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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세 장벽 낮아진 中… ‘K-배터리’ ESS 경쟁력 흔들리나
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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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대법원이 상호관세 조치에 위법 판단을 내리면서 중국산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에 적용되는 실질 관세율이 낮아지게 됐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의 공세가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에 국내 배터리 업계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연방대법원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상호관세 조치에 위법 판단을 내렸다. 이번 판결로 중국산 ESS용 배터리에 적용되는 실질 관세율은 기존 48.4%에서 43.4%로 5%포인트 낮아질 전망이다. 무역법 301조 등에 따른 관세 28.4%와 보편 관세 15%를 합산한 수치다.

사실상 40%를 웃도는 고관세 수준이 유지되는 셈이지만, 시장은 관세 완화의 장기적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은 정부 보조금과 대규모 생산능력을 기반으로 이미 낮은 제조원가 구조를 확보한 상태다. 관세 부담이 일부만 줄어들어도 체감 가격은 더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국 내 ESS 프로젝트 발주 확대 시점과 맞물릴 경우 수주 경쟁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ESS는 전기차(EV)용 배터리보다 가격 민감도가 높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소폭의 가격 변동만으로도 마진 구조가 크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전력망·재생에너지 연계 프로젝트 중심의 대규모 입찰 구조이기 때문에 단가 경쟁력이 수주를 좌우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ESS는 원가 비중이 높아 관세 5%포인트 변화도 체감 영향이 크다”며 “중국 업체들이 이를 바탕으로 공격적인 가격 인하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ESS 사업의 수익성이 이미 낮다는 점이다. 전기차용 배터리에 비해 단가가 낮고 프로젝트 수주 경쟁도 치열해 마진율이 높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산 제품의 가격 부담이 완화될 경우 국내 업체들의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미국 시장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보조금과 맞물려 글로벌 배터리 업체들의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중국산 제품의 관세 부담이 일부 완화될 경우 미국 내 ESS 프로젝트의 가격 경쟁 구도 역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관세 인하 폭이 제한적인 만큼 구조적 판도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단기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는 중국 기업이 우위를 점할 수 있지만, 기술력과 현지 생산 능력, 프리미엄 전략에서는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다.

그동안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셀 3사는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고관세를 전제로 ESS 사업 확대에 나서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ESS용 북미 생산능력(CAPA)을 50GWh까지, 삼성SDI는 30GWh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SK온 역시 조지아주 공장의 일부 라인 전환에 착수했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 인하가 단기적으로 가격 경쟁을 촉발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술력과 현지 생산 역량이 관건”이라며 “미국 내 생산 확대와 고객 다변화 전략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를 감안하면 다른 무역 제재 수단을 활용하더라도 중국 산업에 대한 견제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ESS 수요처 역시 단순 가격만으로 중국산 배터리 도입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상이 기자

differenc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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