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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든' 배추 위에 깻잎을 깔아 보세요…돈이 저절로 아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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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담그기엔 애매하고 버리자니 아까운

시든 배추

는 찌기만 해도 전혀 다른 요리가 된다.

시든 배추는 대부분 냉장고에서 애물단지 신세가 된다. 잎은 축 늘어졌고 수분은 빠져 겉절이나 김치로 쓰기엔 매력이 없다. 그렇다고 국을 끓이기엔 양이 부족해 결국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배추가 시들었다는 건 이미 섬유질이 부드러워졌다는 뜻이고, 이는 찌는 요리에 오히려 최적의 상태다. 열을 가하면 빠르게 숨이 죽으면서도 질기지 않고, 다른 재료의 맛을 잘 받아들이는 바탕이 된다.
이때 가장 잘 어울리는 조합이 우삼겹과 깻잎이다. 얇게 썬 우삼겹은 짧은 시간만 쪄도 지방이 녹아들며 고소함을 내고, 깻잎은 특유의 향으로 느끼함을 잡아준다. 시든 배추는 고기와 고기 사이를 채우는 역할을 하면서 육즙과 향을 흡수해준다. 신선한 배추보다 오히려 더 잘 어울린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만드는 방식은 밀푀유나베와 닮았지만 훨씬 간단하다. 시든 배추는 겉잎의 마른 부분만 살짝 떼어내고 물에 한 번 헹궈 준비한다. 길이가 길면 반으로 자른다. 그 위에 우삼겹 한 장을 올리고, 깻잎을 얹은 뒤 다시 배추를 덮는다. 이 과정을 반복해 손바닥 크기의 작은 덩어리로 만든다. 모양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찌는 동안 자연스럽게 정리된다.
찜기에 배추 밀푀유를 세워 담고, 센 불이 아닌 중불에서 천천히 쪄준다. 물이 끓기 시작한 뒤 8~10분 정도면 충분하다. 우삼겹이 완전히 익고 배추가 투명해지면 불을 끈다. 이때 배추에서 나온 수분과 고기 육즙이 바닥에 고이는데, 이 국물 자체가 이미 훌륭한 육수가 된다. 따로 양념을 하지 않아도 재료 본연의 맛이 또렷하다.

소스는 최대한 단순하게 가는 게 좋다. 간장에 식초를 약간 섞고, 다진 마늘을 아주 소량만 더한다. 여기에 참기름 몇 방울을 떨어뜨리면 충분하다. 배추와 우삼겹을 함께 찍어 먹으면 기름진 맛은 줄고 향은 살아난다. 깻잎 덕분에 먹는 내내 입안이 무겁지 않다. 명절 음식이나 고기 요리에 지친 날에도 부담 없이 들어간다.
이 요리의 가장 큰 장점은 재료 활용이다. 시든 배추는 찌는 과정에서 단맛이 도드라지고 쓴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냉장고 속 자투리 우삼겹이나 남은 깻잎을 함께 쓰면 추가 장보기 없이도 한 접시가 완성된다. 조리 후 남은 국물은 밥에 비벼 먹거나 국수에 부어도 좋다. 버려질 뻔한 배추가 식탁의 중심이 되는 순간이다.

시든 채소를 무조건 버리는 습관은 생각보다 많은 낭비를 만든다. 특히 배추처럼 수분과 섬유질이 많은 채소는 열 조리에 따라 전혀 다른 식감을 낼 수 있다. 찌는 방식은 기름을 거의 쓰지 않아 부담도 적다. 냉장고 정리가 필요할 때, 혹은 간단하지만 제대로 된 한 끼가 필요할 때 이 배추 밀푀유 찜은 좋은 선택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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