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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코드 다 짜 준다는데… 개발자는 더 바빠졌다 [바이브 코딩①]
IT조선
실제 최근 다수 고숙련 개발자들은 프로그래밍 언어로 세부 구현을 직접 작성하기보다, 자연어로 요구사항을 설명하고 AI가 생성한 코드를 검증·보완하는 방식으로 개발의 중심이 옮겨가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
다만 전세계 주요 개발 조직들의 성과 지표와 분석 결과를 보면, AI 코딩 도입이 곧바로 개발 성과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 산하 개발 성과 연구 조직인 DORA(DevOps Research and Assessment)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생성형 AI 도입은 코드 작성 속도 개선에는 기여했지만 배포 안정성이나 리드타임 등 핵심 개발 성과 지표를 자동으로 끌어올리지는 못했다. 특히 AI 활용 수준이 높은 팀이라 하더라도, 추가적인 관리 체계와 프로세스 개선 없이는 성과 개선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게 DORA의 분석이다.
이 같은 한계는 개발 흐름을 보다 세부적으로 분석한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분석 기업 파로스 AI(Faros AI)는 최근 AI 코딩 도입 이후 개발 병목이 '코드 작성' 단계에서 '리뷰'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파로스 AI 조사에 따르면 AI를 적극 활용하는 팀은 최종 반영되는 코드 변경(PR·Pull Request) 수가 약 98% 증가했고, 코드 리뷰에 소요되는 시간도 90% 이상 늘어났다. 뿐만 아니라 PR 하나당 코드 변경 규모도 평균 150% 이상 커졌다. 코드 생산량 증가가 오히려 검증 부담 확대로 이어진 셈이다.
구글 크롬(Chrome) 개발팀에서 엔지니어링 매니저로 근무하며 대규모 웹 플랫폼 개발과 성능 최적화를 이끌었던 애디 오스마니(Addy Osmani)도 유사한 맥락의 지적을 내놓았다. 그는 개발자 5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과 DORA 리포트 등을 종합해 "AI 도입으로 코드 생성 비용이 급격히 낮아지면서 변경 빈도와 규모가 동시에 커졌다"며 "그 결과 리뷰와 검증 단계가 개발 흐름 전반에서 가장 중요한 병목 구간으로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협업 소프트웨어 기업 아틀라시안(Atlassian)의 2025년 조사에서도 유사한 맥락의 흐름이 확인된다. 조사 결과 AI 코딩 도구를 사용하는 개발자 대부분은 주당 수 시간 이상의 코드 작성 시간을 절약했다고 답했으나, 전체 업무 시간이 줄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높지 않았다. 코드 작성에서 절약한 시간이 늘어난 변경 사항 관리, 코드 리뷰, 팀 간 조율에 다시 투입됐기 때문이다.
결국 개발자들은 AI 코딩 도구로 절약한 시간만큼 새로운 과제를 떠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이해하고 검토·검증하는 데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며, 이 과정을 소흘히 할 경우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개발 생산성과 코드 품질을 연구해 온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제러미 트웨이(Jeremy Twei)는 최근 '이해 부채(comprehension debt)'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이는 개발자가 AI가 생성한 코드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넘어가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코드베이스 전반을 설명하고 관리하기 어려워지는 상태를 의미한다. 특히 테스트 통과와 일정 압박 속에서 검증 과정이 형식화될 경우, 이해 부채가 빠르게 누적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한 IT 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AI 코딩은 개발자를 대체하는 기술이라기보다는 개발자 역량을 최소 몇 배, 최대 몇십 배 증폭시키는 도구로 평가된다"며 "앞으로 개발 경쟁력은 코드를 얼마나 빨리, 많이 작성하느냐가 아니라 이렇게 증폭된 환경에서 AI 생성한 결과물을 얼마나 정확히 이해하고 조율해 양질의 결과물을 완성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정종길 기자
jk2@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