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5 읽음
‘왕과 사는 남자’ 엄흥도와 단종 역사적 기록은 어땠나
미디어오늘
0
단종(노산군)의 유배 시절을 담은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인기를 끌고 있다. 영화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되 곳곳에 상상력을 가미했다. 영화의 소재가 된 기록이 충돌하는 상황에서의 재해석과 선택도 돋보였다. 영화와 실제 기록의 차이를 비교해봤다.

단종의 죽음, 어떻게 기록됐나?

단종의 죽음에 대한 당대의 공식 기록은 단종 스스로 목매었다는 내용이다. ‘세조실록’에는 “노산군이 스스로 목매어서 졸하니, 예로써 장사지냈다”는 내용이 있다. 당시 금성대군의 단종 복위운동이 실패로 돌아가자 단종이 스스로 목매어 죽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기록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왕위를 찬탈한 세조의 입장에서 쓰였기 때문이다. 특히 후대 기록을 보면 조선왕실도 단종의 무덤이 어디 있는지 알지 못해 신하들로 하여금 찾게 했다는 내용을 고려하면 ‘세조실록’ 기록은 설득력이 크게 떨어진다.

정작 공식 기록인 조선왕조실록에도 후대에 가선 단종의 죽음을 ‘세조실록’과 다르게 묘사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도 있다. 선조실록에는 “(단종 유배지인) 영월에 사약을 보냈다”는 기록이 있다. 숙종실록에는 금부도사가 머뭇거리는 상황을 묘사한 뒤 “공생 하나가 차마 하지 못할 일을 스스로 하겠다고 자청하고 나섰다가 즉시 아홉구멍에 피를 쏟고 죽었다”며 하인이 단종을 죽인 것으로 기록한다.

후대에 쓰인 ‘연려실기술’에는 “단종을 모시고 있던 통인 하나가 활줄에 긴 노끈을 이어 단종이 앉은 뒤로 가서 목에 걸고 창구멍을 끈을 잡아당겼다”는 내용이 있다. 영화는 숙종실록과 연려실기술 내용을 합쳐 당시 상황을 재구성했다. 통인은 엄흥도와는 다른 인물이나 영화에선 같은 인물로 합쳤다.

엄흥도는 누구인가

엄흥도가 공식 기록에 등장하는 건 ‘중종실록’에서다. 당시 “중종의 어명을 받은 우승지 신상은 단종의 무덤을 찾아 제사 지내고 돌아와 결과를 보고하였다”는 내용이 있다. “고을 아전이었던 엄흥도라는 사람이 단종의 시신을 거두어 지금의 이 자리에 장사를 치렀다”는 내용을 전한다.

정조 때 간행된 ‘국조인물고’에선 엄흥도가 단종의 장례를 치르는 당시 상황을 전한다. “화가 내릴 것이라고 하면서 만류하는 데도 엄흥도가 말하기를 ‘의로운 일을 하고 화를 당하는 것은 달게 여기겠다. 두려워할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는 기록이 있다.
야사인 ‘아성잡설’은 “노산군이 해를 입자, 관에서 명하여 시신을 강물에 던졌는데, 옥체가 둥둥 떠서 돌아다니다가 다시 돌아오곤 하는데, 가냘프고 고운 열 손가락이 수면에 떠 있었다”며 “아전이 집에 노모를 위하여 만들어 두었던 칠한 관이 있어서 가만히 옥체를 거두어 염하여 장사지냈다”고 했다.

일부 후대에서 상상으로 채운 듯한 야사 내용도 있지만 이들 기록을 종합해 엄흥도는 당시 주변의 만류에도 용기를 내 장례를 치른 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조선 후기 숙종 때 단종이 복위되는 과정에서 엄흥도의 용기를 높게 사 엄흥도는 공조판사 벼슬과 충의라는 시호도 받는다. 다만 엄흥도가 단종이 죽기 전 어떤 관계였는지 알 수 있는 기록은 없다. 영화에선 이들 기록을 토대로 엄흥도와 단종의 관계를 상상해낸 것이다.

한명회의 외형은?

‘왕과 사는 남자’에서 유지태가 연기한 한명회는 그동안 미디어를 통해 구현된 한명회와는 차이가 있다. 특히 인기를 끌었던 영화 ‘관상’에서 김의성 배우가 연기한 것과 차이가 크다.
장항준 감독은 지난달 30일 보도된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당대 기록을 보면 한명회는 기골이 장대하고 무예가 출중한 인물로 나온다”며 “한 번도 보지 못한 한명회, 위압감이 느껴지는 한명회를 그려보자는 생각에 유지태를 캐스팅했다”고 했다.

서거정이 쓴 한명회 신도비명에는 “얼굴이 잘 생기고 체구가 커서 바라보면 우뚝해서 눈에 띄었다”고 썼다. ‘연려실기술’에는 한명회를 가르켜 “잉태된 지 일곱달 만에 났으므로 사체 아직도 덜 자랐다”는 기록과 함께 “자라감에 따라 골격이 기걸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간신’의 이미지와 칠삭둥이라는 기록에 주목한 작품이 많지만 골격이 컸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지태 배우의 한명회가 기록을 충실히 반영하는 면이 있다.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