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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뭘 만들고 싶었나, 정체성 잃은 혼종 슈팅 '하이가드'
게임메카
사실 하이가드는 이러한 논란으로 인해 출시 전부터 '콘코드 2'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까지 얻었다. 이미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게임이 얼마나 못 나왔을지 내기하자는 분위기마저 형성됐다. 그 상황에서 본 기자는 게임 전문 기자로서 선입견을 배제하고 공정하게 바라보려 노력하면서 하이가드를 설치했다. 그로부터 불과 1시간 후, 입에서 자연스레 욕설이 튀어 나왔다. 본격적인 게임은 시작조차 하지 못한 상태였다.
하이가드는 전반적으로 보편적인 FPS 조작법을 따른다. WASD 이동과 Shift 대쉬, Ctrl 앉기, 우클릭 조준, 좌클릭 사격, G버튼은 수류탄, F버튼은 근접 공격 같은 것 말이다. 기자는 이미 이러한 사실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기에, 곧바로 실전 플레이를 원했다. 하지만, 이 게임은 튜토리얼(훈련장)을 완수하지 않으면 매칭 메뉴가 활성화되지 않게끔 설계돼 있었다. 훈련장을 거치지 않은 유저는 우리 게임을 할 수 없다는 강인한 수문장을 세워 놓은 것이다. 스킵 기능은 당연히 없다.
훈련장 내용의 절반 가량은 앞서 설명한 보편적인 FPS 조작법, 즉 이동과 사격 등 지나치게 기초적인 내용을 늘어지도록 가르친다. 단언컨대, 2026년에 하이가드라는 신작 게임을 시작한 유저의 99.9%는 이미 몸에 배어 있는 내용들이다. 게다가 훈련장은 의미 없이 넓었고, 계속해서 다음 과정을 위해 이동해야 했다. 스킵 버튼조차 없는 불친절함은 덤이다.
참고로 튜토리얼을 마치자 '세부 전술은 외부 영상을 보고 배워라' 라는 안내가 떴다. 정작 승패에 직결되는 기지 방어 전략이나 공성전 룰은 튜토리얼에 없었는데, 이러한 핵심 시스템은 길고 지루했던 게임 내에서 가르치지 않고 영상 하나로 때운 셈이다. 분명히 튜토리얼의 부실함을 지적한 이가 내부에서도 있었을 텐데, 이에 대한 해법으로 외부 영상 링크를 추가 제공한 듯 하다. 전형적인 땜질식 개발의 흔적이다.
개발사는 이 게임의 장르를 'PvP 레이드 슈터'라고 칭했다. 무엇인고 하니, 에이펙스 레전드의 파밍과 기동성, 레인보우 식스 시즈의 환경 파괴와 보강, 오버워치의 영웅 스킬과 분업, 카운터 스트라이크나 발로란트의 폭파 미션 긴장감을 한 게임 내에 모두 풀어냈다. 즉 배틀로얄 파밍으로 시작해 하이퍼 FPS로 싸우다 공성전으로 끝나는 흐름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요소들이 서로 시너지를 내어 '하이가드'만의 새로운 매력과 게임성을 구현했는가? 'PvP 레이드 슈터'라는 단어는 하위 장르명으로 받아들여 질 만큼 완성도가 높게 구현되었을까? 이에 대한 본 기자의 답은 "전혀 그렇지 않다"이다. 뭔가 해보려는 시도는 잔뜩이었지만, 열매는 하나도 맺지 못했다.
일단 위에서 설명한 기존 게임들의 매력적 요소들은 전혀 시너지를 내지 못했다. 예를 들어 '에이펙스 식 무빙'과 '카운터 스트라이크/발로란트 식 전술 목표'가 어울리는가에 대해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단언할 수 있다. 에이펙스 레전드는 다소 정신없는 무빙과 다이내믹한 스킬들을 지원하는데, 맵을 넓게 쓰고 생존에만 치중하는 배틀로얄이라는 특성이 있기에 어울린다. 레이스처럼 무적기로 도망치거나 벽을 타고 날아다니는 모습은, 맵을 넓게 쓰는 배틀로얄이기 떄문에 어울리는 것이다.
화려한 이동기와 난무하는 스킬들을 전술적 게임에 접목시키려다 실패한 사례는 이미 '하이퍼 스케이프'나 '로켓 아레나', '로그 컴퍼니' 같은 실패작들에서 수 차례에 걸쳐 증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조합을 다시 가져온 것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앞선 게임들의 실패 요인을 철저히 분석해 극복했다면 모를까, 그렇지도 않다. 일명 '각 쪼기'로 불리는 신중하고 전술적인 플레이가 불가능하다는 단점을 그대로 가지고 왔다.
앞서 소개한 에이펙스 레전드의 경우 초반 파밍이 생존을 위해 긴박하게 움직인다는 느낌을 주며, 강해지는 과정에서 간헐적으로 전투가 벌어지는 등 예측 불가능한 재미를 준다. 파밍 시간이 조금 더 길어지더라도 충분히 납득 가능한 정도의 몰입도다. 반면, 하이가드의 초반부는 전투와 동떨어진 숙제를 하는 느낌만 드나. 그 과정에서 적과 자주 만나는 것도 아니다. 탈 것 없이 돌아다니기도 힘들 정도로 넓은 맵 속에서 고작 3 대 3으로 싸우다 보니 필드에서는 적을 만나는 시간보다 광물 캐고 상자 까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길다. 내가 무슨 게임을 했는가 돌이켜보면, 혼자 파밍하는 장면만 떠오를 정도다.
