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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칼럼] 96시간, 착륙 없는 드론 - 테슬라의 꿈이 전장을 바꾼다
BEMIL 군사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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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시간, 착륙 없는 드론 - 테슬라의 꿈이 전장을 바꾼다

김형석 한성대학교 국방과학대학원 국방전력학과 교수

배터리, 드론의 아킬레스건

최근 중동의 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을 거치며 드론은 ‘전장의 기본값’이 되었다. 정찰, 감시, 타격까지 수행하는 이 혁신적인 무기체계는 현대전의 양상을 완전히 바꿨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드론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그 한계 또한 드러나고 있다. 바로 ‘에너지의 족쇄’, 배터리 문제다.

항공 역학에는 ‘브레게의 항속거리 공식(Breguet Range Equation)’이라는 냉혹한 법칙이 존재한다. 비행체의 체공 시간은 에너지를 담을수록 늘어나지만, 그 에너지를 담는 그릇(연료, 배터리)의 무게가 늘어나면 효율은 급격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현재 주류인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는 kg당 약 200~250Wh 수준이다. 반면 항공유(Gasoline)는 kg당 약 12,000Wh의 에너지를 낸다. 단순히 계산하면, 배터리는 화석연료 대비 50배 이상 무겁고 비효율적이다. 2025년 들어 실리콘 음극재나 전고체 배터리 기술이 상용화되며 에너지 밀도가 400Wh/kg 대까지 두 배가량 껑충 뛰었지만, 이는 비행시간을 30분에서 1시간으로 늘려줄 뿐 ‘24시간 상시 감시’라는 전술적 요구를 충족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더 큰 문제는 '악순환의 고리'다. 더 오래 날기 위해 배터리를 더 실으면 기체는 무거워지고, 무거워진 기체를 띄우기 위해 모터는 더 많은 전력을 소모한다. 결국 추가된 배터리의 에너지는 자신의 무게를 지탱하는 데 상당 부분 소진된다. 이것이 바로 배터리 드론이 겪는 ‘중력의 굴레’다.

[표 1] 드론 배터리 에너지 밀도 및 비행시간 상관관계
전장에서 이 굴레는 곧 ‘작전의 공백’을 의미한다. 일반적인 군용 소형 드론이 30분 남짓 비행하고 배터리 교체를 위해 귀환하는 그 순간, 적은 이동하고 정보 사슬은 끊긴다. 아군 전투원은 배터리를 교체하기 위해 엄폐호 밖으로 나와야 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물리적 한계에 봉착한 배터리 기술을 쥐어짜는 것만으로는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에너지를 무겁게 ‘이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가볍게 ‘받아서’ 쓴다면 어떨까? 마치 와이파이가 데이터 케이블을 없앴듯, 전력 케이블을 없애는 기술. 바로 ‘무선 전력 전송(Wireless Power Transfer)’이다.

전기를 빔으로 쏘는 시대

스마트폰 무선충전기를 써본 사람이라면 무선 전력 전송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충전 패드 위에 폰을 올려놓으면 케이블 없이 충전된다. 하지만, 이 방식은 거리가 수 센티미터를 넘으면 효율이 급격히 떨어진다.

지금 상품화되고 있는 ‘원거리 무선 전력 전송’은 차원이 다르다. 수백 미터, 나아가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까지 전력을 보낸다. 원리는 의외로 단순하다. 전기를 전파(마이크로파 또는 레이저)로 바꿔 쏘고, 받는 쪽에서 다시 전기로 변환하는 것이다.

[표 2] 일반적인 무선 충전과 무선 전력 전송의 차이
핵심은 ‘어떻게 에너지를 한 곳에 집중시키느냐’다. 일반 안테나는 전파를 사방으로 퍼뜨린다. 하지만 수천, 수만 개의 작은 안테나를 정밀하게 배열하면 전파가 한 점으로 모이게 할 수 있다. 마치 돋보기로 햇빛을 모아 종이를 태우는 것처럼, 전파 에너지를 특정 지점에 집중시키는 것이다. ‘위상배열 안테나(Phased Array Antenna)’ 기술로 가능한 이야기이다.

