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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없인 미래 없다"…제약·바이오 점령한 '특명'[신약 from AI]
데일리안후보물질 발굴 시간과 비용 10분의 1로 단축
R&D 넘어 산업 전반 관통하는 전 주기적 내재화

AI 도입은 글로벌 흐름…국내 CEO ‘특명’
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내세운 사업 전략의 공통점은 ‘AI를 통한 체질 개선’이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AI로 인해 산업 지형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현재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전략전 결단을 추진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서 회장은 AI 플랫폼을 도입해 개발에서부터 임상, 생산, 판매 등 사업 분야 전반에 걸쳐 업무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 역시 ‘AI로 일하는 제약사’로의 전환을 전면에 내걸었다. 회사가 그간 구축한 데이터와 AI 기반 체계를 실질적인 경쟁력으로 전환하고, R&D 전 주기를 AI 중심으로 재설계하겠다는 메시지다.
전통 제약사 중에선 종근당이 AI 신약 개발을 통한 선순환 구조 구축을 강조했다. 이장한 종근당 회장은 “AI 융합 기술로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설계까지의 과정을 획기적으로 단축해 신약 개발을 가속화해야 한다”며 “AI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활용하는 기업만이 생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기조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제약·바이오 컨퍼런스인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도 확인된다. 올해 JP모건 현장에서도 신약 AI 플랫폼이 중심에 섰다. 과거 숙련된 연구원들이 수만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던 ‘웨트 랩’(실험 중심 연구소)의 시대가 가고, 알고리즘이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고 후보물질을 설계하는 ‘드라이 랩’(디지털 연구소)이 대세로 자리 잡은 것이다.
실제로 엔비디아,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들은 이미 제약사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 AI 플랫폼 ‘바이오네모’를 구축한 엔비디아는 JP모건 행사에서 글로벌 빅파마 일라이 릴리와 손잡고 향후 5년간 최대 10억 달러를 공동 투자해 AI 신약 개발 연구소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구글 딥마인드에서 분사한 AI 신약 기업 이소모픽 랩스는 ‘알파폴드’ 플랫폼을 활용한 신약 개발을 위해 일라이 릴리, 노바티스 등과 파트너십을 체결한 바 있다. 이처럼 ‘IT 공룡’들이 제약 산업에 참전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신약 개발의 고질적인 시간적, 비용적 저효율 문제를 AI가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실질적인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2020년 알파폴드는 생물학계의 난제로 불리던 단백질 접힘 문제를 해결했다. 이소모픽 랩스는 ‘AI를 통한 질병 정복’을 내걸고 지난해 AI가 설계한 후보물질에 대한 사상 첫 인체 임상에 돌입했다.
고난도·고비용 신약 개발…AI 도입은 ‘선택 아닌 필수’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AI 도입에 사활을 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기존 방식으로 신약 1개를 탄생시키는 데 평균 14년, 약 1조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1만개가 넘는 후보물질 중 단 1개 만이 성공적으로 시판에 들어갈 만큼 확률도 희박하다.
AI는 이러한 시행착오를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지름길 역할을 한다. AI 기술을 활용하면 후보물질 발견부터 독성 예측까지 5년이 넘게 걸리던 시간을 몇 개월 수준으로 단축할 수 있다. 비용 또한 기존 2~3조원에서 약 6000억원까지 감소한다.
실제로 대웅제약은 자체 AI 신약 개발 시스템 ‘데이지’를 통해 비만·당뇨 치료제 후보물질 발굴 기간을 기존 1년 이상에서 2개월로 줄였다고 밝혔다. 홍콩 AI 기반 신약 개발사 인실리코메디슨은 후보물질 도출 과정을 46일로 단축하면서 투입 비용 또한 전통적인 신약 개발 과정 대비 10분의 1로 줄였다. 제약·바이오 기업 수장들이 공통적으로 AI를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선언한 배경에는 압도적인 효율성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AI 파괴력이 R&D 과정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연구소에서 시작된 데이터 혁신은 이제 실제 매출과 직결되는 마케팅, 영업 현장 등으로 뻗어 나가고 있다. 데이터가 신약을 설계하고, 다시 그 데이터가 시장의 니즈를 정밀 타격하는 이른바 ‘전 주기적 AI 내재화’가 시작된 것이다.
코트라는 보고서를 통해 “AI 도입 이후 속도 및 비용 절감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났으며 후보물질 탐색과 임상 설계의 효율성도 크게 개선되고 있다”며 “AI 적용 범위가 신약 개발 전 주기로 확장되면서 산업 생태계 전반의 구조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2026 글로벌 제약바이오산업의 방향과 K-BIO의 기회’ 세미나에서 만난 조영국 글로벌 벤처 네트워크 대표는 “AI를 활용하는 팀과 그렇지 않은 팀 사이엔 속도 문제를 넘어서 메울 수 없는 구조적 간극이 생길 수 밖에 없다”면서 “기술력을 뽐내던 데모의 시대를 넘어 이제는 얼마나 비용을 줄이고,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생산성을 뽑아내는지와 같이 운영 ROI(투자 대비 효율) 실전의 영역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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