결과적으로, 하이가드라는 요리는 맛있다고 평가받은 재료들을 전부 집어넣은 짬뽕이다. 그런데 그 재료들이 서로의 맛을 방해하고 있다. 차라리 각 요소들을 원재료 그대로 먹는 것이 더 맛있을 지경이다. 전술적인 총격전을 원하면 발로란트/카스2가, 화려한 무빙과 파밍의 재미를 원하면 에이펙스가, 환경 파괴와 전략을 원하면 레인보우 식스 시즈가, 영웅 스킬을 쓰며 역할 분담 미션을 수행하는 것을 원하면 오버워치가 더 나은 선택이다. 요리 프로그램이었다면 예선 불합격 받을 레벨이다.
무엇보다 하이가드가 혹평 받아야 할 이유는, 슈팅 게임으로서의 기본 완성도가 낮다는 부분이다. 요즘처럼 슈팅게임 과포화 시대에서, 기본적인 슈팅 기본기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게임은 비교 무대에 오를 가치조차 없다고 생각한다. 하이가드가 딱 그 전형적 사례다.
먼저 타격감이 부족하다. 흔히 이런 게임을 비비탄 총 싸움 같다고들 표현하는데, 총을 쏴도 적이 맞았는지, 대미지가 재대로 들어가는지 직관적으로 느끼기 어렵다. 피격 사운드나 이펙트가 너무 빈약해서 허공에 총질하는 느낌까지 든다. 적을 맞췄을 때의 쾌감이 거의 없기에, 슈팅 게임의 본질적인 재미가 반감된다.
초반부에 느끼는 무기 밸런스 역시 몹시 치우쳐져 있다. 예를 들어 돌격소총은 근거리, 중거리, 원거리 모든 상황에서 강력하기에, 다른 무기를 쓸 이유가 없을 정도다. 근접전 전용으로 나온 샷건이나 SMG는 근접전에서 돌격소총에 밀리고, 저격총이나 리볼버 같은 단발 무기는 리스크에 비해 리턴이 적다.
사운드 플레이도 불가능하다. 앞서 설명했듯 이 게임은 수직적인 맵 구조와 다이내믹한 움직임을 기반으로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비 입체 헤드셋을 사용했음에도 발소리 위아래 구분이 전혀 되지 않았다. 적이 내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들리는데 실제로는 위층에 있는 등이다. 전체적으로 공간 음향 구현이 엉망이다. 전술적 교전을 강조한 게임에서 이는 치명적이다.
반대편에선, 적을 처치했을 때의 보상심리도 굉장히 낮다. 적을 힘들게 잡아내도 부활 타이밍이 너무 짧거나, 리스폰 위치가 전선과 너무 가까워 금방 풀 컨디션으로 복귀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이 부분은 아직 플레이어들이 게임에 익숙치 않아서 발생하는 문제들과 엮여 더 큰 문제를 만드는데, 전략적인 킬의 의미가 퇴색되고, 끊임없이 몰려오는 적을 막아내기만 하는 지루한 소모전만 반복될 뿐이다.
실제로 기자가 플레이 한 게임은 약 10판 가량 되는데, 그중 1~2판을 제외하면 모두 수비팀이 압승을 거뒀다. 넓은 전장에서 한 번 방어에 성공하면 공격팀은 공격할 기회조차 없이 수비가 유리해지는 구조인데, 위에서 언급한 요소들로 인해 스노우볼 현상까지 겹치니 치열한 공방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최적화와 관련해서 기자는 큰 불편을 겪지 않았다. 무기를 쏠 때 마우스가 밀리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인풋랙 정도가 유일한 불편사항이었다. 전체적으로 마우스 움직임이 둔하고 끈적이는 느낌을 줘서 빠르고 정확한 에임이 어려웠지만, 플레이 자체는 가능했다. 운이 좋았는지, 리뷰용 PC 사양이 충분히 좋아서였는지, 기자의 눈이 막눈이라서인지는 모르겠다.
사실 이는 기대감이 너무 낮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국내시간으로 새벽에 출시된 후, 수많은 유저들이 최적화 관련 악평을 잔뜩 남겼기 때문에, 긴장을 잔뜩 하고 플레이를 시작했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각보다 낫네'라는 결론에 다다른 것. 실제로 스팀 유저 평가를 보면 RTX 4090 같은 최상위 그래픽카드에서도 버벅거림이 보고된다는 말부터, 고사양 편집용 PC에서도 프레임 드랍이 발생한다는 댓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무튼 최적화 관련해서는 큰 불편을 겪진 않았음에도 좋은 점수는 주기 어려울 듯 하다.
하지만 하이가드의 첫 입부터 느껴지는 강렬한 불쾌함은 숟가락을 다시 들기 꺼려지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하이가드라는 요리를 다시 쳐다보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 차라리 콘코드처럼 강렬한 인상이라도 줬으면 역사에 이름이라도 남겼을 텐데, 그마저도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