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4 읽음
걷지도 못했는데, 포기할 수 없었다…"이 악물고 걸어보려 했다" 최가온의 투혼이 역사를 썼다 [MD밀라노]
마이데일리
1
최가온./게티이미지코리아
[마이데일리 = 밀라노(이탈리아) 김건호 기자] "걸을 수도 없었는데, 이 악물고 걸어보려고 했다."

최가온(세화여고)은 지난 13일(한국시각) 이탈리아 리비뇨의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0.25점을 기록해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설상 종목 최초 올림픽 금메달이다.

최가온은 1차 시기 두 번째 점프 시도 중 착지를 잘못해 다쳤다. 최가온은 오랜 시간 쓰러져 있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던 마음이 그를 일으켰다.
최가온./밀라노(이탈리아)=김건호 기자
최가온은 14일 이탈리아 밀라노의 빌라 네키 캄필리오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최가온은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더라. 의료진이 들것에 실려 가면 아마 병원에 가야 될 거라고 했다. 여기서 포기하면 너무 후회할 것 같았다"며 "잠시만 시간을 달라고 했는데, 다음 선수가 내려와야 해서 빨리 결정해야 했다. 그래서 최대한 발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시 다리에 힘이 돌아와서 내려왔다"고 밝혔다.

스스로 일어서서 내려왔지만, 몸 상태는 좋지 않았다. 미국인 코치 벤 위스너는 더 큰 부상을 막기 위해 미출발(DNS)을 하자고 했다. 하지만 최가온은 계속 경기에 나서고 싶었다. DNS를 철회하고 2차 시기에 나섰다.

최가온은 "사실 저는 DNS 하지 않겠다고 했다. 코치님께 무조건 뛸 것이라고 말했다"며 "코치님께서 '지금 네 상태가 걸을 수도 없으니 DNS 하자'고 하셨다. 그래서 DNS 했는데, 이 악물고 걸어보려고 했다. 그러면서 다리가 조금 나아졌다. DNS를 철회하게 됐다"고 전했다.
최가온./게티이미지코리아
하지만 2차 시기에서도 넘어지며 점수를 얻지 못했다. 최가온에게 남은 기회는 단 한 번이었다. 하지만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3차 시기에서 실수 없이 연기했고 90.25점이라는 점수를 획득했다. 1위로 등극한 순간이었다.

최가온은 "1차 2차 다 넘어졌다. 특히, 1차는 심하게 넘어져서 몸도 많이 아팠는데, 3차 때는 딱히 긴장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냥 기술 생각만 했다. 착지했을 때 무릎이 많이 아프면 코치님이 '포기하고 내려가라'라고 했지만, '올림픽인데 끝까지 한번 타보자'라는 생각이었다"며 "런을 완성하겠다고 생각했다. 아프고 눈이 내리는 와중에 런을 성공했다는 것에 감격해 눈물이 나왔다"고 전했다.

최가온은 아래에서 다른 선수들의 마지막 연기를 지켜봤다. 이날 가장 마지막으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던 클로이 김(미국)이 나왔다. 클로이 김은 3차 시기에서 실수했고 최가온이 금메달을 목에 걸게 됐다.
최가온(왼쪽)과 클로이 김./게티이미지코리아
최가온의 '롤모델' 클로이 김은 내려온 뒤 최가온에게 다가가 안아주며 진심으로 축하했다. 최가온은 "클로이 언니가 자기 런을 끝내고 내려와서 1등인 저를 꽉 안아주셨다. 그때 정말 행복함과 클로이 언니를 넘어섰다는 느낌도 들었다. 뭉클함도 와닿았다. 항상 저에게 좋은 말씀, 멘토를 많이 해주셨는데, 그때 다시 눈물이 다시 터져 나왔다"고 했다.

롤모델을 꺾고 최정상에 섰다. 최가온은 "경기 시작하면서부터 저도 모르게 클로이 언니가 금메달 땄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마음이 계속 엇갈렸던 것 같다. 너무 존경하는 분인데, 그분을 뛰어넘어 기쁘기도 하지만, 서운함도 있었다.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마음이 조금 그랬다"고 밝혔다.

끝으로 최가온은 목표에 대해 "빨리 꿈을 이룬 편이라 영광이다. 앞으로 저는 목표를 멀리 잡지 않고 당장 내일 이렇게 목표를 보고 있다. 더 열심히 해서 지금 저보다 잘 타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