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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엉은 제발 물에 담그지 마세요...'이렇게' 하면 반찬가게서도 따라 합니다
위키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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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은 뿌리채소의 맛이 깊어지는 시기이며, 그중에서도 우엉은 향과 식감이 가장 좋을 때를 맞는다. 겨울을 지나며 단맛이 응축된 우엉은 조림으로 만들면 특유의 구수한 향과 아삭하면서도 쫀득한 질감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그런데 우엉조림을 만들 때 많은 사람들이 습관처럼 하는 과정이 있다. 바로 껍질을 벗기고 썬 우엉을 식초물이나 맹물에 오래 담가두는 일이다. 갈변을 막고 떫은맛을 제거하기 위해서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 과정이 오히려 우엉의 맛과 영양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엉을 물이나 식초물에 오래 담가두면 가장 먼저 빠져나가는 것은 수용성 영양 성분이다. 우엉에는 폴리페놀과 사포닌, 이눌린 같은 성분이 들어 있다. 이눌린은 장 건강에 도움을 주는 수용성 식이섬유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러한 성분은 물에 쉽게 녹는다. 오랜 시간 담가둘수록 영양소가 물속으로 빠져나가 버린다. 특히 식초물은 산성 환경을 만들어 일부 성분의 용출을 더 촉진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영양을 지키려던 의도와 달리 중요한 성분을 스스로 버리는 셈이 된다.

또 다른 문제는 향과 맛의 손실이다. 우엉 특유의 흙내음과 구수한 향은 껍질 가까이에 많이 분포한다. 그런데 물에 오래 담가두면 이 향 성분도 함께 빠져나간다. 떫은맛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갈변 현상은 사실 폴리페놀 산화 반응에 의한 자연스러운 변화다. 약간의 갈변은 조림 과정에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성분이 항산화 작용을 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무조건 제거할 필요는 없다.
식감 측면에서도 차이가 생긴다. 우엉을 장시간 물에 담가두면 조직이 수분을 흡수해 조림할 때 쉽게 물러질 수 있다. 우엉조림의 매력은 씹을 때 느껴지는 적당한 탄력과 아삭함인데, 미리 물에 불린 우엉은 이 장점을 잃기 쉽다. 조림을 해도 쫀득함 대신 푸석한 식감이 날 수 있다.

그렇다면 우엉을 물에 담그지 않고 어떻게 조리해야 할까. 우선 껍질은 칼로 두껍게 벗기지 말고 칼등이나 수세미로 살살 긁어내는 것이 좋다. 껍질과 그 바로 아래 부분에 영양과 향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손질한 우엉은 0.3~0.5cm 두께로 일정하게 썬다. 써는 즉시 조리에 들어가면 갈변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바로 조리하지 못할 경우에는 물에 오래 담그는 대신, 흐르는 물에 한 번만 빠르게 헹궈 표면의 흙기만 제거하는 정도로 마무리한다. 이후 키친타월로 물기를 닦아내고 곧바로 볶거나 졸이는 것이 좋다.
우엉조림을 만들 때는 먼저 팬에 식용유를 약간 두르고 썬 우엉을 중불에서 3~4분 정도 볶는다. 이 과정은 우엉의 수분을 날리고 조직을 단단하게 만들어 준다. 충분히 볶아 겉면이 살짝 투명해지면 간장 4큰술, 물 1컵, 맛술 2큰술, 설탕 1큰술을 넣고 끓인다. 중불에서 졸이다가 국물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면 올리고당 1~2큰술을 추가해 윤기와 쫀득함을 더한다. 마지막에 참기름과 통깨를 넣어 마무리한다.

이때 중요한 점은 처음부터 약한 불에 졸이지 않는 것이다. 초반에 충분히 볶아야 우엉 특유의 향이 살아나고 조직이 무너지지 않는다. 또한 양념을 넣은 뒤에는 중간중간 뒤적여 간이 고르게 배도록 한다. 국물이 거의 사라질 무렵 약불로 줄여 천천히 마무리하면 윤기 있는 우엉조림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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