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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초 승부 가르는 ‘게이밍 시장’, HP가 던진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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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위크=박설민 기자

  ‘게임’은 이제 단순한 여가 활동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대중들의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 부정적 인식이 존재했던 게임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콘텐츠가 됐다. 최근 e스포츠 SK텔레콤 T1소속 이상혁(Faker) 선수가 체육훈장 청룡장을 수여 받은 것이 대표적 예다.

게임에 대한 인식 변화, 시장 성장을 바탕으로 국내외 ‘게이밍 솔루션’ 산업 규모도 급격히 성장 중이다. 특히 ‘게이밍 노트북’과 ‘게이밍 모니터’, ‘게이밍 키보드’ 등 제품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글로벌 PC기업 ‘HP(Hewlett-Packard Company)’도 이 같은 시장 상황에 발 빠르게 사업 정비에 나섰다.

◇ 급성장 게이밍 시장, HP의 승부수 ‘브랜드 통합’

“게임 산업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게이밍 솔루션도 이런 변화에 맞춰 진화하는 것이 게임 산업 전체의 미래라 볼 수 있습니다.”

22일 서울 강남구 프릭업 스튜디오서 개최된 신제품 소개 및 사업 전략 소개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김대환 HP코리아 대표는 이같이 말했다. ‘Keep reinventing(계속 재창조하다)’을 슬로건으로 하는 HP본사와도 맥이 닿아 있는 말이다.

이번 간담회는 HP의 게이밍 브랜드 통합 이후 처음으로 진행되는 공식 기자간담회다. HP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IT가전전시회 ‘CES 2026’ 현장서 관련 내용을 사전 발표한 바 있다. 글로벌 PC시장 2위이자 한국 게이밍 PC 시장 1위를 차지한 HP의 발표에 전 세계 게이밍 솔루션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HP가 통합하는 브랜드는 ‘오멘(OMEN)’과 ‘하이퍼엑스(HyperX)’ 2가지다. 오멘은 HP의프리미엄 게이밍 PC 브랜드다. ‘실력만이 너를 증명한다’는 슬로건 아래 출시된 제품들은 게이머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다. 하이퍼엑스는 키보드와 헤드셋, 마우스 등 게이밍 기어 제품 브랜드다.

두 가지 브랜드 모두 HP가 게이밍 기업을 인수해 런칭했다. 오멘은 게이밍 컴퓨터 기업 ‘VoodooPC’를 인수해 2014년 11월 런칭했다. 하이퍼엑스는 메모리 제조회사인 ‘킹스톤 테크놀로지’에서 출범한 게이밍 기어 브랜드였다. 이후 2021년 HP에 인수됐다.

두 브랜드의 통합 배경에 대해 HP는 ‘일관된 고객 사용 경험’이라고 밝혔다. HP는 브랜드 통합을 통해 게이머가 선택과 설정에 들이는 부담을 줄이고, 플레이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간다고 통합 이유를 밝혔다.

이는 같은 회사 제품인데도 불구하고 두 가지 브랜드로 나눠져 있어 올 수 있던 고객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미다. 즉, 게이밍 제품에 대해 잘 모르던 게이밍 유저까지 신규 잠재 고객으로 분석, 고객층을 확대하겠다는 사업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네덜란드 틸버그대 연구팀이 2020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여러 개로 나뉜 브랜드를 하나의 ‘우산브랜드’로 통합할 시 브랜드의 ‘내재적 강도(brand strength)’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브랜드 내재적 강도는 광고·할인 등 이벤트 없이도 브랜드에 대해 소비자의 인식이 나타나는 정도다. 쉽게 말해 ‘브랜드 이름만 보고도 소비자가 선택할 확률을 얼마나 높여주는가’라고 정의할 수 있다.

소병홍 HP 코리아 전무는 “그동안 오멘이라는 브랜드는 하드웨어를, 하이퍼엑스는 게이밍 기어 쪽을 담당하며 고객들에게 통합된 게이밍 경험을 제공드릴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며 “이번 브랜딩 통합을 통해 HP는 게이밍 시장 내의 ‘챕터2’를 열어가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 “AI부터 고성능 키보드까지”… 게이머 마음 흔들 ‘노트북’ 라인업

통합 브랜드를 강조한 이날 행사에서 HP는 인공지능(AI) 기반 기술과 게이밍 기술을 결합한 신규 노트북 및 모니터 등 게이밍 기어 라인업을 공개했다. 핵심 제품군은 △하이퍼엑스 오멘 15(HyperX OMEN 15) △하이퍼엑스 오멘 맥스 16(HyperX OMEN MAX 16) △하이퍼엑스 오멘 맥스 45L(HyperX OMEN MAX 45L)데스크톱 등이다.

