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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거부했던 콜비 美전쟁부 차관의 방한...무얼 남기고 떠났나?
최보식의언론
그는 차관 임명 이후 미 국가방위전략을 완성 발표하고 첫 해외 방문지로 한국을 택했으며 외교부, 국방부, 세종연구소를 방문했다.
그만큼 그의 국방전략에 있어서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연설은 하였으나 질의응답도, 공식 브리핑도, 언론과의 소통도 없이 일본으로 떠났다.
그가 남긴 것은 정책 설명이 아니라 추측과 해석의 '공백'이었다. 이 공백이야말로 이번 방한의 핵심 문제다. 북한 김정은은 콜비의 방한에 맞추어 미사일 발사로 대응했다.
콜비는 단순한 학자가 아니다. 그의 저서 ‘거부전략(The Strategy of Denial)’은 미국 국가방위전략(NDS)에 60% 이상 반영되었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드물게 학자에서 정책 설계자로 이동한 인물이다. 트럼프가 그를 국방정책 차관에 등용한 배경이 아마도 그의 저서가 트럼프가 추구하는 전략과 정책 방향이 일치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학문적 영광이자 동시에 정치적 부담이다. 성공하면 전략가, 실패하면 책임자다. 이 지점에서 그는 더 이상 강연자나 이론가가 아니라, 동맹국의 안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정책 행위자가 된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 발생한다. 그런 인물이 한국을 방문해 일방적 연설만 남기고 떠났다는 사실, 그리고 질문을 차단하고 보도까지 금지한 태도는 한국 사회에 묘한 인상을 남겼다.
"설명은 하되, 검증은 받지 않겠다"는 자세, "전달은 하되,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방식. 이는 전략적 절제라기보다 외교적 오만에 가깝다.
그에게 질의할 시간이 있었다면 다음 사항을 묻고 싶었다.
- 대만유사 시 주한미군의 역할을 시나리오와 위기별로 어떻게 대응할 것이며 한국군은 어떤 역할을 해주기를 원하는가?
- 전작권 전환이 이루어질 경우 주한미군 사령관의 계급구조는 어떤 변화를 줄 것인가?
- 오스틴 전 국방장관은 주일 미군사령관을 4성장군으로 검토한다고 했다. 이 결정이 구체화될 경우 주한미군사령관 계급 구조에는 어떤 영향을 주는가?
하지만 그는 기자들의 질문을 일절 받지 않았다.
콜비의 연설은 그의 저서 내용과 거의 일치한다. 그는 미국이 더 이상 추상적 가치나 무한 책임의 제국으로 남을 수 없다고 단언한다.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미국 전략은 '유연한 현실주의'로 복귀했으며, 인도-태평양에서는 '제1도련선'(
島鏈線, island chain, 태평양의 섬을 사슬처럼 이은 가상의 선으로 중국 해군의 작전 반경)
바깥으로의 침략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억제, 즉 '거부에 의한 억제'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발언은 저서와 이번에 발표된 국방전략과 맥락을 같이한다.
미국은 중국을 전복하거나 지배하지 않는다. 대신 패권을 거부(denial)한다.
이를 위해 동맹은 각자 방어 책임을 져야 한다. 미국은 핵심·필수 영역만 담당한다.
그는 이를 "상식(common sense)"이라고 반복한다. 동맹은 감정이 아니라 비례적 기여, 공동 위험, 상호 이익 위에 서야 한다는 것이다. 논리적으로 틀리지 않다. 오히려 냉혹할 만큼 명료하다. 그러나 전략의 명확함이 외교의 무례를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전략이 아니라 방식이다. 콜비는 연설에서 한국을 "현실을 이해하는 훌륭한 동맹"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 평가와 달리 행동은 정반대였다. 질문을 받지 않고, 토론을 차단하고, 한국 정책 공동체와의 상호 검증을 거부했다. 이는 동맹을 파트너로 대하는 태도가 아니라, '정책 수용자'로 취급하는 태도다.
이번에 미국 국방전략에서 '북한 비핵화'는 언급이 없었고 우리는 당연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확장 억제'도 언급이 없었다. 틈만 나면 강조했던 언급의 생략은 자기의 입장에서 나중에 변명하기에 좋은 복선이다.
필자는 그의 책에 서명을 받기 위해 책을 들고 갔지만, 그의 태도가 불손하게 느껴져 서명을 받지 않았다. 이 개인적 경험은 사소한 감정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많은 한국인들이 공유하는 정서다. 존중받지 못한다는 생각이다.
동맹에서 존중은 형식이 아니라 신뢰의 기반이다. 특히 안보처럼 생존이 걸린 문제에서, 설명은 설득이고 질문은 검증이며, 토론은 동맹의 최소한의 예의다. 이를 생략한 전략은, 아무리 논리적이어도 동맹을 약화시킨다.
콜비의 거부전략은 한국을 '제1도련선'의 핵심 거점으로 설정한다. 이는 전략적으로 정확하다. 그러나 동시에 위험하다. 한국은 선택지가 아니라 전제조건으로 취급된다. 즉, 한국이 어떤 판단을 하든, 미국 전략은 이미 한국의 역할을 고정시켜 놓고 있다는 인상이다.
이 때문에 질문이 필요했다.
- 한국의 정치적 현실은 고려되는가?
-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확장억제는 어떻게 조정되는가?
- 전구(
戰區, 작전지역)
통합 시 한국군의 전략적 자율성은 어디까지인가?
- 위기 시 미국의 개입 기준은 무엇인가?
그러나 이런 질문은 봉쇄되었다. 그 결과 한국에는 전략은 들었지만, 해석은 남지 않은 상태만 남았다. 이것이 이번 방한의 가장 큰 문제다.
이번 방한이 남긴 여적은 분명하다. 미국 전략은 이미 바뀌었고, 한국은 그 전략의 중심부에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그 포함 방식은 협의가 아니라 '설계'에 가깝다. 이는 한국이 더 이상 '보호받는 동맹'이 아니라 전략적 부담을 공유하는 국가로 이동했음을 뜻한다.
따라서 문제는 콜비가 오만했느냐가 아니다. 문제는 한국이 이 오만함을 견딜 준비가 되어 있는가, 아니면 자기 전략을 갖고 대등하게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다.
콜비는 질문을 받지 않고 떠났다. 이제 질문은 한국이 스스로에게 던져야 한다. 우리는 전략의 대상인가, 전략의 주체인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다음 콜비는 더 무례할 것이고, 다음 방한은 더 짧아질 것이다.
트럼프는 그가 일본으로 떠나는 날 관세 25%를 들고 나왔다. 콜비는 이미 트럼프의 복안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그는 허수아비에 지나지 않는다는 뜻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기껏 설명했는데 뒤통수 치면 자신만 우스워지기에 그러하다. 콜비가 질문을 받지 않은 이유가 하루만에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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