96시간, 착륙 없이 나는 드론

미국 캘리포니아의 스타트업 ‘구루 와이어리스(GuRu Wireless)’는 이 기술을 현실로 만들었다. 2025년 이 회사는 7만 개 이상의 초소형 안테나를 동기화시켜 약 9미터 거리의 드론에 전력을 공급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로 드론이 96시간, 즉 4일 동안 착륙 없이 비행이 가능했다.

비결은 24GHz 밀리미터파(mmWave)에 있다. 이 주파수의 전파는 파장이 1.25cm로 매우 짧아서 안테나를 아주 작게 만들 수 있다. 덕분에 노트북 크기 면적에도 수천 개의 안테나를 집적할 수 있고, 이들이 협력하면 강력하고 정밀한 전력 빔을 만들어낸다.
GuRu Wireless의 무선 전력 전송 기술(https://guru.inc/technology/)

미국 국방부 산하 DARPA(방위고등연구계획국)도 이 분야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위스퍼 빔(Whisper Beam)’ 프로젝트는 속삭이는 소리가 갤러리 반대편까지 전달되는 원리를 응용해, 수신기 근처에서만 빔이 강해지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또 다른 프로젝트 ‘POWER’는 레이저를 이용해 8.6km 거리까지 800W의 전력을 전송하는 데 성공했다.
DRPA의 무선 전력 전송 개념도(https://www.energy-reporters.com/transmission/they-just-beamed-power-over-5-miles-tomake-popcorn-darpas-wireless-energy-breakthrough-redefines-whats-technically-possible/)

우리나라의 한국전기연구원(KERI)에서도 5.8GHz RF방식, 96개 채널/1,536개 방사소자 빔포밍 어레이를 개발하고 50~100m 거리 실시간 추적 전력 전송을 실증하였다. 올해부터 소형 위성 탑재 우주 실증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KAIST, 서울대, 포항공대 및 건국대에서 기초연구 및 제품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대(對)드론 작전의 새로운 가능성

이 기술은 드론을 운용하는 쪽뿐 아니라, 드론에 대응하는 쪽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가장 먼저 달라지는 것은 대드론 장비의 운용 방식이다. 현재 재머나 레이더 같은 장비들은 전력소모가 크다. 야전에서는 발전기를 돌리거나 무거운 배터리를 수송해야 한다. 무선전력전송이 적용되면 이런 장비들을 원격지에 분산 배치하고도 지속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장비의 전력 문제가 해결되면, 자연스럽게 공중 감시의 상시화가 가능해진다. 적 드론을 탐지하려면 우리 드론이 먼저 떠 있는 것도 하나의 전술이다. 무선충전으로 24시간 체공하는 감시 드론을 운용할 수 있다면, 적 드론의 접근을 조기에 포착하고 대응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감시에서 한 발 더 나아가면 요격의 문제가 있다. 적 드론을 추적하고 격추하는 요격 드론은 빠른속도로 에너지를 소모한다. 귀환하여 충전하는 사이 적 드론은 이미 임무를 마칠 수 있다. 만약 요격 드론이 비행 중 충전을 받을 수 있다면, 작전 반경이 획기적으로 넓어지고 지속적인 초계 비행이 가능해진다.

여기에 전자전 개념을 더하면 그림이 완성된다. 적 드론의 통신을 방해하는 재밍 장비를 드론에 탑재하면 이동식 전자전 플랫폼이 된다. 무선 전력 기술은 이런 재밍 드론이 장시간 적 상공 근처에서 작전할 수 있게 해준다.

결국 무선 전력 전송은 드론을 쓰는 쪽과 막는 쪽 모두에게 '지속성'이라는 무기를 제공한다. 앞으로의 전쟁은 누가 더 오래 하늘에 머무를 수 있느냐의 싸움이 될 것이다.

드론을 넘어, 에너지 혁명으로

무선전력전송의 가능성은 군사 분야에 그치지 않는다. 더 큰 그림은 ‘전선 없는 세상’이다.

전기자동차를 생각해보자. 현재 전기차의 가장 큰 불편은 충전이다. 충전소를 찾아가고, 케이블을 꽂고, 30분 넘게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만약 도로 자체가 충전기가 된다면? 달리는 동안 차가 자동으로 충전된다면?