먼저 가장 행사장에서 가장 눈길을 끈 제품은 게이밍 노트북 ‘하이퍼엑스 오멘 15’다. 최대 170W 전력을 지원하는 이 노트북은 고사양게임과 고주사율 플레이 환경에서도 안정적 성능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주목할 부분은 탑재된 ‘하드웨어’다. ‘인텔 코어 울트라9 275HX 프로세서’, 엔비디아의 ‘GeForce RTX 5070’ 그래픽카드(GPU)가 탑재됐다. 이를 기반으로 게임 내 높은 프레임과 반응성을 구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0.01초에 승부가 갈리는 ‘1인칭 슈팅게임(FPS)’ 게이머에게 호응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됐다.

또한 ‘AI 기반 게이밍 솔루션’이라는 소개처럼 ‘오멘 AI(OMEN AI)’가 적용됐다. 이 AI모델은 게임별 환경에 맞춰 시스템, 하드웨어, 게임 설정을 원클릭으로 조정, 설정 부담을 줄이고 플레이 집중도를 높인다.

키보드도 게이밍 환경에 적합하도록 설정됐다. 마이크로컨트롤러(MCU)를 적용, 8000㎐의 응답속도(하이폴링레이트)를 구현한다. 이를 시간으로 환산하면 0.125ms(밀리초), 즉 0.000125초의 반응 속도다. 이는 이전 모델들과 비교해 8배 빠른 수준이다.
윤병집 HP코리아 매니저는 “FPS게임의 경우 아무리 주사율이 유지가 잘된다 하더라도 0.01초 만에 패배할 수 있는데 이는 키보드의 반응 속도 때문일 수 있다”며 “이런 부분에 있어 게이머들이 장비의 문제를 줄여 최적의 플레이와 승률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번 HP의 제품들”이라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서 하이퍼엑스 오멘 15와 함께 소개된 ‘하이퍼엑스 오멘 맥스 16’는 HP 게이밍 노트북 중 최상위 라인업이다. AI기반 최적화, 오멘 게이밍 허브(OMEN Gaming Hub)를 연계, 사용자의 세팅 난이도를 낮췄다. 또한 최대 240㎐를 지원하는 OLED패널을 탑재, 게이머에게 최적의 화질을 구현한다. 데스크톱 제품인 ‘하이퍼엑스 오멘 맥스 45L’은 고사양 게임과 스트리밍, 콘텐츠 제작을 동시에 고려했다.

HP 코리아 김대환 대표는 “게임은 이제 단순한 여가를 넘어 전 세계 이용자들을 연결하고 새로운 문화와 산업을 만들어가는 하나의 플랫폼이 됐다”며 “HP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성능 경쟁 그 자체보다, 게이머가 몰입하고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 메모리 반도체 수급은 해결 과제… HP, “최적의 고객 경험 위해 노력”

이처럼 HP가 게이밍 PC 및 솔루션 라인을 강화하는 것은 급성장하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글로벌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직마켓리서치(Strategic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게이밍 노트북 시장은 연평균 8.5%의 성장률을 보이며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30년에는 시장 규모도 326억달러(약 48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다만 현재 대외적 상황은 HP에게 난관이 될수도 있다. 최근 AI산업의 급격한 활성화로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다. 즉, 노트북 및 PC에 탑재한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수급이 힘들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경우, 노트북 라인업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시장 전망도 있다.

실제로 대만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메모리 반도체 수급 부족으로 인해 글로벌 노트북 판매량이 전년 대비 2.4%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노트북 가격이 대폭 상승, 출고가가 300만원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환 HP 코리아 대표는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의 경우 HP가 분명 주시해야 할 부분”이라며 “하지만 HP는 원가 상승이 있더라도 고객들에게 최적의 가격으로 제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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