란은 다카이치 정권의 정치 윤리와 자금 투명성에 대한 국민의 시선을 한층 엄격하게 만들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최근 시정 방침 연설에서 "과도한 긴축을 지양하고 국민 생활과 미래 투자를 중시하겠다"고 밝혀 적극적 재정을 예고했지만, 정치자금의 사적 활용 논란이 이어질 경우 국회 예산 심의에도 부담이 될 전망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법적 문제 해결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인의 도덕성과 책임감"이라며 "정당 자금의 사용 목적과 절차를 명확히 공개해야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