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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호르무즈 해협 '일시 폐쇄', 협상과 '양면 전략'...트럼프 "B-2 폭격기 투입" 경고
아시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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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미국과의 핵 협상이 진행 중인 긴박한 상황에서 원유 수송의 핵심 해상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일시적으로 폐쇄하며 군사적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이번 조치는 미국이 중동 지역에 압도적인 군사력을 집결시키며 정권 교체까지 시사하는 상황에서 나온 이란의 협상용 '맞불' 작전으로 풀이된다.

◇ 이란, '원유 20% 통로' 호르무즈 일시 봉쇄 카드…협상장 밖 무력시위

이란은 17일(현지시간) 군사 훈련을 위해 호르무즈 해협을 일정 시간 폐쇄할 것이라고 AFP·AP 통신이 이란 국영 TV 방송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란 국영방송은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군사 훈련이 진행되는 동안 안전과 선박 운항 원칙을 준수하기 위해 호르무즈 해협 일부를 수 시간 동안 폐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이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가 통과하는 이 핵심 수로의 폐쇄를 발표한 것은 미국이 군사적 자산을 이 지역에 집중시킨 이후 처음이고, 이례적인 무력시위라고 AP는 평가했다.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은 전날부터 호르무즈 해협에서 군사 훈련을 시작했다. 이날은 이란 국내와 해안·섬 등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호르무즈 해협의 목표물을 타격하는 등 실사격 훈련을 진행했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트럭과 보트에서 크루즈 미사일이 발사되는 가운데 유조선이 배경으로 항해하는 장면을 공개하며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

◇ 미·이란 제네바 협상 '지침 원칙' 합의… 트럼프 "합의 못 하면 결과 따를 것"

호르무즈 해협 일시 폐쇄 계획 발표는 오만이 중재하는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시작된 가운데 나왔다. 이란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제2차 간접 협상은 이날 제네바 주재 오만 대사관 관저에서 약 3시간 동안 진행됐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러한 상황을 이란의 '양면 전략'으로 규정하며, 제네바 협상과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군사 훈련이 동시에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WSJ는 또 '이란 외교관들이 우라늄 농축 일시 중단 의사를 시사했다'고 전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협상 종료 후 이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양측이 주요 '지침 원칙(guiding principles)'에 관해 이해에 도달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시됐고 진지하게 논의됐으며, 일부 '지침 원칙'에 대한 일반적인 합의에 도달할 수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이것이 곧 합의가 임박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번 협상에 미국 측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인 스티브 윗코프와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참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자신도 간접적으로 협상에 관여할 것이라며, "합의를 못 할 경우의 결과를 그들이 원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그들의 핵 잠재력을 무너뜨리기 위해 B-2 폭격기를 보내는 대신 합의를 할 수도 있었다"며 이미 지난해 6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핵 시설을 폭격했던 사례를 상기시켰다.

◇ 하메네이 "정권 교체 실패할 것"...WSJ "이란 경제, '멜트다운'"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연설을 통해 미국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하메네이는 "세계 최강 군도 때때로 뺨을 맞고 일어나지 못할 수 있다"며 미국이 이란 정권을 무너뜨리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하메네이는 또 미국의 항공모함 역내 배치에 대해 "핵항공모함은 확실히 위험한 장비이지만, 그 배를 바다 아래로 보낼 수 있는 무기가 더 무섭다"고 맞섰다.

그러나 이란 내부의 경제 상황은 한계치에 다다랐다. 국제적 제재와 경제 위기로 인해 리알화 가치는 달러당 160만리알까지 폭락하며 통제 불능(meltdown) 수준에 이르렀고, 이러한 경제적 압박이 이란이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된 주요 동기로 작용하고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 이란 핵 '완전 폐기' vs '일시 중단'… 미 항모 2척 집결 속 안개속 협상

이란은 협상을 위해 우라늄 농축의 일시 중단, 비축 물량의 러시아 등 제3국 이전, 미국과의 비즈니스 거래 등 다양한 제안을 내놓고 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미국의 입장이 더 현실적으로 변했다고 했고, 하미드 간바리 외무부 경제차관은 제재를 해제하면 석유·가스·광업 분야에서 미국에 수익성 있는 투자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고 WSJ는 전했다.

하지만 미국은 단순한 농축 중단이 아닌 완전한 폐기를 요구하고 있으며, 마르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억제와 지역 내 친이란 시아파 무장세력 지원 중단 등 더 폭넓은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미군은 현재 핵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에 이어 최신예 항모인 제럴드 포드호까지 중동으로 급파하며 대(對)이란 작전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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