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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인사이드] 李 “물가 범죄 엄단”...검찰-공정위, 담합 수사 ‘주도권 경쟁’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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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 /뉴스1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 /뉴스1

최근 검찰이 서민 물가와 직결된 담합 사건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기다리지 않고 직접 강제 수사에 착수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압수수색으로 증거를 선점해 사건의 실체를 규명한 뒤 공정위에 ‘고발’을 역으로 요청하는 방식이다.

정부가 담합을 ‘민생 침해 범죄’로 규정한 상황에서, 사실상 검찰이 담합 수사의 주도권을 쥐고 공정위를 견제하는 모양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나희석)는 최근 대한제분·사조동아원·CJ제일제당 등 제분기업들의 담합 규모를 4조원 이상으로 추산하고, 수사 대상을 한국제분협회 회원사 7곳 전체로 확대했다. 개별 기업이 아닌 제분업계 전반의 구조적 담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 범위를 넓힌 것이다.

이번 제분 담합 수사는 공정위 고발 없이 검찰이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통상 담합 등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은 전속고발권을 가진 공정위가 먼저 조사에 착수한다. 공정위가 전원회의를 통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여부를 의결한 뒤, 사안에 따라 검찰에 고발하고, 이후 검찰 수사와 재판으로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절차다.

그러나 최근 검찰은 공정거래 사건에서도 직접 수사를 강화하며 주도권 확보에 나서는 모습이다. 검찰은 전속고발권을 견제할 수 있는 수단으로 ‘고발요청권’을 활용하고 있다.

검찰총장이나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조달청장 등이 고발을 요청하면 공정위는 반드시 고발해야 한다. 검찰이 먼저 수사에 착수한 뒤, 검찰총장 명의로 고발요청권을 행사해 공정위의 고발을 사후적으로 받는 방식이다.

검찰은 지난해 9월에도 공정위 고발 없이 설탕 가격 담합 의혹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공정위에 세 차례에 걸쳐 고발을 요청해 CJ제일제당과 삼양사 임직원 11명을 재판에 넘겼다. 두 회사 대표급 임원 2명은 구속 기소했다.

당시 검찰은 보도자료를 통해 “문제의 기업들이 과거 담합 행위로 수차례 적발됐으나 과징금 처분 등에 그쳐 담합이 업계의 고질적 병폐로 자리 잡았다”며 “강제 수사 착수로 담합 범행의 전모를 규명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행정 제재만으로는 담합을 끊기 어렵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해석됐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적극적인 담합 사건 수사가 정부의 ‘서민경제 교란 범죄 엄단’ 기조에 맞닿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9월 국무회의에서 “(생필품 가격 급등과 관련해) 업체 간 담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관계 부처에 적극적인 대응을 지시한 바 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설탕이 진열돼 있다. /뉴스1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설탕이 진열돼 있다. /뉴스1

공정위의 사건 처리 기간이 너무 길다는 점도 검찰이 직접 나서는 배경으로 꼽힌다.

2024년 말 영국 정책 전문지 ‘글로벌 경쟁 리뷰(GCR)’에 따르면, 한국 공정위의 담합 사건 평균 조사 기간은 670일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독과점 사건의 경우 조사 기간이 56개월이었다. 조사 대상 17개국 가운데 15위였다. 이는 뉴질랜드(8.7개월)나 대만(9개월)의 6배, 페루(16개월)와는 3배 수준이다.

실제로 공정위는 고려해운 등 23개 해운사를 상대로 한국~동남아 해상 노선 운임 담합을 조사해 2022년 1월 과징금 962억원을 부과했는데, 2018년 8월 신고 접수 이후 결론까지 3년 넘게 걸렸다.

공정위도 사정은 있다. 공정위에는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권이 없다.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을 직권 조사할 수는 있지만, 자료 확보는 임의 제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한 대평 로펌 변호사는 “검찰과 공정위의 기싸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과거 공정위가 먼저 고발한 사건을 검찰이 무혐의 처분하는 사례도 있었다”며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맞춰 검찰이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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