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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의 경제학…위기의 대학로 구원할 유산될까 [퀴어 웨이브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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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절반이 N차 관람"… 충성 팬덤의 '회전문' 문화가 수익 견인

'상업적 BL' 쏠림은 경계해야… "돈 되는 소재 넘어 보편적 가치 담아야"

대학로 공연 시장은 현재 심각한 양극화와 비용 상승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전체 공연 시장 매출은 성장세를 유지했지만, 대극장 라이선스 뮤지컬로의 쏠림 현상은 여전했다. 반면 대학로 소극장들은 임대료와 인건비, 자재비 등 제작 원가가 전년 대비 가파르게 상승하며 수익성 악화에 직면했다. 손익분기점(BEP)을 맞추기 위한 유료 객석 점유율 기준이 80% 선까지 치솟은 이 위기 상황에서, 동성애 작품은 대학로 생태계를 지탱하는 실질적인 ‘경제적 안전판’ 역할을 수행했다
KOPIS(공연예술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뮤지컬 티켓 판매액은 약 2376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이 성장은 대형 극장에 집중됐다. 실제 티켓판매액 상위 10개 공연이 50%에 육박하는 것을 보면 뮤지컬 공연시장의 상위 쏠림이 심화되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현장의 체감 온도는 더욱 차갑다. 한 대학로 소극장 관계자는 “대학로에도 대극장, 매체 스타들의 공연이 대거 유입되면서 대학로 안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현재 고물가와 최저임금 인상 등의 여파로 제작 원가가 급등했고 사실상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전 회차 매진’에 가까운 성적을 내지 않으면 적자를 면치 못하는 구조가 고착화된 상황인데 매진은 고사하고 빈 객석만 아니면 감사해야 할 수준”이라고 하소연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충성도 높은 관객을 보유한 동성애 소재 작품은 생존을 위한 전략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까지 1~1000석 미만 티켓 판매액 상위 10개 공연 목록에는 ‘베어 더 뮤지컬’ ‘두 낫 디스터브’ ‘랭보’ 등 동성애 소재 작품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공연 업계 관계자들은 퀴어 공연이 가진 가장 큰 산업적 가치로 높은 재관람률(회전문 관람)을 꼽는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퀴어 공연의 예매자 중 1인 관람객 비율은 60%를 상회하고, 동일 작품을 3회 이상 관람하는 회전문 관객 비율도 타 장르 대비 압도적으로 높다”며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통상 50%를 재관람객으로 분류하고 있다”고 봤다.

또 다른 제작사 대표 역시 “퀴어극의 경우 재관람 관객을 40~50%정도로 보고 있기 때문에 불특정 다수에게 홍보하는 비용이 급증한 상황에서 불필요한 홍보에 투자하는 것보다, 충성도 높은 코어 팬덤을 확보하고 그들에게 집중해 투자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는 판단이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는 작품이 제공하는 ‘밀도 높은 관계성’에 기인한다. 소수의 인물이 무대를 채우는 2인극, 3인극 구조는 배우들의 미세한 표정 연기와 매회 달라지는 감정의 디테일(애드리브, 호흡)을 극대화한다. 퀴어 서사 특유의 아슬아슬한 긴장감과 정서적 교감은 반복 관람을 유도하고, 이는 곧 충성도 높은 소비로 직결된다. 별도의 대대적인 마케팅 없이도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는 기초 체력을 제공하는 셈이다. 또한 대본집, OST, 포토북 등 고마진의 MD(굿즈) 상품 매출 역시 이들 팬덤의 높은 구매력에 힘입어 제작사 수익 개선에 크게 기여한다.

산업적 측면에서 퀴어 열풍은 신진 창작자들에게 기회의 장이 되고 있다. 대극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으로 제작 가능하고, 서사의 힘만으로 관객을 설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CJ문화재단이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의 창작 지원 사업 선정작 중 다수가 퀴어 코드를 포함하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제작사 입장에서도 고정 팬덤이 확보된 장르를 선택함으로써 실패 확률을 낮추는 전략으로 이를 활용한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이 대학로의 장기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2007년 초연되어 소극장 뮤지컬의 신화가 된 ‘쓰릴 미’가 남성 2인극과 퀴어 코드의 결합이라는 흥행 공식을 완성한 이후, 이를 표방하는 작품들이 쏟아지고 있다는 점은 양날의 검이다.

일각에서는 ‘쓰릴 미’가 보여준 밀도 높은 심리 묘사와 서사의 힘 대신, 상업적 성공만을 쫓아 남성 캐릭터 간의 스킨십이나 유사 연애 감정만을 강조하는 이른바 ‘상업적 BL’의 범람을 우려한다. 이는 장르의 피로도를 높이고, 소재의 고착화를 불러일으켜 결국 관객 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남성 동성애 서사에 지나치게 편중된 현상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한 공연 관계자는 “지난해는 동성애 소재의 확장과 상업적 생존력을 증명한 해였다면, 올해는 다양성이라는 본질을 되새겨봐야 하는 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특정 팬덤의 취향에 맞춘 기획, 혹은 단순히 ‘돈이 되는 소재’로만 소비되지 않고 보편적인 인간애와 다양한 사회적인 담론을 담아내는 그릇으로 확장되어야만 이 흐름이 일시적인 유행에 그치지 않고 공연예술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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