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택배 물량이 급증하는 명절 성수기를 앞두고 택배기사들의 장시간 노동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설 연휴 배송 운영과 휴식 보장 여부를 둘러싸고 노사 간 입장 차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와 업계가 내놓은 과로 방지 대책이 실제 현장 근무 여건 개선으로 이어질지에 관심이 쏠린다. 5일 관계 부처 등에 따르면 이번 설 연휴 기간 일평균 택배 물량은 약 1870만박스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통업계 집계를 보면 지난해 설·추석 명절 연휴 직전 2주간 국내택배 이용 건수는 평시 대비 20.9% 증가했으며 이번에도 비슷한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조사에서도 명절 성수기에는 택배 노동시간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가 2020년 택배기사 186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업무여건 실태조사에 따르면 물량이 집중되는 성수기에 하루 14시간 이상 근무한다고 답한 비율은 41.6%에 달했다. 여기에 12~14시간(34.7%), 10~12시간(16.6%) 응답을 더하면 응답자 91.9%가 하루 10시간 이상 일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명절 기간 배송 물량이 평소보다 급증 하는 데다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 분류 작업에만 5~6시간 소요되는 구조적 특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분류 작업이 길어지면서 실제 배송이 오후 늦게 시작되고 퇴근 시간이 밤 9시를 넘기는 일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부담이 누적되면서 명절을 전후로 노사 갈등도 반복돼 왔다. 2022년에는 CJ대한통운 택배노조가 택배요금 인상분 배분 등을 두고 반발하며 단식과 상경투쟁을 벌였고 설 특수를 앞두고 파업이 장기간 이어지기도 했다. 올해도 현장에서는 명절 근무를 둘러싼 노사 갈등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쿠팡은 설 당일을 포함해 연휴 기간 로켓배송을 정상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반면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은 설 연휴 휴식권 보장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전용석 택배노조 우체국남동지회 조합원은 “쿠팡은 언제든 휴가를 다녀올 수 있다고 홍보하지만 택배노동자 70%는 원할 때 쉬지 못하고 있으며 쿠팡만 설 당일 영업을 고집하고 있다”며 “설 당일만이라도 휴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러한 과로 우려에 대응해 특별 관리 대책을 가동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달 2일부터 27일까지를 ‘설 명절 택배 특별관리기간’으로 지정했으며 이 기간 택배사들은 간선·배송기사와 상하차·분류 인력 등 약 5000명을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아울러 지난달 23일 택배회사와 대리점, 기사 단체는 새벽배송 과로사 방지를 위해 주간 총 노동시간 제한 등 4대 원칙에 합의했다. 다만 이 같은 대책이 현장에서 실질적인 개선으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이번 설 연휴는 노동시간 상한과 추가 인력 투입 등 과로 방지 장치가 처음 적용되는 성수기라는 점에서 제도적 합의가 근무 여건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정책과 현장 운영 간 간극이 얼마나 좁혀질지가 핵심 변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