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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끝난 2월엔 '이 채소'를 끓는 물에 넣으세요...아이들까지 젓가락을 댑니다
위키트리겨울을 지나 이른 봄으로 향하는 길목, 2월 미나리는 유난히 연하고 향이 깊다. 특유의 상큼한 향과 아삭한 식감 덕분에 국, 전, 샤부샤부에 빠지지 않지만 가장 손쉽게 즐길 수 있는 메뉴는 단연 미나리무침이다. 다만 잘못 무치면 질기고 뻣뻣해져 젓가락이 잘 가지 않는다. 제철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질기지 않게 만드는 요령을 알아두면 훨씬 맛있게 즐길 수 있다.

미나리는 찬 기운을 견디며 자라 수분 함량이 높고 줄기가 연하다. 특히 겨울 끝자락에 수확한 미나리는 섬유질이 비교적 덜 발달해 부드러운 편이다. 이 시기 미나리는 줄기가 가늘고 잎이 싱싱하며, 손으로 구부렸을 때 쉽게 휘어지면 좋은 상품이다. 줄기가 지나치게 굵거나 색이 탁하면 질길 가능성이 높다.
구입 후에는 뿌리 쪽을 정리하고 흐르는 물에 여러 번 씻어 흙과 이물질을 제거한다. 미나리는 물에 오래 담가두기보다 빠르게 헹구는 것이 향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미나리무침이 질겨지는 가장 큰 이유는 과도한 가열이다.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줄기부터 넣어 10~20초만 재빨리 데친다. 숨이 살짝 죽는 정도면 충분하다. 색이 선명한 초록빛으로 변하는 순간 바로 건져야 한다.
데친 뒤에는 곧바로 찬물에 헹궈 열기를 식힌다. 이 과정을 거쳐야 잔열로 더 익는 것을 막고 아삭함을 유지할 수 있다. 이후 물기를 손으로 가볍게 짜되, 비틀어 세게 짜면 조직이 망가져 질겨질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미나리는 4~5cm 길이로 자르는 것이 먹기 좋다. 이때 줄기 굵은 부분은 반으로 가르거나 세로로 살짝 칼집을 넣으면 식감이 훨씬 부드러워진다. 섬유질 방향을 따라 길게 남겨두면 씹을 때 질기게 느껴질 수 있다.
잎과 줄기를 따로 무쳐도 방법이다. 줄기는 양념에 먼저 가볍게 버무린 뒤 마지막에 잎을 넣어 살살 섞으면 숨이 과하게 죽지 않는다.
◆ 세 번째 비결, 양념은 가볍게
미나리무침은 향을 살리는 것이 핵심이다. 고추장 양념을 할 경우 고추장, 고춧가루, 다진 마늘, 식초, 약간의 설탕과 참기름을 기본으로 하되 양념을 과하게 넣지 않는다. 양념이 많으면 수분이 빠져나오면서 질감이 질겨질 수 있다.
된장이나 간장으로 담백하게 무치는 방법도 있다. 이때는 된장을 체에 한번 걸러 부드럽게 만든 뒤 소량만 넣고, 마지막에 깨소금과 참기름으로 마무리한다. 무칠 때는 손으로 오래 치대지 말고 젓가락이나 손끝으로 살살 털어가듯 버무린다.

미나리무침은 시간이 지날수록 수분이 빠지고 질감이 떨어진다. 가능하면 먹기 직전에 무치는 것이 가장 좋다. 냉장 보관 후 다시 꺼내 먹을 때는 살짝 털어 공기를 넣어주면 숨이 조금 살아난다.
향긋한 제철 채소는 조리법이 복잡하지 않아도 충분히 맛있다. 2월의 미나리는 짧게 데치고, 짧게 무치고, 가볍게 양념하는 것만 기억하면 된다. 입안 가득 퍼지는 산뜻한 향과 부드러운 식감은 겨울 끝자락 식탁에 작은 봄을 데려온다. 질기지 않은 미나리무침 한 접시면, 계절의 변화를 가장 먼저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