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빽한 빌딩 숲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문득 낯설게 느껴질 때, 서울 한복판에서 뜻밖의 평온을 마주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정문을 지나면 화려한 도심의 소음이 서서히 멀어지고, 고즈넉한 한옥의 곡선과 푸른 나무들이 방문객을 맞는다. 과거와 현재가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이 공간은 과한 장식이 없어도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힘을 지녔다.남산골한옥마을의 가장 큰 매력은 뛰어난 접근성이다. 지하철 3·4호선이 만나는 충무로역 4번 출구에서 도보 약 3분 거리로, 바쁜 일상에서도 큰 준비 없이 가벼운 산책하듯 들르기 좋다.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 익숙한 도심 풍경이 전통의 분위기로 바뀌며 일상의 속도를 잠시 늦추게 한다.
남산골한옥마을이 자리한 필동 일대는 조선시대부터 맑은 계곡이 흐르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더운 여름이면 선비들이 피서를 겸해 풍류를 즐기던 유서 깊은 지역이기도 하다. 서울시는 1998년 4월 18일, 시내 곳곳에 흩어져 있던 민속문화재 한옥 다섯 채를 이곳으로 이전·복원해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단순히 건물을 옮겨 세운 데 그치지 않고, 각 가옥의 특성을 살려 당시 생활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전통문화·예술 공간으로 조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마을 내부의 전통정원은 남산의 옛 자연 지형을 바탕으로 복원된 것이 특징이다. 남산에서 자생하는 전통 수종을 심고, 한때 잊혔던 계곡과 연못, 정자 등을 다시 세워 조상들이 자연을 벗 삼아 여유를 즐기던 풍경을 재현했다. 정원 남쪽에는 서울 정도 600년을 기념해 조성된 ‘서울 천년 타임캡슐’ 광장이 자리한다. 당시 시민들의 생활상을 담은 문물 600점이 보관돼 있으며, 서울이 수도가 된 지 1000년이 되는 2394년 11월 29일에 개봉될 예정이다.관람 정보도 미리 확인해두면 좋다. 전통가옥 관람은 무료로 운영된다. 하절기(4월~10월)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동절기(11월~3월)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개방한다. 매주 월요일은 정기 휴관일이므로 방문 전 일정 확인이 필요하다. 다만 가옥을 제외한 전통정원은 24시간 개방돼, 낮과 밤 어느 시간대든 도심 속 쉼을 누릴 수 있다.
일상이 유난히 빠르게 흘러간다고 느껴질 때, 대중교통으로 가볍게 닿을 수 있는 남산골한옥마을에서 잠시 걸음을 늦춰보는 것도 방법이다. 복원된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한옥 마당과 정원을 거닐다 보면, 현대적인 서울의 빛나는 표정 뒤에 숨은 따뜻하고 소박한 시간의 결을 한층 가까이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