로봇도 마찬가지다. 공장의 물류 로봇, 가정의 청소 로봇, 농업용 자율주행 기계들이 충전을 위해 멈추지 않아도 된다면 생산성은 비약적으로 높아진다. 2025년 노르웨이와 미국 특수작전사령부의 합동 실험에서는 -40℃의 북극 환경에서도 드론과 로봇에 무선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데 성공했다.

원격 센서의 세계도 달라진다. 다리의 균열을 감시하는 센서, 산불을 탐지하는 장치, 국경을 감시하는 카메라들은 배터리 교체가 큰 골칫거리다. 무선전력이 공급되면 이런 장치들은 반영구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표 3] 무선 전력 전송의 응용 분야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면, 그 전기는 어디서 오는가라는 질문에 닿는다. 중국은 2050년까지 우주에서 태양광을 모아 마이크로파로 지상에 전송하는 ‘우주 태양광 발전소’를 계획하고 있다. 우주에서 만든 전기가 무선으로 지상의 도로에 전달되고, 그 도로가 다시 달리는 차에 무선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것이다. ‘전선 없는 세상’의 완성된 그림이다.

아직 남은 과제들

물론 무선 전력 전송 기술에도 넘어야 할 산은 있다.

효율 문제가 가장 크다. 현재는 보낸 전력의 10~30%만 실제로 활용된다. 나머지는 변환 과정과 전파 경로에서 손실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효율 파형 설계, 메타물질 기반 전자기장 집중, 부하 변동에 자동 적응하는 최적점 유지 기술 등이 개발되고 있다.

안전성도 중요하다. 강한 전파 빔이 사람이나 동물에게 닿으면 위험할 수 있다. 현재 기술은 빔 경로에 장애물이 감지되면 60밀리초 이내에 전송을 차단하는 깊이 카메라 기반 보호 시스템, 물체 침입 시 레이저가 자동 소멸하는 내재적 안전 메커니즘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일본은 2022년 원거리 무선전력전송 전파규정을 세계 최초로 신설했고, 국제적으로도 IEC/IEEE 63184 등 인체 전자파 노출 평가 표준이 제정되고 있다.

비용도 걸림돌이다. 수만 개의 안테나를 집적한 송신기와 고효율 수신기는 아직 비싸다. 이에 대해 갈륨나이트라이드(GaN) 광대역 반도체를 활용한 소형화·고효율화, 모듈형 위상배열 설계를 통한 양산 단가 절감이 추진되고 있다.

군사적 취약점도 고려해야 한다. 24GHz 주파수를 교란하는 빔 재밍, 지상 송신기를 노리는 표적 공격, GPS 재밍으로 인한 빔 조준 실패 등이 우려된다. 이에 대응해 GaN 위상배열 안테나 기반의 고속 주파수 호핑, 단일 피격에도 네트워크가 유지되는 분산 메시 구조, GPS 없이 작동하는 관성·광학 복합 추적 기술, 그리고 AI가 위협을 탐지해 24시간 이내에 대응 페이로드를 자동 생성하는 신속 재프로그래밍 체계 등이 개발되고 있다.
드론 에너지의 미래는 ‘무선’이다

1889년 니콜라 테슬라는 전선 없이 전기를 보내는 꿈을 꿨다. 130여 년이 지난 지금, 그 꿈이 현실이 되고 있다. 드론이 하늘에서 전기를 받아 무한히 비행하고, 자동차가 달리면서 충전되며, 우주에서 모은 태양에너지가 지구로 전송되는 시대가 다가온다.
https://fi.edu/en/science-and-education/collection/case-files/nikola-tesla

한국도 이 흐름에서 뒤처져서는 안 된다. 군사적으로는 드론 지속작전 능력과 대드론체계를 함께 발전시켜야 한다. 산업적으로는 전기차, 로봇, IoT 분야에서 무선 전력 저송 기술의 실용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마지막 전선(The Last Wire)’을 없애는 기술. 그것이 바꿀 미래는 우리 상상보다 가까이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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